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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 이야기
글 / 박 윤 일

대한민국신지식인
수필가, 시인
문경 김승한 변호사 사무국장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9년 12월 22일(일)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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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필자의 고향은 문경시내에서 수십리 밖, 가은이라는 곳이다. 그나마 加恩이면 다행이겠지만 가은에서도 한 십리 더들어간 깡촌동네 성저리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수 십리도 더 떨어진 문경읍 진안댁과 혼인을 하였다. 당시 필자는 그래도 별이 세 개인 삼성그룹 법무부서에 대리로 근무하였는데, 중매쟁이의 꾀임(?)으로 뜻밖의 진안댁을 아내로 만나 서울에서 진안을 종종 왕래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내려오다 보면 괴산과 문경 사이에는 이화령이라는 큰 고개가 있다. 최근 이화령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20여 분 이상을 꼬부랑지고 험한 이화령고개를 넘어 다녀야 했다. 승용차로 이화령을 넘을 때 차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수백미터 낭떠러지는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옛날에 버스가 이화령 고개를 넘다가 여러차례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경사도도 심하고 꾸불꾸불한 오르막 고갯길이 얼마나 길고 긴지 차멀미 없이 이화령 고개를 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기보다 힘들었다.

당시 문경을 내려올 때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다녔는데, 아이들이 멀미를 하여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지금도 아이들을 보면 그 마음이 남아 짠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고백컨대 이화령 고개를 넘으면서도 ‘이화령 고개’라는 명칭의 유래를 알지 못했다. 우연히 어떤 할아버지로부터 그 비사(祕史)를 듣게 되었는데 이 비사는 야사임을 미리 이실직고 한다.

비사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부산성을 함락하고 한양을 점령하기 위해 파죽지세로 진격해 올 때 신립장군이 이곳 문경 진안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전쟁의 와중에서도 장군은 남성의 본성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이화라는 문경 미모의 여인과 城중의 가장 괜찮은 성인 만리장성을 축성했다.

이는 신립장군의 너무나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는 점이다. 이화는 장군과 함께 가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전쟁의 와중이었고 전쟁을 지휘하는 장수였기 때문에 이화를 데려갈 수 없어 이별을 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때문에 원한에 사무치게된 이화는 그만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결하였다. 그 놈의 남자가 뭔지 정말 애석하고도 안타까운 이야기다.

얼마 후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신립은 두고두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때마침 왜군의 본대가 문경 인근 상주에까지 이르렀다는 전갈을 듣고 장군은 왜군을 격퇴시킬 격전지를 문경새재와 충주탄금대 어디에 칠까를 고심에 고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날 밤 이화가 장군의 꿈에 나타나 “장군님이 왜군과 싸워 이기려면 탄금대가 아니라 천혜의 요새인 문경새재에 진을 치셔야 합니다”라고 선몽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화가 복수를하기 위해 꿈에까지 나타나 실패할 戰地를 알려주는 것으로 곡해하였다. 그래서 이화가 알려주는 문경새재 대신 충주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많은 부하와 함께 자신도 전사하는 대패를 당했다. 사실 문경새재는 산세가 군사적으로도 방어하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군사요충지인 이곳을 버리고 강을 뒤로 한 충주탄금대까지 올라가 배수진을 치고 싸운 것은 큰 패착인 것이다.

문경의 이화는 원혼이 되어서도 일편단심 장군이 잘되기를 바랐다. 그녀는 장군의 꿈에 선몽까지 해가며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올바른 진지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신립은 지은 죄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하였다. 죽어서까지 님을 위하는 문경 이화의 충절은 남원의 춘향이를 능가하여 모든 여인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후세에 이러한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문경사람들은 죽어서도 일편단심인 이화의 거룩한 충절을 기리기 위하여 이 고개를 '이화'라는 이름을 딴 '이화령고개'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참으로 애처로운 사연이 깃던 고개이름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화령 고개를 넘을 때 이와 같은 전설 속의 이화라는 여자를 상상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화령 고개 아래로 긴 터널이 뚫려 그곳으로 단 몇 분만에 통과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화령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기회조차도 없는 것 같다. 문명의 발달은 이화령의 애사를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가게 하고 있다. 이렇게 사연이 깊은 이화령 고개 명칭은 이곳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한 번 씩 떠올릴 만한데 말이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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