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4-07-27 오후 03:02:4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결혼/돌
부고안내
 
뉴스 > 오피니언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기고문 - 과거시험 병폐와 커닝
전 문경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이만유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3년 06월 05일(월) 15:23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문경시민신문
문경새재는 ‘과거(過去)길’인가 ‘과거(科擧)길’인가?
문경새재 입구에 ‘문경새재 과거길’이란 표석이 세워져 있다.
답은 둘 다 맞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란 사설로 부르는 ‘아리랑고개’이기도 한 문경새재는 문경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조선 제3대 왕인 태종 14년(1414년)에 개척된 옛길이라 600여 년의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과거(過去)길’이다.

문경(聞慶)이란 지명은 ‘들을 문(聞)’과‘경사 경(慶)’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괴나리봇짐을 메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이 이곳의 좋은 기운을 받아 장원급제란 꿈을 이루기 위해 추풍령이나 죽령보다는 멀리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굳이 문경새재로 넘어가길 원했다. 그러니 문경새재는 당연히 ‘과거(科擧)길’이다.
* 표석은 ‘과거(科擧)길’란 의미로 세워졌음.

ⓒ 문경시민신문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과 제3관문 조령관 사이, 옛날에 박석(薄石)이 깔려있었던 조금 가파른 구간이 있는데 여기를 ‘장원급제길’이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책바위’가 있고, 낙동강 발원지 ‘초점(草岾)’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길을 ‘금의환향길’로도 부르고 있는데,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갈 때는 ‘장원급제길’이 되고 급제한 후 왕이 내린 합격증(홍패)을 지니고 머리에 어사화를 꽂고 내려올 때는 ‘금의환향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 시대 과거시험은 정기적으로 치르는 식년시(式年試) 문과(대과)의 경우 3년마다 한 번 시행하며 최종 33명을 뽑는다. 그 외 부정기적으로 임금이 즉위할 때 보는 증광시(增廣試),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실시하는 별시(別試), 임금이 문묘를 참배할 때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알성시(謁聖試) 등이 있다 하나 개인의 입신양명과 가문의 영광이 되는 과거시험에 모두가 목을 매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급제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러다 보니 사실 과거시험에 낙방하여 절망과 좌절, 실의에 빠져 낙향하면서 넘었던 수많은 선비의 애환이 쌓인 고개가 문경새재이다. 오죽하면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임진왜란 때 의병 활동을 하였고, 시에 능하며 후진 교육에 힘썼다는 유우잠(1575~1635)이란 훌륭한 선비는 문경새재를 넘으면서 아래와 같은 시를 남겼을까? 그 심정 이해하고도 남는다.

지난해 새재에서 비를 만나 묵었더니
올해는 새재에서 비를 만나 지나갔네
해마다 여름비, 해마다 과객 신세
필경엔 허망한 명성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 문경시민신문
이렇게 과거시험 합격은 어렵다. 조선 시대 때는 음서(蔭敍) 제도가 있어 과거 급제를 하지 않고도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 있지만, 조선 시대 유일한 공식 등용문인 과거시험에 급제하기 위해 큰 노력은 물론, 온갖 방법이 동원되었는데 어떻게든 합격하겠다는 사람들의 욕망이 결국 부정행위까지 하게 된다. 과거시험 글제인 시제(試題)에 따라 그동안 공부한 지식으로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을 기술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문장을 그대로 베껴내는 일종의 표절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며, 세도가의 자제는 천자문을 몰라도 합격했다고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병폐와 기발한 커닝 또한 빈번히 자행되었다.

한 예로, 과거시험 부정 중에서 아주 악질적인 것은 관리를 매수하여 과거 답안지인 시권(試券)에 수험생과 4조(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의 이름 등 인적 사항을 적는 앞부분과 제술(製述)한 본문이 있는데 절차상 이를 분할하고 채점이 끝나면 다시 원상태로 붙이는데 그때 자기의 인적 사항을 합격 답안지에 붙이게 하여 남의 합격을 도둑질하는 적과(賊科)라는 짓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과거 시험장 분위기와 다양한 커닝 방법을 살펴보면, 수험생들은 옆 사람 것을 훔쳐보지 못하게 각각 6자(약 1.8m) 거리를 두었으며, 시험장의 좋은 자리로는 시험관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담벼락 밑이나 구석진 곳 등을 차지하기 위하여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였다는데 이는 미리 준비한 쪽지 등을 감독관 몰래 슬쩍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닝 방법으로는 눈동자를 사방팔방으로 돌려 남의 답안지를 훔쳐보는 것은 약과이고, 수진본(袖珍本)이라는 좁쌀책을 가지고 가는 것과 도포 자락 안쪽에 빼곡히 사서오경 예상 답안을 써온 사람, 대리시험, 구석 자리에 앉아서 외부로부터 쪽지를 건네받는 사람, 붓두껍에 깨알 글씨로 작성한 예상 답안을 숨긴 사람, 콧구멍에 종이쪽지를 숨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시험관을 뇌물로 매수하거나, 남의 글을 베끼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빌어 제출하는 차술(借述)이라는 행위도 있었다.

이렇게 커닝하다 적발되면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시험장 안에서 책이나 문서를 가진 자가 발견되면 향후 2식년(2차례, 6년) 동안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한다. 남의 제술(製述)을 빌리는 차술(借述)이나 남을 위하여 제술해 주는 대술(代述)을 한 자는 곤장(杖) 100대에 도형(徒刑-징역) 3년의 중형을 주고, 영조 때 차술·대술의 형벌을 더 강화하여 조정의 관료나 생원·진사이면 변방에 충군(充軍)하고, 유학이면 수군으로 삼았다.


낙방거자(落榜擧子)/ 이만유

괴나리봇짐 메고
청운의 꿈을 안고 떠난
한양간 과객 돌아오는 길

삐딱이 쓴 해진 갓
축 처진 어깨
꼬질한 도포 자락

문경새재
노송은 알고 있다
긴 세월
수없이 많은 사연을
간절한 염원을
그 모습을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 Copyrights ⓒ문경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문경시 마성면, 올해 첫 출생 ..
2024 문경 세계태권도 한마당..
흥덕생활공원 및 어린이 놀이터 ..
문경소방서, 점촌119안전센터 ..
문경시 박순달(여 70)씨를 애..
2024 문경 유소년 축구 페스..
민선8기 취임 2주년을 맞이하여..
'2024 박정희컵국제오픈태권도..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한국자체..
문경시, 명예국제협력관 추가 위..
최신뉴스
문경대학교 간호학과, 2024년..  
농암면, 농기계 보관창고 및 골..  
동로면, 출생 가정에 축하 선물..  
산북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산북꿈나..  
호계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간담회 ..  
문경읍 주민자치위원회·이장자치회..  
문경시, ‘찾아가는 세무상담실’..  
문경시종합자원봉사센터‘문경시 청..  
문경소방서, 점촌119안전센터 ..  
양금희 경제부지사, 제7회 중앙..  
경북교육청, 과테말라 디지털 교..  
점촌2동 새마을남녀지도자협의회,..  
마성면 새마을회, 오리영양죽 나..  
문경시 산북면 체육회, “건강한..  
작은 눈맞춤으로부터 시작되는 친..  
산양면 체육회, 중복맞이 경로당..  
문경시, 물놀이 취약지역 합동점..  
읍·면·동 환경업무 담당 공무원..  
문경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제5회 문경시 초·중·고 학생 ..  
문경시, 찾아가는 지적민원 현장..  
문경대학교 HiVE센터, ‘드론..  
문경대학교 간호학과, 경북교육청..  
문경소방서, 중앙시장 화재안전 ..  
경북교육청, 고등학생 독도지킴이..  
김학홍 행정부지사, 호우 피해지..  
문경署, 하계방학 운동부 선제적..  
흥덕생활공원 및 어린이 놀이터 ..  
탑이벤트 천병철 대표, 경로당 ..  
점촌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쿨(..  
호계면 주민자치위원회, 중복맞이..  
문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시원한..  
문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시원한..  
문경대학교 별암봉사단, 영신유원..  
공무원연금공단 대구지부, 폭염기..  

인사말 광고문의 제휴문의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문경시민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11-81-08345/ 주소: 문경시 마성면 신현1길 20번지 / 등록일 : 2013년4월29일 / 발행인.편집인: 김정태
mail: ctn6333@daum.net / Tel: 054-553-8118 / Fax : 054-553-216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26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정태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