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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사라진 고려 왕궁, 무너진 만월대(滿月臺) 세트장
전 문경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이만유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6일(화)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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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고려 왕궁이 무너졌다.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할리우드라고 할 수 있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2000년 2월 문을 열고, 고려사를 조명할 수 있는 첫 역사드라마 밀레니엄 KBS 특별기획 대하사극 ‘태조 왕건’을 이곳에서 촬영하여 2000.04.01.부터 2002.02.24.까지 200부작으로 인기리에 방영하였다.

ⓒ 문경시민신문
드라마는 통일신라시대 진성여왕 2년(서기 888년) 여름, 송악의 호족인 왕륭(王隆)이 열 살 난 어린 아들 왕건을 데리고 신라 수도 서라벌을 찾아와 신라왕을 비롯한 문무백관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왕건이 후삼국 통일을 이루고 918년 마침내 왕위에 오르는 것으로 드라마는 절정을 이루고 재위 26년 향년 67세인 943년 5월 "인생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기며 한 시대의 영웅이 생을 마감, 긴 여운을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끝난다.

↑↑ 고려궁 정문인 승평문
ⓒ 문경시민신문
이 드라마를 촬영한 ‘태조왕건촬영장’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폐광 이후 문경이 미래 활로를 개척하는 전기(轉機)가 되었고 ‘문화관광도시 문경’으로 도약하는 분기점이고 변곡점이 된 상징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이 고려 궁궐이 세워진 지 7년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초 설치 목표로 했던 고려 500년의 역사를 모두 담을 중심 무대가 사라진 것이며 비록 세트장이지만 국내 고려사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고증위원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단청하나, 기와 한 장에도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건축양식을 재현한 것으로 지방자치사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영상산업의 모델 샘플로서 근대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 당시 철거에 대해 시민들의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세트장 건축 당시 향후 200억을 투자 고려촌 등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건축 주자재가 유리 섬유나 탄소 섬유를 넣어 만든 섬유 강화 플라스틱인 FRP이라 가볍고 기계적 강도, 내식성, 성형성이 뛰어나 소형 선박의 선체나 항공기의 기재로 쓰일 만큼 견고하여 잘 관리하고 보수하면 내구성이 있어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으나 다른 구체적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모두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33고려궁 정전(正殿)인 회경전(會慶殿)
ⓒ 문경시민신문
고려 궁궐 만월대는 북한 개성시 송악산(松嶽山)에 있는 고려 시대 태조가 919년(태조 2)에 창건하여 역대 고려왕들이 국가를 다스리던 궁궐이었다. 1361년 개혁 군주 고려 제31대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되어 폐허가 된 채 지금까지 궁궐터로만 남아 있다.

↑↑ 44서적의 편찬 및 교정과 사신 등이 바치는 물품을 받아들이던 장령전(長齡殿)
ⓒ 문경시민신문
만월대는 동서 445m, 남북 150m 정도의 대지 위에 궁성의 정문인 승평문(昇平門)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 신봉문(神鳳門)과 창합문(閶闔門)을 지나면 정면 9칸, 측면 4칸 규모의 정사를 처리하는 정전(正殿)인 회경전(會慶殿)이 자리하고 있다. 궁궐 안에는 편전인 선정전, 고려 왕실의 보물을 보관하는 장화전(長和殿), 비상시에 대신들과 정사를 논의하던 원덕전(元德殿), 천자의 조서를 받들고 사신을 접대하던 건덕전(乾德殿), 희빈들의 침전인 만령전(萬齡殿), 강서(講書)와 서적의 편찬 및 교정과 사신 등이 바치는 물품을 받아들이던 장령전(長齡殿), 문한기구(文翰機構)인 연영전(延英殿)이 있었으며, 회경전 서쪽에 왕의 침전인 중광전(重光殿), 왕비의 침전인 곤성전(坤成殿), 동쪽에는 세자가 거처하던 좌춘궁(左春宮), 태조 왕건이 유조(遺詔)를 남겼던 신덕전(神德殿) 등 수많은 전각과 13개의 성문(城門)과 15개의 궁문(宮門)이 있었다고 한다.

↑↑ 55태조 왕건이 유조(遺詔)를 남겼던 신덕전(神德殿)
ⓒ 문경시민신문
이렇게 많은 궁궐 건축물 중 세트장에는 각종 자료와 고증을 거쳐 정교하게 설계된 왕궁 등 기와집만 46동이 들어섰는데 그중 핵심적이고 대표적인 전각으로써 정전(正殿)인 회경전(會慶殿)은 아파트 7층 높이로 완벽히 재현, 웅장했었다. 그리고 조선 궁궐 경복궁(景福宮)의 광화문(光化門) 격인 고려 궁궐 정문인 승평문(昇平門) 또한 그 위용이 대단했었다.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엽다 이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메여 있노라’

영천 출신의 시인 왕평(王平)이 노랫말을 짓고, 개성 출신의 작곡가 전수린(全壽麟)이 1928년 고향 송도(松都)에서 고려의 옛 궁터 만월대를 보고 역사의 무상함을 느끼며 작곡하였으며, 가수 이애리수(李愛利秀)가 애잔하게 부른 ‘황성옛터’는 지금도 사랑받는 ‘민족가요’이다.

‘흥망(興亡)이 유수(有數)하니 만월대(滿月臺)도 추초(秋草)로다
오백 년(五百年) 왕업(王業)이 목적(牧苗)에 부쳤으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원천석(元天錫)

↑↑ 55태조 왕건이 유조(遺詔)를 남겼던 신덕전(神德殿)
ⓒ 문경시민신문
이렇게 황성옛터 노래와 흥망성쇠, 천운에 따라 부침했던 역사 속 고려 망국의 한을 담은 시조를 읽으며 지금은 북한 쪽 개성에 있어 가보지 못하는 불타버린 왕궁, 빈터만 남아 있는 고려 궁궐 만월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이를 고증하여 지은 고려 궁궐 세트장이 비록 문화재적 가치는 없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형태와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2007년 11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바라본 필자는 그 당시 아쉬운 심정을 아래의 글로 남겼었다.


고려궁은 무너지고 / 이만유

전국에 수많은 관광객이
고려왕국의 존망을 반추하며
이애리수가 애잔하게 불렀던
황성옛터 옛 노래를 따라 부르며
문경 세트장을 찾아왔던 감회는 사라지고
고려궁은 처참하게도 무너져 버렸다

역사적으로 태조 왕건 드라마는
문경과 궁합이 맞고 테마나 콘셉트가
맞아떨어진 결과물

태조 왕건 촬영장 용사골 뒷산
조령산 장군봉은 개경의 송악산을 닮아
개성에 가지 않고도 개성을 볼 수 있는 곳이고
만월대 궁궐터를 가보지 않고도
만월대를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세 영웅 중에 견훤과 왕건은
문경과 인연이 깊었으니, 견훤은 문경 가은인이요
견훤 출생 설화가 담긴 아차마을과 금하굴 있으며
조선팔도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견훤을 치기 위해 고려 태조 왕건이 남정 시에
이곳에 이르니 길이 막혔다
토끼가 벼랑을 따라 달아나면서
길을 열어주어 진군할 수 있었다. 하여
토천이라 한다. 하였고

산양면 현리 뒷산에 있는
근품산성에서는 왕건과 견훤이
실제로 전투를 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역사적, 지리적으로
깊은 인연, 필연의 인연이 있는
문경을 빛나게 하고 잘살게 하는
선인들의 선물을 팽개치지나 않았는지

견훤 할배가 폐광 이후
문경이 어렵다고 후손들 너희 잘살아보라고
하늘에서 보낸 선물을 포클레인이 부수니
노하시지나 않으셨는지

10년 뒤에 이관받아 고려촌 건설한다
시민에게 약속해 놓고 문경시 재산 될 날이
내일 모랜데 받기도 전에 사라지니
고려마을 직제가 무색하구나

7인의 역사전문가로 구성된 고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건축한 태조 왕건 세트장
고려 시대 건축양식을 문경에서만 구경할 수 있었는데
고려마을 잘 다듬어서 용인민속촌 같이 가꾸어서
그 안에 고려역사관 세워두면 아이들 역사 공부하러 모여들고
왕궁 스테이(Palace stay) 하여 한 가족이 머물면
아버지는 왕. 어머니는 왕비, 아들은 왕자, 딸은 공주가 되어
백제왕. 고려왕 입맛대로 골라잡아 왕실체험을 하도록 하면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차별화된 체험관광 되어
대한민국 모든 가족 너도나도 다 모여들면
문경 찾는 관광객 천만 명도 넘겠다
스쳐 가는 관광, 쓰레기만 남기는 관광에서
머물다 가는 관광, 돈 쓰고 가는 관광에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 있겠소

문경새재 일원은 사극 촬영지의 최적지
비포장 길 이만한 데 없고 전봇대 전깃줄이 있나
현대 시설물이 있나 카메라 기사가 카메라를 잡고 360도
회전해도 아무 방해물이 없는 이곳
항공노선이 아니라 동시녹음 가능하고
이제는 반환받아 한 방송사의 몫이 아니라
오지 말라 해도 너도나도
모든 방송사 춤 흘리고 촬영하러 몰려 올낀데
이제는 문경시가 주인이라 돈 받아 챙겨
부자 되는 길이 여기에 있건만 어찌 이런단 말인가

21세기 수준 높은 관광객이 서울에 반듯한 정궁 있는데
2시간 거리에 있는 모조품이 볼거리가 될런가 나
유일성, 차별성, 희소성이 값을 올리는 세상의 이치인걸
전국에 수많은 촬영지 중에 고려 시대 촬영장은 여기가 유일하고
지방촬영지 중에 미국의 할리우드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버금가는
세계 4대 촬영장 규모에다 가장 성공한 촬영지로
지방차지사에 남을 기념물이요 현대문화유산이 될 것인데
승평문, 회경전, 건무문, 신덕전 오호통재라
아깝다 먼지로 사라졌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태조 왕건 드라마는 통일을 염원하는
기획 의도가 담겨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지만
당나라 외세를 빌려 한 통일은 예속을 피할 수 없음에 가치가 없고
태조 왕건은 힘과 덕으로 후삼국을 통일하였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본받아 자주적 통일을 하자는 의미 깊은 촬영장이기에
어린이들과 국민들에게 산교육장이 되는 국민의 교육장
이제는 어디에도 고려궁은 없다

어렵고 힘들고 살기가 고달픈데
70억이 어디 작기나 한 돈인가
어찌 그리 통이 큰지 인심이 좋은 건지
50억 70억 80억 큰 사업만 좋아하니 민의를 읽고
가려운 곳 긁어 주는 소소한 민생사업 뒷전으로 밀려나고
큰 것만 치적이라 생각하면 어리석기 그지없소
옛날과 달리 시민 수준 높아 모든 것 다 알고 있소

아! 어찌하려나
역리가 순리를 거역하고
합리보다 모순이 승리한
역성혁명에 고려왕조 무너지듯이
고려궁도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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