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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단상> 희대의 동창 사기극
글 / 박 윤 일
전 경북대 교수
한국보험법연구원장
문경 김승한 변호사 사무국장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23일(화)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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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지방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 A 씨에게 어느날 오후 뜻밖에 초등학교 동기 B 씨가 찾아왔다.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인지라 서로는 어쩔 줄을 모르고 반가와했다. B 씨는 "A 씨가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하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다"고 하였다. 그리고 "자기도 사업을 하여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며 SM그룹이라는 회장 명함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그는 "수원과 천안에도 12층되는 자기 소유 건물이 2개나 있고, 현재도 그곳에 건물을 지어 분양 중"이라고 했다. B 씨는 대화도중 손가락으로 창문 바깥을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저 10층 건물도 자신이 3년전 매수한 것"이라고 하며 재력을 과시하였다. A 씨는 "초등 동기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어린 시절 이야기, 사업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저녁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사업가인 자기가 한턱내겠다"고 하며 고급 카페로 안내했다. 둘은 고급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한참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B 씨는 사업 이야기 끝에 돈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가 지금 분양 중인 신축 건물이 있는데, 최근 분양이 잘되지 않아 회사자금 유동성에 일시적으로 애로사항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가 2억원 정도만 잠시 융통해 주면 길어도 두달만 쓰고 건물 분양금이 들어오는 즉시 이자 1억원을 붙여 합계 3억원을 주겠다"고 했다. "이자를 좀 넉넉하게 주는 이유는 자기는 사업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박봉으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공무원 친구를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B 씨의 이야기는 매우 그럴 듯했고 A 씨가 근무하는 도시의 10층 건물까지 B 씨의 건물이라고 하니 재력이 든든하여 떼일 염려는 없는 것 같았다. "더구나 자기를 생각해서 두달 이자를 1억원이나 준다고 하니 잘하면 단기간에 적지 않은 수입을 얻을 수 있겠다"는 욕심이 나서 더욱 솔깃했다.

당시 A 씨는 25년간의 공무원 생활로 틈틈이 모아둔 1억 5천만원과 나머지 돈은 신용대출과 친지들에게 조금씩 부탁을 하여 B 씨에게 그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 돈을 받은 B 친구는 "1억원의 이자와 함께 원금은 두달 후 반드시 상환하겠다"는 차용증을 꼼꼼히 적어 주어 A 씨는 안심하고 두 달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두달이 되기 바로 전 B 씨가 찾아왔다. "돈을 가지고 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며, "분양계약은 모두 체결되었는데, 돈이 오늘 내일 한다"고 하고, "아무리 늦어도 한달 후면 모두 들어오기 때문에 깔끔이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안하지만 다시 1억원을 빌려주면 한달 뒤에 못준 돈 3억원과 다시 1억원의 이자를 붙여 합계 5억원을 주겠다"고 하며 추가 대여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B 씨는 "최근 분양을 신청한 사람이 법인이기 때문에 다음달 말일 전에 모두 입금된다"고 하며, "건물 한 층만 나가면 친구 돈을 충분히 갚고도 남음이 있다"며, "이번에 한번만 더 자기를 믿고 도와달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A 씨가 만약 빌려주지 않으면 기존의 차용금을 떼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건물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B 씨가 설마 박봉의 공무원 돈을 떼먹겠냐 하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다시 주위 친지의 돈을 다 동원해서 1억원을 빌려주고 한달을 기다렸다.

그런데 친구는 약속한 날짜에 돈도 가져오지 않고 핸드폰도 받지 않았다. 1주일 후 간신히 통화가 되어 B 씨에게 "돈을 즉각 주지 않으면 사기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B 씨는 "너무 그러지 말라,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이 거짓말하냐, 자기도 약속한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미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정이 나를 경찰에 사기죄로 고소하면 나도 공무원신분인 네가 고리대금업을 한다"고 경찰에 고소를 하고, "공무원 인사담당자에게 진정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당시 A 씨는 승진을 앞둔 상태였다. 공무원 신분의 약점을 알고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A 씨는 B 씨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B 씨가 나타나 "정말 미안하다. 분양대금이 들어오면 네 돈부터 최우선적으로 갚겠다"고 하며, "그동안 돈을 못준 죄로 고급승용차나 한 대 서비스로 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K자동차 대리점으로 나오라"고 했다. 승용차를 서비스로 사준다는 말이 믿기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고 대리점으로 갔다. 대리점에서 만난 B 씨는 "자기가 할부금을 내어주겠다"고 하며, 수천만원 되는 신형 최고급 승용차를 A 씨 이름으로 할부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래도 B 씨는 의리도 있고 배포도 큰 친구라고 생각하며 공무원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승용차를 받았다.

그런데 또다시 너무나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부터 할부금을 입금하지 않는 것이다. 할부계약을 자기명의로 하였기 때문에 할부금을 내지 않을 수도 없고 진퇴양난이었다.
"왜 할부금을 주지 않느냐"고 하니, B 씨는 “공무원인 네가 타는 고급승용차의 할부금을 왜 내가 내어줘야 하느냐”하며 오히려 면박을 주었다. B 씨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고액의 차용금에 이어 고급승용차 증여사기까지 친 것이다.

후에 알게 된 바에 의하면 B 씨에게는 자기 건물은 커녕, 자기 명의로 된 아무런 재산이 없었으며 과거 사기 전과자였다. A 씨는 B 동창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만나서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그야말로 황당하게 당한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면 누구라도 사기꾼이 상대방의 신분이나 약점을 노리고 주도면밀하게 접근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세상에 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쉽게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초등 동창에게 몇 번씩이나 당한 모 공무원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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