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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은 세계로 가는 길이다 (하)
신순식 문경시 명예 국제협력관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6년 10월 23일(금)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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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보 여행길이다.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럽 각지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한다.사람들은 왜 그토록 먼 길을 걷는 것일까?

아름다운 자연경관 때문만은 아니다.
산티아고 길에는 오랜 역사와 신앙,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낯선 여행자와의 만남, 그리고 마을마다 이어지는 따뜻한 환대의 문화가 있다.
수백 킬로미터를 걷는 동안 여행자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순례자가 된다.

그 길을 따라 작은 마을의 숙소와 식당, 카페와 상점이 살아난다. 산티아고 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유는 거대한 관광시설을 건설했기 때문이 아니다.
길 위에 사람과 이야기, 쉼과 치유, 그리고 지역의 삶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작은 마을의 숙박업과 음식점, 지역 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길 하나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되고,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경제를 지탱하는 소중한 기반이 되는 것이다.

문경에도 이러한 길을 만들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아니, 문경은 산티아고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산과 계곡, 강과 들녘은 물론 유교문화와 불교문화, 영남대로의 역사, 천년고찰과 전통도자기 문화가 하나의 지역 안에 공존한다.

이러한 자산을 연결한다면 동양의 정신문화와 자연 치유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적인 명상·힐링길을 조성할 수 있다. 산티아고가 서양의 역사와 신앙을 담은 순례길이라면, 문경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동양의 정신세계가 어우러지는 치유의 길이 될 수 있다.

동서트레일 개통, 문경관광의 새로운 기회
2027년 10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서트레일 전 구간 개통은 문경에 매우 중요한 기회다.
동서트레일은 우리나라 동서를 연결하는 국가적인 장거리 숲길로, 백두대간과 여러 지역의 산림·생태자원을 하나의 걷기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문경은 이 기회를 단순히 전국적인 숲길의 통과 지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걷기 여행자들이 문경에 머물고, 문경의 역사와 문화, 산과 강을 함께 체험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옛길과 숲길, 정자길과 산사 가는 길을 서로 연결하여 문경만의 역사문화·명상·힐링길을 구축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로나 거대한 시설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길을 발굴하고, 끊어진 구간을 연결하며, 여행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다.

필자는 옛 선현들의 정취가 남아 있는 삼강포구를 출발점으로, 점촌 도심을 거쳐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에 이르는 세 가지 명상·힐링길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세 가지 길은 각각 역사, 자연과 스포츠, 전통 정신문화라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먼저, 명상·힐링길의 출발점, 삼강포구의 옛 주막을 복원하자
먼저 세 가지 길의 공통 출발점인 영순 삼강포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강포구는 낙동강과 주변 강줄기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뿐 아니라 옛길을 오가던 선현들과 길손들의 이야기가 깃든 역사문화 공간이다.

과거 이 일대에는 여행자들이 쉬어 가던 '달지주막'과 '금림주막'이 있었다. 필자는 문경 명상·힐링길 조성과 함께 이러한 옛 주막의 복원을 적극 제안하고자 한다. 주막은 단순히 술과 음식을 팔던 공간이 아니었다. 먼 길을 걸어온 나그네들이 피로를 풀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새로운 길을 준비하던 만남과 쉼의 공간이었다.

옛 주막의 위치와 건축 형태, 생활문화 등을 역사자료와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고증하고, 전통적인 모습과 정취를 되살려 보자. 복원한 주막에서는 문경의 전통음식과 오미자막걸리, 차와 지역 농특산물을 즐기고, 옛길과 나루터의 역사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

여행자들이 출발 전 문경 길손 여권을 발급받고, 길 안내를 받으며, 잠시 쉬어 가는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옛 건물을 되살리는 사업이 아니다. 사라져 가는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복원하고, 이를 오늘날의 걷기 여행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관광 사업이다.

이 주막복원은 과거 길손들의 쉼터를 오늘날 세계 여행자들의 출발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고, 다음 세 갈래 문경 명상 힐링길의 시작점이 된다.

1. 첫째 길, 천년의 역사를 걷는 '영남대로 역사·명상길'
삼강포구 → 점촌 → 유곡 → 토끼비리 → 고모산성 → 문경읍 →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이 길은 과거 영남의 선비와 상인,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길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문화의 길이다. 옛 주막의 정취를 되살린 삼강포구에서 출발하여 점촌과 유곡을 지나 영남대로의 역사적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특히 토끼비리의 아찔한 벼랑길과 고모산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문경이 지닌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길을 단순한 역사 탐방로가 아니라 '천년의 길을 걷는 역사 순례'라는 주제로 발전시키자.
옛 선비들의 과거길 이야기, 영남대로를 오가던 상인들의 삶, 문경새재를 넘나들던 길손들의 애환을 다양한 언어로 소개한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특별한 역사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길목마다 옛길의 역사와 인물을 소개하는 작은 해설 공간을 마련하고, 선비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좋겠다. 천년의 옛길을 걸으며 오늘의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이 길의 매력이 될 수 있다.

2. 둘째 길, 한국 마라톤의 전설을 만나는 '산악·자연 명상길'
삼강포구 → 점촌 → 호계 오정산 → 부운령 → 마성 외어리 → 봉명산 → 문경읍 →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이 길은 문경의 산과 숲, 능선과 계곡, 그리고 농촌마을을 연결하는 산악형 명상·힐링길이다.
문경의 산악자원은 단순히 경치가 뛰어난 것만이 아니다.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광은 일상의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특히 이 노선 가운데 호계 부운령 일대에는 매우 의미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호계면 부곡리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 권은주 선수의 고향이다. 권은주 선수는 한국 여자 마라톤 역사에 빛나는 기록을 남긴 인물이다. 최근 그녀의 마라톤 친구인 필자의 추천으로 문경시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사실 또한 뜻깊다. 먼저, 그녀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수락하신 문경시장님께 크게 감사드린다.

이제 이러한 소중한 인적 자산을 문경의 자연과 연결해 보자. 권은주 선수의 고향인 호계 부곡리와 부운령 일대를 단순한 산악 걷기 코스가 아니라, 한국 마라톤의 역사와 도전정신을 체험하는 특별한 스포츠 관광길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은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자연을 즐기고 자신에게 도전하는 인기 스포츠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문경의 산과 숲, 능선과 옛길은 이러한 새로운 스포츠 관광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의 지형과 기존 도로, 숲길을 면밀히 조사하여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문경 러닝·트레일 힐링로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도로 구간에서는 일반 마라톤과 건강 달리기, 숲길과 산악 구간에서는 트레일러닝과 산악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특히 권은주 선수의 이름과 도전정신을 활용한 청소년 러닝교실, 마라톤 캠프, 트레일런 축제 등을 개최한다면 문경의 스포츠 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마라톤의 전설이 태어난 고향길을 세계의 러너들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얼마나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인가. 다만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의 코스는 지형과 노면, 고도 차, 안전성 등을 고려하여 구분하고,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한다.

무조건 빠르게 달리는 길만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걷는 사람은 숲속에서 명상하고, 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가족 단위 여행자는 자연을 즐기는 다양한 스포츠·힐링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경의 산은 정복의 대상만이 아니라 쉼과 치유의 공간이며, 새로운 꿈과 도전이 시작되는 길이 될 수 있다.

3. 셋째 길, 선비의 풍류와 산사의 고요함을 만나는 '전통문화·산사 명상길'
삼강포구 → 점촌 → 산양 주암정 → 산북 근암서원 → 대승사 → 가도리 → 관음리 관음요길·도자기길·사과길 → 하늘재 → 문경읍 →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이 길은 자연과 유교문화, 불교문화, 도자기 문화, 그리고 문경의 대표적인 농촌 풍경이 어우러진 특별한 정신문화 순례길이다. 산양의 주암정에서는 옛 선비들의 풍류와 자연을 벗 삼았던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산북 근암서원에서는 학문과 인격을 닦으며 살아갔던 선현들의 정신을 되새길 수 있다. 천년고찰 대승사에서는 고요한 산사의 정취 속에서 잠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이 노선에서 주목할 곳은 관음리 일대의 관음요길이다.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와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도자기길'과 '사과길'을 연계하여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문경의 도자기는 오랜 전통과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도자기길에서는 흙과 불이 만들어 내는 장인의 세계를 만나고, 전통 도자기 제작과 다도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

여기에 문경의 또 다른 자랑인 사과를 연결한다면 어떨까. 가을이면 붉게 물드는 사과밭과 황금들녁으로 수 놓아진 농촌마을을 따라 걷는 '사과길'을 조성하고, 사과 수확 체험과 농가 방문, 사과를 활용한 먹거리 체험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행자들은 도자기길에서 장인의 정신을 배우고, 사과길에서는 농부의 땀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길은 지역 농가와 도예인,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B이어서 천년의 역사를 지닌 하늘재를 넘어 문경읍과 문경새재로 향한다면, 하나의 길 위에서 선비의 풍류와 산사의 명상, 도공의 장인정신과 농촌의 정취를 모두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특별한 한국 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

주암정에서 선비의 풍류를 만나고, 대승사에서 마음을 비우며, 관음요길에서 도공의 숨결과 사과밭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길. 이것이 문경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특별한 문화·명상·힐링길의 모습이다.

길만 만들지 말고, 여행자를 맞이하는 문화를 만들자.
이 세 노선은 각각 역사, 자연과 스포츠, 전통 정신문화라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새로운 길을 무조건 개설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기존 옛길과 숲길, 마을길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훼손을 줄이면서 안전성과 연결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제안한 세 노선은 아직 확정된 관광코스가 아니다. 앞으로 지역의 역사·문화 전문가와 산악·트레일 전문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실제 보행 가능 여부와 거리, 사유지 통행 문제, 산악구간의 안전성 등을 조사하고 구체적인 노선을 확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걷는 사람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길 자체뿐 아니라 여행자를 환대하는 마을과 주민들의 문화가 있다. 문경도 이러한 문화를 배워야 한다. 마을마다 작은 쉼터와 숙박시설을 마련하고,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연결하자.

여행자에게는 '문경 길손 여권'을 제공하여 노선별로 스탬프를 찍고, 완주자에게는 문경의 길을 걸었다는 특별한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영어·중국어·일본어 길 안내, 짐 운송 서비스, 대중교통 연계, 구간별 숙박 예약체계도 필요하다.

사찰 명상, 숲속 걷기, 전통차 체험, 도자기 만들기, 사과 수확 체험, 농촌마을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단순한 걷기 여행을 넘어 진정한 치유와 성찰의 여행이 될 것이다. 나아가 길을 따라 위치한 농촌마을들이 각각 특색 있는 숙박·음식·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길을 찾은 여행자가 하루를 묵고, 지역 음식을 먹으며,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다음 마을로 걸어가는 관광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관광의 혜택이 특정 지역이나 대형 시설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마을과 주민들에게 고루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지역관광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세계인이 찾아오고, 시민이 행복한 문경을 꿈꾸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단순히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산티아고가 서양의 순례문화에서 출발한 길이라면, 문경은 한국의 역사와 동양의 정신문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길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산티아고가 세계인의 순례길이라면, 문경은 세계인의 명상·힐링길이 되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제안한 글로벌 K-사극 콘텐츠와 점촌 도심 국제 길놀이 축제, 그리고 이번에 제안한 명상·힐링길은 결코 별개의 관광사업이 아니다. 세계적인 K-사극 콘텐츠가 문경을 세계에 알리는 길, 국제 길놀이 축제가 점촌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 그리고 명상·힐링길이 세계의 여행자들을 문경에 오래 머물게 하는 길이다.

여기에 삼강포구의 옛 주막 복원, 권은주 선수의 고향을 활용한 마라톤·트레일런 길, 관음요길의 도자기길과 사과길을 연계한다면 문경의 역사와 문화, 스포츠와 농촌관광은 더욱 풍성하게 연결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 전략들이 하나로 이어질 때 문경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글로컬 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의 기준은 거창한 관광시설이나 일시적인 방문객 증가에만 있지 않다. 지역 주민의 소득이 늘어나고,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며, 중앙시장과 골목상권에 활력이 돌아오고, 마을마다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B관광객이 잠시 들렀다 떠나는 문경이 아니라 하루를 묵고, 며칠을 걸으며, 다시 찾아오고 싶은 문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문경은 관광객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넘어, 세계인에게 어떤 경험과 감동을 선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문경의 산과 강은 이미 아름답다. 천년의 옛길과 역사문화 또한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거대 시설보다 기존 자산을 연결하는 지혜와 창의적인 상상력, 그리고 이를 실현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문경은 길이다.
과거의 꿈이 살아 있는 길, 오늘의 삶을 치유하는 길, 그리고 미래의 세계인을 만나는 길.
이제 그 길을 세계로 열어야 할 때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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