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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문경시민의 亭子文化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며
박 윤 일
전 경북대,충주대 겸임교수
서울차문화포럼 사무총장
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6년 06월 18일(목)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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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주암정사랑회 정창식 회장이 기획주관하여 문화를 사랑하는 문경인들과 문경의 대표적인 정자투어를 하게 되었다. 이 행사가 없었더라면 문경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 것도 모르고 지낼뻔했다. 정창식 회장은 해마다 주암아회라는 공개 음악회를 개최하며 누구보다도 문경과 주암정을 홍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는 문경의 대표적인 정자를 꼽으라고 하면 백석정,병암정,주암정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먼저 간 곳은 백석정白石亭으로 영순면 이곡리 산등성이에 강제姜霽 선생이 세운 곳이다.

정자는 선비들의 학문과 교류,수양의 전당으로 시인과 묵객들이 읊은 시를 현판으로 걸어놓아 그 연륜과 명성을 알게 했다. 이를 국문학에서는 ‘누정문학’樓亭文學’이라고 하는데 백석정에도 詩가 있다. 조선시대 문신으로 정자를 세운 백석白石 강제姜霽 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 흰 돌은 천년토록 희고 / 긴 강은 만고에도 길구나 ... ”
白石은 슬하에 아들이 없어 사위인 구선윤에게 이 정자를 물려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석정을 구씨 정자로 부르기도 한다.

이 정자는 1998년 중건되었는데 중건에는 구본덕 전 문경시 행정국장의 도움이 컸다고 전한다. 백석정에는 대한민국 서예대상 수상자인 롱곡 조용철선생이 쓴 중건기 현판이 걸려있다. 중건기 현판의 서문에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 낙동강 천삼백리 누정樓丁은 많이 있지만 ‘백석정’만한 정자는 없더라”

두 번째 방문한 호계면 봉천사옆 병암정의 정자에도 19세기초 병암 김현규선생이 쓴 기문이 있었다. 병암정을 찬양하는 詩도 게시되어 있어 정자의 멋을 더해주고 있다.

병암屛巖선생은 19세기 전반기 문경지역의 유학자이며 부훤당 김해김씨의 6대손이다. 병암 선생은 학문을 즐기며 후진 양성에 힘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쓴 기문에는 정자를 세운 취지가 아주 잘 드러나 있다.

“....무릇 이곳의 아름다운 승경勝景과 천석泉石 즐거움이 풍류객들에게 주어지고 오동나무 누대와 버드나무 연못이 정자 옆에 있으니 여기에서 한가로이 완상하며 자조하기에 충분하노라. 젊은이들이여 학문에 정진하라, 학문에 정진하라 ”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산북면 서중리에 위치한 주암정이다. 주암정은 채훈식 노옹이 정성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주암정에는 후손이 지은 기문은 있지만 시문은 아직까지 발견된 것은 없다. 이것은 정자의 역사가 길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근대 이후부터 정자문화에 대한 인식결여나 관심부족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주암정에 대한 찬시讚詩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주암정 문화에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 지역의 저명 시조시인 민명찬과 조향순 시인의 詩가 주목을 끌고 있다.

먼저 민병찬 시인의 연시조 중 첫째 연의 시문이다. “ 월방산 팔 하나가 슬금슬금 내려와서 /들과 마을 다독이며 금천까지 손이 닿자 /벼랑 끝 배바위(주암舟巖) 한 점 장고 끝에 놓은 묘수” 라고 하며 월방산의 팔이 놓은 묘수가 주암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조향순 시인도 주암정을 시인의 감각으로 아주 예리하게 그리고 있다.

“ 산으로 올라가던 배 /기슭에서 멈추어 돌아보니/ 멀어진 바다/너무 많이 와 버렸네....”

초여름의 싱그러운 햇살 아래 문경의 대표적인 정자인 백석정, 병암정, 주암정을 둘러보며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정자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멋과 철학, 그리고 선비문화를 담아낸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자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쉼터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정자는 학문과 인격도야의 공간이었으며, 선비들의 교류와 풍류의 장이었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명승지에 자리 잡은 정자에서는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논하고 시를 짓고, 후학을 가르치며 세상을 걱정하는 선비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었다.

우리나라의 선비들은 자연을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삶의 스승으로 여겼다. 높은 산을 보며 절개를 배우고, 흐르는 강물을 보며 겸손과 포용을 익혔다. 정자는 바로 그러한 자연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을 닦는 수양의 공간이었다. 권력과 재물을 좇기보다 학문과 도덕을 중시했던 선비들에게 정자는 정신적 안식처이자 이데아를 꿈꾸는 작은 공간이었다.

정자는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학문과 예술,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었던 우리 문화의 상징이다. 문경의 백석정, 병암정, 주암정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푸른 산을 바라 보노라면, 선비들이 왜 이곳에서 학문을 논하고 시를 읊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정자문화亭子文化의 계승은 곧 선비정신의 계승이다. 그리고 선비정신의 계승은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이제 우리도 정자문화에 대하여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보자.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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