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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사칼럼 ]5월 문경찻사발축제에 붙여
박 윤 일
사)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서울차문화포럼 사무총장
전 경북대,문경대 겸임 교수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2일(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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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계절의 여왕 5월과 더불어 문경찻사발축제의 시즌이 다가왔다. 문경찻사발 축제는 전국 최우수 축제,대표축제 등의 최고의 타이틀을 얻으며 한동안 대성황리에 개최되었다. 하지만 대면 모임과 행사가 제한 내지는 금지되는 세기의 대역병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상당기간 축제가 위축되었다. 다행히 최근 문경시 당국의 적극적인 축제행정으로 과거의 축제 기운이 어느 정도 되살아날 기운이 일고 있음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경의 찻사발 축제는 오미자축제, 사과 축제와 더불어 문경시의 3대 축제의 하나로 각광받아 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문경시 당국은 특별히 찻사발 축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전국적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문경찻사발,새롭게 아름답게”라는 산뜻한 주제어로 활기찬 준비를 하고 또 하고 있다. 그런데 축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찻사발은 어떻게 문경에서 태동이 되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 지난 1969년경 신(申)정희라는 당시 골동품 상인이 문경을 찾아왔다. 그는 조선찻사발(한자어로 다완)이 일본에서 엄청나게 고가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때문에 전국 여기 저기 다완을 구하기 위하여 찾아 다녔다. 그러나 다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 대안으로 찻사발(다완)을 재현할 수 있는 도공을 찾았다. 전국 여기저기에 있는 도공들을 찾아가 찻사발(다완)의 모델과 그림을 보여주며 재현해 볼 것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좀처럼 그가 기대하는 다완이 재현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시 민요지로 알려진 문경을 찾아오게 되었다. 당시 문경의 여러 도공에게 다완재현을 주문해 보았지만 역시 좀처럼 그가 원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와중 때마침 서선길의 가마에서 요강, 화분 등을 만들고 있는 천한봉을 만났다. 그는 천선생에게 다완재현을 주문하였다. 그러자 천선생은 눈살미가 있고 성형기술이 뛰어나서인지 이내 그가 원하는 다완을 근사하게 만들어 내었다. 몇 차례 실험 끝에 그가 원하는 조선다완이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그러자 그는 천이 만든 조선찻사발(다완)을 일본에 가서 전시회 등을 통해 판매하였다.

그 당시 그의 제의로 천 선생이 재현한 문경찻사발(다완)은 예상외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런데 신정희는 일본에 문경다완을 가져다 팔면서 그가 재현하였다고 말하였다. 이 때문에 일본 주요 언론에서는 신정희를 ‘환상의 다완을 재현한 도공’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였다. 이로 인해 상당기간 신정희는 조선다완을 재현한 실제 조선도공으로 일본에서 화려하게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거짓 명성은 결코 오래 가지 않았다. 호기심 많은 한 일본의 다완전문가로부터 전시장에서 다완 시연을 제안받은 그의 발물레 솜씨는 서툴렀고 이내 그의 실체가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그가 일본에 가져가 판 다완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문경의 천한봉이라는 도공이 재현하였다는 사실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부터 일본의 많은 바이어들이 천한봉의 다완작품을 구하기 위하여 문경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문경은 일약 조선찻잔(다완)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하는 고장으로 일본에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신정희는 일본 바이어 등과 법적인 분쟁에 휘말리면서 관계가 악화되어 일본과 더 이상 거래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문제로 당시 ‘조령요’에서 함께 일하던 신정희, 서선길,천한봉 세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다. 그 후 그들 중 천한봉은 문경요, 서신길은 진안요, 신정희는 조령요라는 가마의 이름으로 각각 독립하였다. 특히 신정희는 경남으로 내려가 ‘조령요’라는 이름으로 도예활동을 하다가 오래전 작고하였다. 그가 경남에까지 내려가서 문경지역의 한 이름인 ‘조령요’라는 가마명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아마도 천 선생이 재현한 다완이 초창기 일본에서 ‘조령요’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렸기 때문에 이 명칭을 그대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당시에 성형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은 관음리 김성기도공을 양산으로 데려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유명한 문경찻사발이 탄생된 기원이다. 당시 신정희라는 사람은 골동품 상인으로 문경에 조선다완의 재현을 제안한 사람이었고 이를 실제 재현한 사람은 천한봉 선생이다. 이 사실이 일본에 널리 알려지면서 천 선생은 조선다완 재현의 제1인자로 인정받으며 마침내 일본 천황의 문화훈장까지 받게 되었다.

1970년도경 우리나라 경제 및 문화수준은 청자나 백자와 같은 외형상 보기 좋아 보이는 도자기도 찾는 사람도 흔치 않았다. 하물며 외형이 투박하고 볼품도 없는 찻사발을 찾는 사람이 있을 리는 만무하였다. 더욱이 수요도 없는 찻사발을 만드는 도공이 전무하였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개밥그릇’ 정도로 하찮게 여기는 찻사발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상류층 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임진왜란을 문화사적인 측면에서 '도자기 전쟁‘이라고 한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도자기 전쟁 중에서도 조선다완 전쟁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은 그토록 열망하던 찻그릇인 다완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류층에서는 수백년 전부터 다도가 성행하여 왔다. 다도에서는 다완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조선다완이 다도를 함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도자기로 평가되었다. 조선다완은 일본의 국보나 문화재로 지정하여 신앙처럼 떠받들어지기도 하며 일본 상류귀족층 차인들이 열광하는 도자기이다. 그것은 조선다완의 투박한 형태와 색이 어떤 도자기 보다 일본의 차 정신인 와비사비, 즉 소박하고 쓸쓸한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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