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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고독, 그리고 곡선의 삶
시인․수필가 김병연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5년 04월 15일(화)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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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문경시민신문 | | 누구나 자유(自由)를 바란다. 구속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자유롭게 여행이라도 하려고 하면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빈곤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하며, 소외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참여라는 구속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완벽(完璧)한 자유(自由)란 현실(現實) 속에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자유롭기를 바란다.
권력으로부터 개별성과 독창성을 침해당했을 때 우리는 저항해 왔다. 유사 이래 인간은 체제의 억압과 싸워온 결과로 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으며 제도적 억압은 적어졌다. 그럼에도 부자유를 느낀다. 이는 희망을 막아서는 벽으로부터 오는 절망감 때문이 아닐까. 희망을 실현하기란 하늘에서 한 톨의 낱알을 찾는 새의 입장과 유사한지도 모른다.
냉전시대에서 해방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구속은 적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에 대한 갈증은 더 커져 간다. 자유는 새가 하늘에서 낱알 찾기와 같이 어려운 것인가. 아니면 자유의 홍수 속에 떠내려가면서도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세상은 매일매일 선택을 요구하며 자유 상태임을 확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으로부터 진로와 배우자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자유의사(自由意思)를 묻고 묻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자(或者)는 자유가 감옥과는 다른 종류의 고통이라고 했지만, 정말 선택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타인이 대신해줘 모든 선택을 빼앗긴다면, 이는 억압이요 독재(獨裁)일 것이다.
자유와 부자유는 자유의사에 의한 선택 여부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자유스러운 선택을 행사하면서도 부자유를 느끼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결과, 노력 없는 요행, 이성보다 감성적 욕망 등이 통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 어떤 선택이건 시간이 경과된 후에는 결과를 만나게 된다. 흐르는 시간은 선택의 결과를 만들어 보여 준다.
스스로 선택은 했지만 정말 나의 뜻이었나. 남이 하니 따라 한 선택은 아니었나. 후회 없는 선택(選擇)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비탈진 산길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튼튼한 근육이 필요하다. 선택의 순간 튼튼한 근육이 필요하다. 생각의 근육은 질문, 반성, 고민을 통한 사고의 기회로 튼튼해질 것이다. 삶의 여정 중에 만나는 경사는 산길보다 훨씬 험할 수 있다.
행복한 자유는 어디로부터 올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와 소통하고 있나. 나를 만나야 한다. 나를 대면하기 위해 홀로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과 실천 사이에서 묻고 느끼고 찾아내는 기회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워 삶의 여정에서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
고독(孤獨)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최선의 장소(場所)이다. 세상(世上)은 너무너무 시끄럽고 끼리끼리 떼 지어 흐른다. 휩쓸려 남의 삶을 살 것인가. 나의 삶을 찾을 것인가.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온전한 자유를 어떻게 만날까. 가슴을 울리는 선율을 만드는 손가락에서 자유를 보고, 빙판에서 펼치는 외날 위의 묘기에서 자유를 느낀다. 고독 속에 태어났을 한 편의 시로 해방의 탄성을 지르고, 달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로부터 희망찬 자신감을 본다. 모두 한길만 보고 최선을 다한 결과이다. 산길을 걷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평안을 보고 기도하는 성직자의 모습에서 평화를 본다. 그중 상당수가 내려놓은 이들의 모습이다.
고독(孤獨) 속의 최선(最善), 풍요(豐饒) 속의 내려놓음이 자유(自由)를 만나게 한다.
직선은 두 개의 점을 잇는 가장 짧은 하나의 선이다. 우리는 이제 너무도 직선에 친숙하다. 직선적 환경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사냥하고 밤에는 쉬던 시대의 시간은 낮과 밤으로 구별되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욕구의 증가는 시간을 톱니바퀴로 표시하는 직선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시간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결국 단위시간에 누가 더 많은 것을 갖는가를 계량하게 되고, 크고 작음의 비교는 한없는 욕망을 만들어 나갔다. 결국 기준이 되는 직선의 수가 점점 늘어나서 수많은 직선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들이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을 찾아 직선으로 움직인다. 폭포가 그렇고 유리창의 빗물은 직선을 그린다. 하지만 강물은 굽이굽이 돌아 흐른다. 높은 산정에 올라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내려다보면 저 멀리 구불구불 은빛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을 보게 된다.
평탄한 평야에서도 산과 산 사이에서도 구불구불 흐르는 강은 평화를 느끼게 한다. 구부러진 강은 물을 공급하여 주변에 마을을 만들었다. 강은 휘어져 흘러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키운다. 강은 굽어서 온전히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본다. 그러나 출발점도 도착점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지만, 휘어진 강에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듯이 목표는 멀리 있는 것만 같다.
물의 양이 많고 거세면 더욱 굽어져, 곡류(曲流)를 만들어 가야 할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부딪치면 피하고, 멀어지면 인내하고, 늦어져도 서두르지 않으며 묵묵히 자기의 일을 다하는 강물이다.
휘어져 이루어지는 목적 달성은 완벽하다. 강은 물론이고 뒤틀린 소나무에서도 궁극적 온전함을 본다. 대나무 숲에 들어가면 직선뿐인 듯싶지만, 대숲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끝은 적당히 굽어 쉼 없이 바람에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직선과 곡선의 어울림 속에서 아름다움과 여유를 보게 된다.
멀리 가려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직선의 시대에 이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도 크다.
어느 경우에도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강물은 어떠한 장애물(障礙物)에 부딪치며 굽이굽이 돌아가도 결국은 바다에 도착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그렇게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여유롭게 그리고 도도하게 구불구불 돌아 흐르는 강물 같은 곡선의 삶을 살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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