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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의 불일산(佛日山)을 찾다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4년 08월 16일(금)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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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지도에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산들은 위치와 높이, 등산로와 소요시간까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옛 문헌에는 이름이 등장해도 지도에 나오지 않으면 알 길이 없으므로 답답할 수밖에 없다. 후자에 속하는 산이 바로 기우제를 지냈다는 <불일산(佛日山)>이다. 불일(佛日)이라는 말은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의 광명을 해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또는 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을 뜻하므로 그 산은 그저 평범한 고봉 준령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경 8경 중의 하나인 쌍용계곡에는 민우식(1885~1973)이 지은 <사우정(四友亭)>이라는 정자가 있다. 여기서 사우란 청풍, 명월과 고산, 유수가 벗이 되는 천혜의 비경을 뜻한다. 사우정기에 삼산이수(三山二水)의 자리에 정자를 짓는다며 청화산과 도장산과 불일산이 삼산, 내서천과 쌍용천을 이수로 언급하고 있다. 청화산과 도장산은 누구나 아는 산이지만 불일산은 생소하기만 하여 이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삼산으로 묶어서 부르는 걸 보면 필시 청화산과 도장산에 인접한 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자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을 아무리 살펴봐도 감이 잡히는 산이 없어 계속 관련 자료를 찾아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영조 때 홍양한이 지은 <여지도서> 산천조에 대야산, 불일산, 용뢰산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대야산의 경우 기우제를 지내면 감응이 있다고 했고, 불일산의 경우 기우단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을 감안할 때 쌍용터널 위에 기우단이 있어 지역의 수령이 관장하는 기우제나 민간에서 올린 기우제가 여기서 행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작은 용추와 큰 용추는 쌍용이 산다고 하는 매우 신성한 지역으로 이 용추에 산짐승의 피를 뿌리면 용이 노하여 비를 내린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의문의 실마리가 조금 풀려간다. 농암에서는 사현리 뭉우리고개와 궁기리 절골, 연천리 말바우에서 기우제를 지냈고, 내서리 광정마을에서도 기우제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기록하고 있으니 내서리 기우제는 불일산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청화산의 연봉인 시루봉은 천지가 개벽할 때 물이 가득 차올라 시루 밑구멍만큼만 남아서 시루봉이고, 시루봉과 붙어 있는 연엽산은 연잎만큼만 남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니 이 산들은 물의 전설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기우제와 관련성이 농후해진다.

김정호의 <대동지지> 경상도 문경현 산수조에 ‘<불일산>은 가은현에 있다. 서남으로 이십리에 있고 대야산으로부터 왔다. 기우단이 있다.’로 적고 있는데, 당시 농암은 가은현 가서면에 속해 있었으니 합당하고, 대야산과도 맥을 이루고 있으니 수긍이 되는 기록이다. 또한 신경준의 <산경표>에는 ‘불일산은 대야산과 화산(청화산)의 중간에 있고 문경의 남쪽 이십리에 있다.’고 적고 있는데, 여기서도 대야산과 청화산의 사이에 시루봉이 있다는 위치(거리)와 서남쪽이나 남쪽에 있다는 방향은 대동지지와 산경표의 내용이 서로 일치하며 실제 대야산에서 시루봉의 거리가 이십리쯤 되므로 불일산이 시루봉이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된다. 권섭의 <옥소고>에 대야산 기우제문이 전해지는데 대야산(大耶山)을 대치산(大治山)으로 쓰고 있는 오류를 보면 당시 기록을 정확하다고만 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의 여지는 감안해야 할 것이다.

청화산과 도장산이 있는 곳을 지자체에서는 이중환의 택리지 등을 참고해 37.8Km의 <우복동천로>를 조성해 놓고 있다. 회란석-도장산-갈령 구간은 <도장산>, 형제봉-천왕봉-문장대-밤티-늘재 구간은 <속리산>, 청화산-시루봉-장군봉-회란석 구간은 <청화산> 구간이다. 여기서 시루봉은 우복동의 한 부분이자 쌍용계곡을 품고 쌍용천을 흐르게 만드는 하나의 봉우리임을 확인하게 되고, 그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내가 합수하는 지점에 사우정이 자리하고 있다. 우복동천로는 하나의 길이지만 산과 물이 길지를 만든 최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삼산인 속리산과 도장산과 청화산이 한강과 낙동강과 금강을 만든 최고의 길지로 산좋고 물좋으며 변화가 없는 도원경이니 신성한 땅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기우제를 지내던 쌍용 용추와 천지개벽시 물의 심판에서 살아남은 시루봉과 연엽산은 이제 불일산으로 불러도 될 법하다. 왜냐하면 시루봉은 제사를 지내는 떡시루의 형태이고, 그 아래 세걔의 연꽃송이라는 연엽산(연화산)이 있으며 연엽산 앞에는 심우도의 소가 엎드려 있는 우복산(牛伏山)이 있는 주변 지형 때문이다. 다시말하면 불일산은 부처를 의미하고 그 부처 앞으로는 떡시루가 있으며, 그 앞에로는 연꽃이 세송이가 활짝 피어 있고, 그 아래 소 한 마리를 타고 선한 백성이 비를 찾아 나서고 있으니 어찌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하겠는가.   

<쌍용구곡>을 경영한 민우식의 6곡이 <안도석(安道石)>인데, 그곳은 기우단에 있는 곳으로 천혜의 비경에 도로로 낼 수 없다 하여 굴을 뚫었기에 쌍용터널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이곳의 풍경을 보고 “지금 높아 오르지 못한다 말하지 말라 休說而今高莫攀 / 문을 통해 나아가면 자취를 좇을 수 있으리 由門進道可追跡”라 쓰고 있다. 하늘에 이르는 문이 있어 간구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기우제를 잘 올리면 하늘이 응답한다는 뜻이 아닌가. 불일산은 아무리 가물어도 기우제만 정성껏 올리면 부처가 잠시 해를 가려 비를 오게 하는 곳, 늘 푸른 청화산이 품고 있는 시루봉이라 단정해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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