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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加)에서 가야 뿌리를 찾다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4년 03월 19일(화)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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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문경시민신문 | | 신라 초 고령가야국에는 <가해현>이 있었다. 그 현은 가은과 농암을 포함하는 지역이었고, 신라 첨해왕이 침공 후 복속하여 사벌주 고동람군 <가해현(加害縣)>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 지명의 뜻을 새겨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나쁜 일이 거듭되는 지역”으로, 달리 말하면 “모반이나 반역의 기운이 맴도는 곳”이라는 흉지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름을 신라 경덕왕이 <가선현(嘉善縣)>, 즉 “아름답고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대단한 길지로 고쳐버렸다. 왜 그랬을까? 반역의 땅을 그대로 두면 후일 모반으로 큰 문제가 생기게 될 수도 있어 미리 이름을 고쳐 좋은 기운이 싹트도록 개명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봉암사의 진산인 희양산은 “산이 사방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물은 백겹으로 띠처럼 되어 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한 산세의 지형”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기가 가장 센 곳으로, 절이 들어서 승려들의 거처가 되지 않는다면 도적의 소굴이 된다.”며 그냥두면 흉지가 되고, 절을 지으면 명당이 된다하여 지증대사가 여기에 봉암사를 지은 것이다.
그런데 지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나서 다시 <가선현(嘉善縣)>에서 <가은현(加恩縣)>으로 바뀌게 된다. 즉, “은혜를 내려주는 땅”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은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는데 큰 힘이 되어준 아자개와 견훤의 공을 기려 지명을 하사하였다. 왕건에게 아자개와 견훤이 자발적으로 두 손을 들고 고려로 귀부했으니 충분히 그럴법한 사유가 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글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가>자 인데, 가해현(加害縣)에서 가선현(嘉善縣)으로 바뀐 뒤 가은현(加恩縣)이 되면서 “加→嘉→加”의 순으로 나타난다. 신라는 가야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농경문화를 꽃피우면서 철까지 생산 수출하며 강소국으로 발전해 나가자 눈에 가시처럼 여기게 된다. 반도의 중심인 상주 문경지역에 고령가야국이 자리를 굳게 잡으면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 등으로 뻗어나갈 진출입로가 막히고 자국 영토 확장에 걸림돌이 되므로 침공을 꾀한다. 고령가야국의 힘과 기세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천연 요새지인 가해현을 반역의 땅으로 낙인찍고 침공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그 근거가 되는 게 가야를 표기하는 한자에서 새로운 사실이 읽혀진다. 가야를 한자로 <伽倻(절가+땅이름야, 절이 있는 곳)>라고 쓰는 데, 명산대찰이 있는 가은 봉암사와 가야 해인사 두 곳 모두 가야국에 해당되며 가야금, 가야산도 같은 한자로 표기한다는 점이 그렇다.
가야(伽倻)의 한자표기는 원 자료로 가치가 없는 고려후기에서 조선 전기시대에 쓰기 시작했으니 큰 의미는 없지만, 삼국사기에는 가라(加耶), 삼국유사에는 가야(伽倻)로 썼다. 그러나 가해현에서 가은현으로 지명은 변해도 어근처럼 변하지 않는 글자가 <가>자로, 가야국의 <가>와 가은현의 <가>가 왜 같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고려 광종15년(964년)에 상주목 함령군 가은현이 되었다가, 고려 공양왕2년(1390년) 문경현(加東, 加北 加縣, 加南, 加西)에 포함되었으며, 1914년 가은면(가동, 가현, 가북)과 농암면(가남, 가서)으로 나눠지면서도 <가>자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유독 <가(加)>자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적어도 이곳 지세가 범상치 아니하여 큰 인물이 난다거나 국난을 막아주는 성지가 되는 곳으로 축복을 더하는 땅임을 입증해주는 것은 아닐까? 변화난측한 역사의 파고에도 고령가야국의 뿌리인 가(加)자를 끝까지 승계한 가은현! 기와 운을 연면히 이어온 성지엔 견훤이 탄생하고 견훤산성을 쌓았으며 나아가 기세를 키워 후백제를 건국했다는 건 우연이 아닐 터이다.
가(加)자는 더하기의 의미를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글자다. 배움을 더하고 덕을 더하며 사람을 더하고 힘을 더하면 나라도 세울 수 있다는 덧셈의 미학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가야에 대한 몇 가지 기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나(駕那)설>은 “끝이 뾰족한 관책(冠幘)”이라는 뜻이고, <평야설>은 남방 잠어에서 “개간한 평야, 가라(Kala)”라고도 부른다는 것. <간나라(神國)설>은 “신의 나라, 또는 큰 나라”라는 뜻을 갖고, <갓나라(邊國)설>은 “한반도 해변가 지방”의미로 불렸다는 것이다. <가람(江)설>은 “가야가 낙동강 지류인 강(가람) 또는 갈래”라는 뜻을 갖고, <겨레(一族)설>은 알타이 제어의 ‘사라(Xala)에서 가라(Kala)> 가야(Kaya)> 캬레(Kya+re)> 겨레(Kyeore)로 음운 변천된 것”이며, <성읍(구루溝婁)설>은 “큰(大, 長) 성읍”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바로 <겨레(一族)설>이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길게 남북으로 분포한 연맹이 곧 가야 겨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가야 역사를 말할 때 고령가야국을 제외시키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구산선문인 봉암사의 기운은 우리나라 호국도량으로서 국운을 좌우하고, 후에 후삼국 중 한때 가장 위세를 떨친 후백제 견훤대왕을 탄생시켰으며, 왕릉에 도도히 흐르는 대왕의 기운으로 태어난 운강 의병장과 도암 의병장은 일제로부터 나라를 지켜맨 큰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산들이 옷을 여민 것 같은 병화가 없는 청화산 아래 우복동과 신선이 노니는 선유동의 길지 기운 등으로 삼한의 갑남을녀들이 찾고 싶은 으뜸 고을로 자리매김하는 복지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기에 고령가야국의 주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애향 위에 애국을 더해가는 가야겨레인의 모범적 삶을 지향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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