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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피리 악극단)의 희망공연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26일(화)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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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625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이 땅에 희망이라곤 겨우 손바닥만한 하늘에 희미한 해 하나밖에 없던 농암, 1955년 3월 어느 날, 김병승의 주도로 한우물 청년 열세명이 모여 희망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전후 세상은 더 흉흉하고 무장공비들도 아직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데다 실의에 빠진 국민들은 자포자기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을 무렵, 애국 청년들이 결사하여 나라를 구하기 위한 의병들처럼 <버들피리 결의>한 다음 새 희망을 심는 악극단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름은 아무리 거센 세파에도 꺾이지 않는 버드나무처럼, 그 나무가지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서 봄의 생명력을 함께 나누자는 뜻으로 <버들피리 악극단>으로 이름 짓는다. 단장에는 김병승, 단원에 이병수, 임상수, 이상직, 권오선, 권오식, 장수환, 우경구, 우영철, 김병주, 김병운, 곽연회, 이석이 이렇게 13명의 청년이 뜻을 같이 했고, 특별 손님으로 농암지서의 차석과 농암면사무소 부면장을 포함, 총 15명이 공연장으로 출동하였다.

무대에는 전후 시대적 상황에 맞는 2가지 제목의 연극을 상연하게 되었다. <황금의 설움>은 뼈저린 가난의 설움을 떨치고 희망의 나라로 향하는 내용으로 공연장은 온통 눈물과 희망의 범벅타령이었다. 막이 오르면 관객들은 연극에 빨려들어 갔고, 시종일관 숨 돌릴 틈도 없이 격하게 공감하는 동병상련의 거대한 해일이었다. <여인의 일생>은 당시 파란만장했던 비극적인 여인의 삶을 담아낸 피눈물 나는 한많은 스토리였으니 누구 봐도 손수건을 흠뻑 적시고 심지어는 꺽꺽 목놓아 울면서 슬픔의 바닥까지 다 토해내는 극한의 카타르시스로 몰입시켰다.

이런 극을 만들기 위한 악단들의 노력과 연습은 쉽지 않았다. 배역을 정하고 대본을 외는 것도 어려웠고 분장과 소품과 연출도 간단치 않았다. 특히 어른들께서는 “멀쩡하게 젊은 놈들이 일은 안하고 상놈의 말광대 짓을 하고 다닌다”며 호통을 치는가 하면 김병운씨같은 경우 노는 자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며 아예 집에서 쫒아내기도 했지만 그런 악조건들을 목숨 걸고 견뎌냈다. 극단의 공연이 날로 인기를 끌자 문경군 내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 요청이 쇄도 했고, 이에 극단단원들은 고생을 무릅쓰고도 그 요청에 화답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했다. 소품을 운반할 차량이나 달구지도 없었으니 지게에다 각자 엄청난 무게의 소품을 지고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는 고행을 즐거이 받아들였다. 일부 이장들은 무거운 소품을 마을 자체에서 만들어 공급하기도 했기에 그것은 악단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단원들은 저마다 자기 재능을 최대한 발휘했는데, 김병승은 도시에서 중등학교를 다니면서 쌓은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연출과 지휘를 맡았고, 빼어난 목청과 넌출진 가락에 일가견이 있는 장수환은 극 중 창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발군의 실력으로 갈채를 받았다. 연극에서 여자 배역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여장을 등장시켰는데 오히려 여자 이상으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김병운,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새신랑 역할을 더 실감나게 할수 있었던 진정한 새신랑 이병수씨 등은 극을 더 극적으로 만들었다.

현재 단원들 중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 김병운씨! 당시 여성 배역으로 출연하여 너무 이쁘고 연기를 잘해 인기도 누렸지만 공연 중 예상치 못한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단다. 야간 공연시 은성광업소를 통해 확보한 칸델라 불 6개 정도면 공연이 가능했고, 그것은 전깃불보다 밝다고 느꼈단다. 그런데 여장을 한 그가 입은 치마는 동네 갓 시집온 새댁의 “뉴똥치마” (당시 최고의 비단치마)를 빌려 입은 것으로 공연을 하다가 그만 실수로 치맛자락이 칸델라 불에 닿는 바람에 치마가 손상되어 거액의 배상을 해야 했으니 이를 어찌 해결할 것인가 눈앞이 캄캄했단다. 그 뒤 비싼 치마를 물어주기 위해 공연 시마다 마을 이장들이 조금씩 찬조해 주는 돈을 꾸준히 모아 겨우 그 가격의 일부를 배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면서 그때의 상황은 너무 힘들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공연을 위해 이동하는 중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는 일은 누가 뭐래도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공연이었단다. 당시 삼송리는 농암면이었으니 당연히 공연을 해야 하므로 고무재에서 소품을 지게에 지고 그 험한 재빼기를 넘으면서 청년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까? 를 묻는다면 그 답은 어른들의 비난처럼 “비싼 밥먹고 먹고 할 일이 없어서 그 짓을 했을까?”는 절대 아니었다. “천부당만부당 당연히 아니올시다.”이고, 그들은 사기충천한 애국청년으로 남다른 애민정신을 발휘하여 아낌없이 뜨거운 청춘을 불태웠던 것이다.

공연을 하기 위해선 지역민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했지만, 이와 반대로 오히려 훼방과 협박을 일삼아 신변의 위험을 감내하기도 했단다. 골이 깊은 화북과 청천면 삼송리 등의 공연시에는 마을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여 곤경에 빠지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보도연맹 등 좌익세력들이 버들피리 악극단 공연시 반공과 계몽 교육 등에 반대하여 직접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때 마을 이장과 우익주민들을 적극 설득해 공연을 무사히 치르긴 했지만, 그 밤에 적색분자들이 숙소로 몽둥이를 들고 몰려와 마룻장을 몽둥이로 내리치며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여 일촉즉발의 위기 직전까지 가는 등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도 있었단다. 이후 좌익 세력의 위험을 피해 궁기와 갈골 등에 사는 몇 가구는 한우물로 이사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연극의 힘은 결코 미약하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렇다면 왜 뜬금없이 경찰이 악단과 같이 활동을 했고, 또 부면장도 동행을 했겠는가? 경찰은 반공교육을 시키면서 공비 적발시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며 주민을 계도하는 자리였고, 부면장은 전쟁 뒤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며 나라를 가난에서 하루빨리 구제하고 재건하자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므로 악단들은 단순히 공연만을 위한 젊음의 잔치가 아닌 좌익 우익이 충돌하고 공산당이 설치는 혼란한 나라를 민주주의 나라로 바로 세워야 한다는 구국일념과 가난 타파를 위해 더욱 근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집회 현장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장한 청년들의 결사조직이었던가.

극단이 결성된 후 5년여를 활동하며 문경지역을 변화시킨 버들피리 악극단! 그들은 세상을 풍자한 노래 <물방아 도는 내력> 처럼 버들피리를 힘차게 불며 당시 초라하고 남루한 정객들과 정파를 풍자하는 연극을 통해 나라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위정자들의 무능을 탓하면서도 주민들로부터 아낌없는 갈채를 받던 <황금의 설움>과 <여인의 일생>은 민중(民衆)의 애환을 시원하게 해소하며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친 국민들에게 큰 위로와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던 것이다.

“고향 앞에 버드나무 / 올봄도 푸르련만 / 호드기를 꺾어불던 / 그때는 옛날” 이기는 하지만, 매년 봄이 오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련다”라고 노래하며 버들피리 단원들은 조국사랑에 마음을 기울이고 있으리라. “진달래도 개나리도 생긋 웃는 봄 / 시냇가의 버들피리 / 빕 비리비리 비리비......” 그 날의 생동하는 봄기운을 그들은 지금도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해주고 있지 않는가.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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