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5-09 오후 05:18:1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결혼/돌
부고안내
 
뉴스 > 오피니언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백로는 길지에 산다​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3년 09월 13일(수) 15:34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문경시민신문
한일합방이 되던 그날은 우리에게 얼마나 비극적이고 치욕스런 날이었던가? 소액의 소매치기를 당해도 서러운데 나라를 통째로 빼앗겼으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나라가 힘이 강하고 잘 살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기나 하겠는가? 이는 우리가 자초한 결과로 ‘자업자득(自業自得)’이자,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종두득두(種豆得豆)’의 논리가 딱 들어맞는다.

조선 왕조 하반기부터 우리나라는 거의 시련의 연속이었다. 선조 때 당파싸움으로 피비린내가 풍기더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일어나 10여 년간 강토가 무참히 짓밟혔고, 그 뒤 44년이 지나 다시 병자호란으로 임금이 청나라에게 삼전도 굴욕까지 당하게 된다. 그러다 구한말에 이르러서는 힘없는 사람들이 대동단결해 하나로 뭉쳐도 나라가 어려운데 자주 자강은 고사하고 친명, 친일, 친러파로 갈라져 서로 죽고살기로 싸우고 있으니 잔꾀가 많은 일본은 낭인을 시켜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주권 탈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갑오경장과 함께 동학혁명이 일어나고 뒤이어 백성들의 자존심까지 빡빡 밀어버리는 단발령까지 내리는 위기가 닥치자 전국 곳곳에서 의병들이 창의를 한다. 하지만 고종은 일제의 조정에 의해 의병해산조칙을 발령해 결사항전하는 의병의 기세마저 꺾어버리면서 동력을 상실한 이 나라는 오합지졸이자 중구난방이 된다. 이 틈을 타 식민지 사전 정지작업을 착착 진행하던 일본은 이 땅에 조선총독부를 세우고 지배를 가속화 한다. 그 후 임시정부를 세우고 독립군들의 항전이 이어져도 이미 대세는 기울고 일본의 통치 앞에 중과부적이었고, 삶은 개구리 증후군처럼 서서히 점진적인 위험도 모른 채 식민지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5천년 유구한 역사가 맥없이 무너지고 허약한 식민지 국민으로 자포자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무렵,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소식 하나가 날아든다. 1910년 늦은 가을, 농암의 하늘에 신비하게 나타난 길조가 있었으니 바로 겨울 철새인 네 마리의 황새였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황새나 백로가 날아오는 곳을 길지라고 했다. 황새를 먼저 발견한 사람들은 필시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꿈에 부풀었고, 그새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우복산 은장봉 소나무에다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먹이 사냥을 위해 대정공원 앞을 흐르는 쌍용천에서 물고기를 잡는가 하면 작약산을 끼고 있는 골짝으로 날아가 멋들어진 비상과 여유작작한 유희를 즐기기도 했다. 둥지에서 한 마장 남짓한 작약산 깊은 계곡인, 수예리의 <황새별골>, 갈전리의 <황새비리골>과 <황새별골>, 장암리의 <작은황새비골>과 <큰황새비골>로 자주 날아들어 주민들이 <황새>가 들어간 지명으로 요즘도 부르고 있다.

암울한 절망시대에 푸른 희망의 빛을 보여준 황새는 매년 가을마다 30여 년간을 빠짐없이 날아오더니 어느 때인가 종적을 감추고 만다. 대신 1940년 경 부턴 봄이면 여름철새인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들어 우복산을 하얗게 물들였으니 이곳 사람들은 그 새들을 길조로 여기고 선비의 표상으로 생각하면서 엄격히 관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새는 멸종되고 말았지만, 보호조인 백로와 왜가리는 농암을 떠나지 않고 아직도 80년 이상을 살아오고 있다. 특히 쌍용천에서 먹이를 잡은 뒤 대정공원 낙락장송에 앉아 임청대 부지도 하한대 삼괴정 등의 승경을 누리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큰 병풍에 그린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뾰족한 부리와 긴 목, 긴 다리를 가진 하얀 새를 흔히 ‘백로’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 사다새목 백로과 조류는 18종이 산다. 우리가 여름철 논이나 하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종은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등으로 보면 된다.​

농암의 백로는 중대백로라는 여름철새로서 긴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날 때 목을 S자로 굽히는 게 특징이다. 날아갈 때 목이 일자인 두루미와는 차이가 있고, 또한 네 번째 발가락이 길어서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으며 나무 위에서 집단으로 둥지를 짓고 번식하고 있다. 다리와 부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거의 하얀 깃털로 덮여 있어 청렴결백의 의미를 내포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을 일컫는 백의민족과 맥을 같이하는 친근한 새로 인식되고 있다. 2019년 번식지 조사에서 둥지수가 239개(중대백로 156, 왜가리 83)으로 2011년 240개(왜가리 190, 중대백로 50)과 비교해 보면 백로와 왜가리의 숫자가 바뀐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백로들의 요란한 울음소리와 하얀 배설물로 혐오스러움도 있으며 서식지가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일부 개발제한의 지장을 초래하므로 어떤 지역에서는 백로가 도시화로 인해 둥지에서 쫓겨나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1998년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농암의 백로 서식지는 대정공원과 쌍용천, 궁기천을 비롯해 성재산, 남산, 작약산 등에서 아직까지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설혹 공장을 짓는다거나 골프장을 짓는 등의 사람의 논리만 내세우면 새들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일제시대에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준 파랑새였던 백로, 그곳에 의병이 깃들고 국군이 깃들었던 곳이니 더 보존의 역사적 가치를 갖는다. 백로의 서식지가 문경에선 유일하고, 둥지수도 대형 규모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백로가 농암을 찾아온 것은 이곳이 단순히 새의 길지라서가 아니라 우복동천이나 도덕동천이라는 사람의 길지라서가 아닐까. 의로운 사람들이 깃들든 곳! 그리고 “백로가 깃들면 부자가 된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새들이 깃드는 이 땅은 사람만이 주인이 아니라 백로도 주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 Copyrights ⓒ문경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문경새재 케이블카, 안전기원제로..
2025 문경찻사발축제, 성대한..
「2025 문경찻사발축제」황금 ..
부처님께 간절히 청원 드리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
새재포럼 ‘문경 역사의 미’라는..
문경시, 2025년 건물번호판 ..
「문경시, 공원행복경로당 준공식..
2025 문경찻사발축제 주요행사..
신현국 문경시장,‘중앙공원 정비..
최신뉴스
아이들의 손으로 피운 효(孝)의..  
주택화재로 피해를 입은 장애인 ..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수급자와의 ..  
“상주여자고등학교 의정 체험 한..  
경상북도, 글로벌 선도테크 기업..  
성교육! 인형극으로 재밌게 배우..  
문경여자중학교, 충효 주간 세대..  
문경공업고 제103회 동아일보기..  
문경기초학력거점지원센터 학습코칭..  
어버이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세..  
따뜻한 미래로 나아가는 어울림 ..  
관음공덕회, ‘사랑의 효도화 달..  
제63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김천..  
책과 예술이 만나는 ‘동화책 콘..  
안동유림 50여명 이재명 지지 ..  
점촌2동 생활개선회 영신어린이공..  
농암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아동·..  
3년째 이어지는 따뜻한 한 그릇..  
영순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버이..  
문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버..  
제4회 문경새재배 전국 파크골프..  
마성신현1리 새사모(새원을사랑하..  
응급의료개선을 위한 지역응급의료..  
문경서, 3개 언어 교육자료 활..  
경상북도의회, 입법 역량 강화 ..  
제53회 경상북도 어버이날 기념..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경..  
경북조리과학고, 제103회 동아..  
폭삭 속았수다, 동화책으로 힐링..  
신나는 실내 모험! 실내 놀이터..  
작은 손으로 전하는 큰 사랑..  
문경교육지원청 학생맞춤통합지원,..  
"따뜻한 나의 꿈과 미래를 찾아..  
문경중 1학년 안보현장체험학습 ..  
문경 산북중, 산북 행복 트리오..  

인사말 광고문의 제휴문의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문경시민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11-81-08345/ 주소: 문경시 마성면 신현1길 20번지 / 등록일 : 2013년4월29일 / 발행인.편집인: 김정태
mail: ctn6333@daum.net / Tel: 054-553-8118 / Fax : 054-553-216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26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정태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