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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보다 숲을 보라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31일(목)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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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나무 보다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미시적으로 보다 거시적으로 보라는 뜻으로, 코끼리 배를 더듬고 나서 따뜻한 벽이라 우기지 말고 어느 정도 떨어져 코끼리의 거대한 실체를 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상과의 적정거리를 둔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자세히 보려면 현미경이 필요하고 먼 것을 보려면 망원경이 필요하지만 적정한 거리가 확보된다면 맨눈만으로 상대 마음까지 읽어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중요한가. 문학에서 말하는 시적거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공감거리는 정해진 게 따로 없다지만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는 2m, 안과에서 시력 검사거리는 8m이다. 투수와 포수의 거리는 18.44m이고,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거리는 30cm라고 해도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는 아무도 모른다.

한그루의 나무에서 누군 나뭇잎과 가지를 보고, 또 누군 숲을 본다. 어떤 이는 나무의 그늘을 보고 또 어떤 이는 깃들어 사는 새들을 보는가 하면 특별한 사람은 그 나무 아래 앉아 있던 사람들의 옛이야기까지 읽어낸다. 그러기에 나무 한그루의 존재와 역사는 엄청난 넓이와 깊이를 갖는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 그 말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극을 원하는 이가 없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미래를 보며 살아가는 게 정답이리라.

일전 대정공원과 바로 접한 지역에 폐배터리 재생공장을 짓는다하여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상수원인 쌍용천과 연접한 데다 350년 된 소나무 숲이 문경의 경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그곳에 자본금 5백만원으로 급조된 작은 업체가 거액을 투자할 것이라는 기대를 앞세우며 공장유치를 시도하자 주민들은 크게 분노한다. 혹자는 숲을 베어내고 미니 골프장을 짓는 게 낫다고 하고, 또 누군 거기에 산단을 조성하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치는 걸 듣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장을 설립하면 당장 고용창출이 되는 절호의 기회를 왜 놓치느냐며 자기 발등만 바라보는 주장이었으니 그들의 시력은 마주앉은 사람의 얼굴이나 제대로 알아볼지 의문이 든다.

그동안 이 숲은 350여 년 동안 제자리를 지킨 채 아픈 사건과 질곡의 역사를 말없이 견디며 해마다 나이테를 그려왔다. 조선 숙종8년(1682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350년 전쯤에서 이 숲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대정동(한우물) 마을이 생기고 얼마 되지 않아 이곳에 사는 순천김씨, 울진장씨, 단양우씨, 예안이씨 등이 마을 앞이 터져 있어 복이 샌다는 이유를 들어 쌍용천 하천부지에 수백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이 식목행사가 지금까지 구전되어 오기도 하지만 대정지와 청조향람을 통해 기록으로도 일부 전해진다. 그리고 마을 뒤로는 우복산, 연엽산이 배산 역할을 잘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산이 멀리 있고 너른 들판과 강이 흐르고 있으니 이 허함을 막을 수구막이가 필요했을 터이고, 이 숲 소나무 수령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 등을 보면 자연림이 아님을 쉽게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식목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 중 제일로는 <하동 송림공원>을 꼽는다. 이 숲은 조선 영조21년(1745년) 하동도호부사 진천상이 애민정신을 발휘,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을 목적으로 섬진강변에 식재해 조성되었다 한다. 현재 문화재구역에 850그루의 소나무들은 1983년 경남도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2005년 천연기념물 445호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대정공원은 이보다 60년이나 더 빨리 마을의 안녕을 위해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식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식목공원>으로 부를 수 있다.

대정공원은 마을 소유로 공원 내에는 제사를 올리는 육송정이 있는데, 여기 서 있는 소나무만 1982.10.26. 문경시 보호수(11-26-12)로 지정되어 있을 뿐 다른 소나무들은 관리상 취약함을 안고 있다. 소나무는 활엽수보다 화재에 취약하고, 이 숲은 사람들이 찾는 유원지로 이용되며, 차량이 다니는 길 옆에 위치할 뿐 아니라 인가와 식당, 주유소까지 근접해 있어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렇게 몇 백년을 살아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으니 기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숲의 역사는 간단하지 않다. 1928년 무진년, 동네 비용이 필요하여 우동석씨가 나서서 큰 소나무 7~8주를 팔아 빚을 갚았는데 그해 겨울 본 동네 20명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마을에선 그 후 숲을 더 잘 보존해야겠다며 1933.7월 김상건이 마을 동민들과 함께 <대정공원>이라 이름 짓고, 공원내 육송정, 임청대, 부지도, 하한대, 구몽탄, 삼괴정이라는 승경 6곳을 선정했다. 1944.1월에는 태평양전쟁에 쓸 군함을 제작해야 한다며 총독부 관령으로 <소나무 벌목공출 지시>가 떨어지자 숲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마을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감돈다. 이때 마을 <대한청년단> 단장인 김상련 등이 앞장서서 목숨을 건 벌목 반대투쟁을 펼치며 경찰에 연행되어 극악한 고문까지 당하지만 결국 그들의 뜻을 저지하고 일부 간벌로 숲을 지켜 내어 <항일 애국의 숲>으로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1895.12 도암 신태식 의병장이 창의를 위해 반역자 김골패와 강용이를 개바우(대정공원 옆)에서 효수, 1896.2.25일 운강 이강년 의병장이 개바우(대정공원에 의진)에서 김석중 등 3명을 효수하며 출병했다. 1896.3.28. 지산 이기찬 의병장이 창의한 후 승리의 깃발을 앞세우고 나아가기 위해 대정숲에서 의전을 치고 항일의 기세를 높인 곳이다. 625 전쟁시 아군들의 진지 역할도 하여 포탄자국이 즐비한 곳이었고, 일제 송진채취 공출에도 흉터 없이 살아남은 이 소나무들은 얼마나 선비처럼 절개 있고 장한 모습인가.

이제 대정공원은 하루빨리 도기념물로 지정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식목으로 이룬 대한민국 최초의 숲이자, 민속적으로는 나무를 해하면 벌을 받는다는 사건이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의병의 진지 역할을 했고, 또한 주민들이 스스로 관리하고 지켜낸 애향정신의 산물이자, 항일 애국정신이 살아있는 숲이기에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향후 전개될 견훤 복원사업과 관련해 진향루(견훤을 숭모하던 정자)와 농바우 말무덤 길로 연계된 대정숲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할 것이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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