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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견훤이 완산주로 간 까닭은?
글 - 김병중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수)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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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문경에 고향을 둔 견훤에게는 요즘도 몇 가지 의문이 따라 다닌다. 탄생설화와 성(姓)씨, 그리고 그가 굳이 완산주로 가서 후백제의 창업군주가 된 이유가 무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견훤이 탄생한 해는 서기 936년, 태어난 곳은 당시 상주(尙州) 고령군(古寧郡) 가선현(嘉善縣, 지금의 가은읍과 농암면)이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건 여러 가지 설화 중 하필이면 왜 금하굴 지렁이의 후손을 인용하느냐의 문제이다. 그 기록의 출전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로, 지은이인 김부식과 일연이 승자인 고려 조정 사람들이므로 패자의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려 왕건을 띄우기 위해 패자인 견훤을 지렁이 후손으로 기록했을 터이고, 또 왕건의 탄생설화는 조상들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로 신성성을 부여하고 있으나 그것이 견훤에 비해 빈약하기 때문에 상대를 폄하했을 가능성이 매우 짙다 하겠다. 결국 견훤은 하늘에서 내려준 천마 한 필과 보물 상자 두 개가 농암에 떨어져 말은 천마산이 되고 보물 상자는 각각 선녀바위와 농바위가 되어 그 바위가 갈라지며 장한(壯漢)이 나왔다는 탄생설화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그는 아자개(阿慈介)의 아들로 태어나 원래 성이 이(李)씨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후백제를 창업한 견훤(甄萱)을 시조(始祖)로 하는 황간 견씨(黃磵 甄氏) 등이 생겨나는데, 그렇다면 왜 이씨에서 견씨로 성을 바꾸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사성(賜姓)”이라는 제도가 있어 왕이 공신 등에게 특별히 성을 내려 주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견훤은 큰 뜻을 품고 나라를 세우면서 새로운 왕조 출범을 알리며 품격 있는 가계를 만들고자 사성제도를 변용하여 스스로 성을 바꾸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견훤이 신라 사람으로서 지지기반이 적은 완산주에다 도읍을 정했겠는가? 당시 9주5소경의 하나인 광활한 영토의 상주, “중원의 호족인 아자개의 장남이었지만 계모 등쌀에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거나, 신라에 대응하려면 후백제를 건국해야 가능했다든지, 무진주에 극성을 부리는 도적떼들을 쫒아내고 세력을 장악해 자연스레 그 지역에서 후백제를 건국하게 된 것이라 거나, 견훤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서민들을 세력화하는데 입지조건이 가장 좋은 곳이 바로 후백제였다는 등의 설이 분분하다.

이렇게 한 사람의 실존인물에 대해 견훤처럼 설화가 많은 경우도 드물다. 이는 그만큼 뛰어난 지도력과 걸출한 군주의 자질을 소유한 인물이라는 반증이며, 왕건이나 궁예와 양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에게 운명의 뒤틀림이 없었더라면 10세기의 한반도는 견훤이 통일을 이룬 역사가 도래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견훤 역사에 대해 필자는 여러 확인된 설화 등의 기록을 면밀히 비교 검토하고, 시대적 사건의 인과성과 입체적 상상력을 동원해 새롭게 스토리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견훤은 원래 금하굴 태생이라 기보다 하늘에서 내려준 천마와 같이 등장하는 보물상자 속 바위설화의 주인공이다. 그 이유로 농암에는 설화 내용처럼 천마산이 존재하고, 탄생과 관련된 농바우와 선녀바우도 실존한다. 이외에도 명마를 얻은 말바우와 산성을 쌓은 성재산 아래 사자바위와 우복산의 범바우, 농암천변 개바우 등 바위에 연관된 설화들이 많이 전해질 뿐 아니라, 강보에 쌓인 견훤을 밭둑에 두고 일을 할 때면 호랑이가 내려와 젖을 물렸다는 이야기도 무리 없이 범바우와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견훤이 청년으로 성장해서는 농암의 여러 바위 중 개바우와 가장 깊은 연관을 갖는다. 누운 개처럼 보이는 까맣고 작은 바위 하나에 불과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성재산의 사자(왕건)와 우복산의 범(궁예)이 농암천변을 어슬렁거리는 개(견훤)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서로 잡아먹으려고 해도 신령한 기운이 있어 범하질 못하자 모두 바위로 변해버린다. 개바우는 소도(蘇塗)와 같은 곳으로 죄인이 그곳으로 도망치면 잡을 수 없는 성지였으니 옛날부터 신성시 되는 곳이자, 국난이 다가올 때마다 개바우가 울면서 위기를 경보해 주는 신령한 역할을 해온다고 한다.

견훤은 25세가 되어 갈 무렵 창업군주의 꿈을 꾸며 장도를 나서게 된다. 그는 자신의 성을 바꾸려고 몇 날을 고민하는데, 하루는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이 “아무도 범할 수 없는 개바우의 서기를 받아 불멸의 군주가 되라며 견(犬)씨로 성을 바꾸라”고 한다. 이후 견훤이 “개 견(犬)자를 빛날 견(甄)”으로 바꾸어 쓰게 되는데, 여기 대단한 메시지가 들어 있을 줄 누가 알았던가. 견(甄)을 파자(破字)하면 서(西)+토(土)+와(瓦), 곧 “서쪽의 땅으로 가서 기와 궁전을 지어라”는 하늘의 명령을 담은 것이 아닌가. 이름은 “훤(萱)”으로 썼는데, 이 또한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만유의 근원이 되는 군주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근원(根源)을 강하게 부르면 견훤(甄萱)이 된다”는 것이다.

후에 무진주의 도적떼를 멸하고 세력을 키워 완산주에다 도읍을 정했으니 이것은 뛰어난 장수 한사람의 지략이 아닌 하늘의 명령이었다. 하늘은 왜 그를 완산주로 가게 했을까? 삼국시대 역사는 신라와 고구려와 백제의 싸움의 역사였다. 이를 해소할 방법은 신라의 비장을 보내 후백제를 세우게 하고 나아가 고구려의 영토까지 회복하여 한반도를 자연스레 하나의 나라로 통일을 하라는 명령이었으니, 그는 그저 부름 대로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영달과 안위보다는 맏아들 신검의 악행을 보고 후백제로는 통일이 불가해짐을 직감한 뒤 자기가 세운 나라를 조건 없이 왕건에게 바친다. 왕건의 부대 앞에 서서 신검을 자기 손으로 멸한 후 며칠 뒤 조용히 세상과 결별하는 그는 순수한 평화의 사도였다. 지상 어디에도 전례가 없는 자신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허문 견훤! 그는 훤(萱: 원추리)의 “잊을망(忘) 근심우(憂) 풀초(草)라는 견훤의 이름의 꽃말을 읊조리면 그는 백성들의 근심 걱정을 잊게 한다는 망우초로 사라져 간 것이 아니겠는가.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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