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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도예 거장 도천 추모 기획> 한국 도자계의 큰 산 도천 천한봉 선생 별세
글 / 서울차인회 사무총장 박윤일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23일(목)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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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도천 선생 생전 모습 | ⓒ 문경시민신문 | | 한국의 도예 거장이자 큰 산으로 알려진 도예가 도천 천한봉 선생이 향년 89세로 지난 10월 31일 이른 새벽에 타계했다. 생전이라면 잠에서 깨어 작업 준비를 할 시간이었는데, 그를 아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안타깝고 황망한 비보였다.
선생의 장례는 문경의 도예가로 구성된 문경도예가협회 및 도천 천한봉 선생 제자들의 모임인 도천가회, 그리고 유족 등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하여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조문객을 맞이하고, 발인 이후에는 문경도자기박물관 일원에 있는 선조도공추모비에서 노제를 거행하며 선생을 추모했다.
장례식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는 오정택 현 문경찻사발추진위원장이, 도천 천한봉 선생이 걸어온 삶의 흔적들을 요약한 연혁은 황담요 김억주 명장이 올렸고, 이어 모든 후배 도공들의 마음을 모아 갈평요 신석용 도천가회 회장이 헌다를 하였으며, 선생의 유해는 충북 괴산 호국원에 엄숙히 안장되었다.
 |  | | ↑↑ 가마 앞에서의 도천 선생 | ⓒ 문경시민신문 | * 도천의 찻사발, 일본의 첫 한류열풍을 일으키다.
우리의 차 문화를 말할 때 찻사발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 찻사발로 가장 유명한 곳이 문경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도천 천한봉 선생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발전된 차 문화도 도천 선생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부친이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가는 바람에 도쿄에서 태어난 도천은 일본에서 소학교를 다녔고, 해방과 함께 가족들이 문경으로 귀국하였으나, 아버지가 갑자기 급성맹장염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14세의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문경은 조선 초기부터 도자기를 구워온 민요의 고장으로 당시에도 여러 도자기 요장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도천은 그곳에 취직하여 도자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전쟁이 터졌다. 그런데 도천은 당시 군 복무기록의 부재로 세 번이나 입대와 제대를 반복하는 기구한 청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1953년 휴전 이후 스테인레스와 플라스틱 그릇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람들이 찾는 도자기 기물은 식기와 화분, 요강 정도였다. 도천은 하는 수 없이 서민 그릇과 화분, 요강 등을 만들어 팔아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렸다.
그러던 1960년, 우연히 문경요장에서 일하는 도천을 만난 茶道에 조예가 깊은 일본 스님이 일본차계에서 유행하는 고려다완의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이것을 만들 수 있으면 도예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도천은 몇 차례 연습 끝에 마침내 스님이 제안한 고려다완을 만들어 스님께 보여주었다. 스님은 정말 훌륭하게 재현하였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찻사발을 일본으로 가지고 가 일본 주요 도시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것이 결국 도천 선생이 고려다완에 데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계기로 인해 도천은 고려다완 재현의 중요성을 깨달아 다른 도자기는 만들지 않고 오직 고려다완의 재현에만 몰두했다.
참고적으로 고려다완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찻사발을 일본에서 부르는 도자기 명칭이다. 아마 조선의 영문명인 코리아를 일본식 발음인 고려로 발음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도천 선생은 이러한 계기로 그의 작품이 일본에 알려지게 되었고, NHK, 아사히,마이니치, 요미우리 등 일본의 주요 언론은 조선에 “환상의 고려다완을 재현한 도공이 나타났다”고 그를 앞 다투어 특집으로 보도하였다. 당시 일본의 주요 언론은 도천을 일본에서 국보와 중요문화재로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고려다완을 성공적으로 재현해낸 도공으로 평가한 것이다. 그들은 고려다완을 ‘황금보다 더 귀한 보물’이라고까지 칭송한다. 임진왜란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풍신수길과 그의 권력을 승계한 도꾸까와이에야스 등 일왕들은 조선다완으로 다도를 하다가 생을 마감하였다. 그후부터 일본에서 고려다완(찻사발)으로 다도를 하는 것은 일본사회의 권력층과 상류층의 상징이 되기까지 하였다.
한·일 수교 이후 양국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그가 재현한 고려다완은 일본의 상류 귀족 차인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차인들은 고려다완으로 다도를 하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과 명예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렇게 하여 일본인들의 첫 한류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알려진 욘사마 배용준도 이러한 일본 분위기를 발견하고 문경에서 고려다완을 제작하고 있는 도천 선생댁을 방문하여 몇 일간 체류하며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리고 그가 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책 속에 당시 도천 선생과 대화한 기록을 남겨놓았다.
 |  | | ↑↑ 도천 선생의 작품 김해다완 | ⓒ 문경시민신문 | * 문경찻사발의 선도자 및 한국 차 문화의 산증인
일본 주요 도시에서 수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도천은 한국 최고의 도예가라는 칭송을 듣기 시작했다. 매스컴의 취재 요청이 쇄도하고, 문경의 그의 요장은 찻사발을 구입하려는 일본 차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다도의 의미와 찻사발의 예술적인 가치를 알기 위해 일본에 머물며 꼬박 1년을 고려다완 공부에 매진했다.
“국보 이도다완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소박하면서도 비범하고, 화려하지도 않는데도 기품이 넘쳐나는 그 다완을 직접 보게 되자 가슴이 뛰더군요” 그는 그 느낌과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귀국을 했고, 그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찻사발을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그후 도천 선생은 도자기로서 비교적 잘 팔리는 청자나 백자보다는 전통 차도구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전통 차문화 붐이 일기 시작했다. 도천과 차인들은 다도와 찻그릇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차인이 없는 도천, 도천이 없는 차인을 상상할 수도 없는 특별한 인연이 그렇게 맺어지기 시작했다.
도천은 지난 1999년에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발족하였고, 일본,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를 통해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왔다. 지난 1999년 이후 문경대와 한국폴리텍VI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을 보탰다. 도천의 이런 노력과 남다른 기여는 여러 기관 등을 통해 인정을 받았다. 우선 지난 1995년에 대한민국도예명장으로 선정되었다. 이어 2005년에는 도예활동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이듬해인 지난 2006년에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 제32-나호로 지정되었다.
지난 2008년, 고려다완을 통해 한·일 문화 교류와 민간 외교 공로가 인정되어 일본 천황으로부터 문화훈장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201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훈장까지 수훈하였다. 이로써 도천은 한·일 양국에서 훈장을 받은 최초의 도예가가 되었다.
전통 찻사발의 계승과 발전에 끼친 그의 공로는 언론으로부터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NHK는 그를 '아시아 최고의 문화인물'로 선정하여 그의 전 작업 과정과 작품들을 상세히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송하였다. NHK 외에 일본의 주요 언론들도 그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특집으로 다루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국내의 KBS에서도 <전통의 혼과 맥>이라는 4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그를 ‘조선의 마지막 도공’으로 소개하였다. 한국화보, 오늘의한국, 월간중앙 등에 표지얼굴로 선정되어 보도 되었으며, 조선일보에서는 1면 반을 그의 특집으로 할애하여 보도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다도를 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특히 각국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 일본 천황 등 세계적인 인물들에게 선생의 도자기가 선물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명망을 얻었다.
* 한국 최고의 차문화단체인 한국차인연합회 회관 건립에 앞장서다.
도천은 한국차인연합회와의 인연도 각별했다. 연합회의 회관 마련을 위한 전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큰 도움을 주었다. “항상 차인들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차인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찻사발을 만들어 봐야 밥도 못 먹을 겁니다. 일본 찻사발 명품은 차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우리 도공들은 그릇을 구울 뿐이지 그것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차인들입니다.”
그래서 차인들의 큰집인 한국차인연합회가 회관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차인회관 건립을 위해 자신의 그릇을 희사하겠노라고 하여 이루어진 것이 지난 2013년 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문경명품다기전’이었다. 선생과 뜻을 함께한 문경도자기협회 23인이 희사한 다기 300여 점의 판매 이익금으로 한국차인연합회의 회관 구입이 이루어졌다. 그 답례로 한국차인연합회에서도 문경도자기 박물관 앞에 있는 선조도공추모비건립 후원 등 아름다운 관계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 문경요에 도천도자미술관을 개관하였고, 저서 <그릇과 나의 인생>을 편찬하였으며 80을 훌쩍 넘긴 나이까지 왕성한 작품활동을 계속하였다. 자녀 중 천명숙과 천경희 작가가 도예활동을 하고 있으며, 출가하지 않은 천경희 작가가 문경요에서 가업을 잇고 있다.
그는 생전 문하생들에게 “도예 명장이니 명인이니 하는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만큼 욕심을 버리고 마음까지 내려놓은 후 찻사발을 만들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잡생각을 하면 그것이 그릇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며, “흙과 정신과 불이 하나가 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완전한 아름다움, 즉 자연과의 합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천의 문하에는 40여 명의 제자가 ‘도천가(陶泉家)를 이루며 전국에서 도예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 노무라미술관에서 “고려다완의 道”란 전시회를 가지며 그의 도록에 언급한 “지금 나의 삶은 비록 짧지만 한국전통찻사발은 묵묵히 그 소박한 모습처럼 영원한 길을 갈 것입니다”라는 짧은 멘트는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의 말처럼 고려다완의 모습은 비록 소박하지만 그 정신적, 예술적 가치는 차인에게 남아 영원할 것이다.
* 도천(陶泉) 천한봉(千漢鳳) 선생 주요 약력
1947년 도예 입문 / 1972년 문경요 설립
1973년 일본 山形에서 ‘고려도자기근세명작전’ 전시
1975년 한국문화 500년전 초대출품(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전시
1995년 대한민국 도예명장 선정
1995년 대통령표창 수상
2001년 한·중 다구도예명품전(중국 상해국제차문화관) 전시
2002년 예술의전당 전시 '문경요의 꿈, 천한봉 고희전'
2006년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 32-나호 지정
2007년 천년의 꿈 천년의 빛(영국 아트스페이스) 전시
2008년 일본 노무라미술관 전시 '고려다완에의 도전'
2008년 일본국 문화훈장 수훈
2012년 도천도자미술관 개관
2018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수훈
2018년 일본 노무라미술관 전시 “고려다완의 道”
저서 '그릇과 나의 인생'
* 이 글은 한국차인연합회의 차인지(2021.11-12) 추모 기획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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