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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협(회장 김종호), 2021 제10차 문경문학아카데미 개최
지난달 20일 오후 2시-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05일(일)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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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문경시민신문 | | 1문경문협(회장 김종호)은 지난달 20일 오후 2시-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에서 2021 제10차 문경문학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만유 시인의 '시 이야기'란 주제로 강의를 실시했다.
詩 이야기 4(이만유)
☆ 프롤로그
〇 시인은?
- 시인은 존중받는가?
- 사람들이 시를 안 읽고, 시집이 인기 없고, 안 팔리고
- 유명서점 시 코너가 한쪽 구석에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고
-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시인도 시집도 넘쳐난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시의 대다수 독자는 시인이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누구의 책임일까?
독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좋은 영화는 천만명의 관객이 모여든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고스란히 시인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너무 난해하고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알 수 없는 시
시를 읽다가 “이게 지금 뭔 말을 하는 거야?”하며 몇 번을 읽게 하고,
읽어도 모호한 시,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머리를 아프게 해서
시를 외면한다면 문학성, 예술성이 있고 없고 간에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인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워즈워스와 코울리지가 공동으로 낸 “서정담시집(Lyrical Ballads)”에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보다 쉽게, 보다 힘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신경림 시인은 "詩는 대화다"라고 했다.
혼자만 알고 남이 이해 못 하는 대화를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신경림 시인은 “生이라는 배에서 흔들리는 건달, 그게 바로 詩人이다”라고 했다.
1. 표절
○ 표절(剽竊)이란?
- 표절은 한 마디로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 행위다.
剽(훔칠 표)에 竊(훔칠 절)을 써서 '도둑질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시나 글, 노래와 같은 타인의 창작물을 몰래 무단으로 베끼는 행위를 뜻한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닌 것들을 자신의 저작물처럼 표출하는 것을 뜻하
고 남의 것을 교묘한 방법으로 윤색하고 자기가 생각해 낸 것처럼 한다.
- 고전소설 등의 저작권 보호가 만료된 옛 작품이나
인공지능이 쓴 글을 베껴도 표절이다. 표절은 저작권 침해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표절은 윤리적인 행위에 가깝지만, 저작권 침해는 타인의 재산권에 피해를 주는 행위이다. 저작권이 소멸한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표시 없이 이용하면 표절에 해당하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표절은 주로 학술이나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와 관련되는 반면에 저작권 침해는 다른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한 법률적 문제이다.
⇒ 결론적으로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 남의 작품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 즉 나의 창작물이 아니고 남의 것을 베껴 쓰면 모두 표절이 된다.
○ 자기표절(自己剽竊)
- 자기표절이란 자신의 저작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따다 쓰면서 그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논문에서 문제 되는 것이지만 문학에서도 적용된다.
- 원저의 저작권이 다른 주체에게 양도되어 있다면 법률적인 문제도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윤리적인 문제로 그치고, 일부 또는 전부를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하거나 평론에서 사용은 자기표절이 아니다.
- 이전 저작에서 따와서 다시 사용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어야 자기표절에 해당하는지는 경계가 모호하다. 일부 내용을 따다가 사용하는 일 자체는 공정한 범위 안에서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허용되고 있다. 자신의 저작에서 훔친다는 말이 자체로 모순이라는 이유에서이다.
⇒ 결론적으로 문학작품, 특히 시에 있어서 자기표절 문제는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같은 문구를 재사용한다는 것은 신선미를 상실해 식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고 시인의 정신세계의 폭이 좁고 시인으로서 역량 부족과 시상의 고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 표절 논란 사례
1). 200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낯선 세상 속으로 / 추창호
깎아 세운 차운 빌딩 그 수척한 키만큼
불 밝히던 그리움 층층이 꺼져 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번화가를 질주한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모두 3연으로 이뤄진
당선작의 1연 종장에 해당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란 구절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은 법정 스님의 유명한 작품집 제목이다.
이는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 표절 여·부 결과
사계 권위 있는 분들의 재심 결과는
"표절은 한 구절로 단정할 수 없고, 시 전체의 흐름을 놓고 보아야 한다”라며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 윤금초 시조시인 : 비슷한 구절, 같은 구절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표절은 한 작품의 군데군데 혹은 전체 구조를 따왔을 때 해당한다.
- 허만하 시인 : 문제의 구절에 인용주를 달았으면 표절 시비가 전혀 없었겠다.
한 구절이 비슷한 것은 우연한 것일 수도, 잠재적인 것일 수 있는데, 그것은 넓게 보아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
- 황동규 시인 : 원칙적으로 시의 표절은 시 전체의 주제, 조직이 비슷할 때 해당한다. 문제의 구절이 법정스님의 독창적 구절이 아니고 불교경전의 출전이기에 표절 시비는 적다고 본다.
- 최영철, 김석규 시인 : 한 구절만으로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의 구절은 작가적 상상력으로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구절이라며 시조의 표절은 초·중·종장 3개 장 가운데 최소한 2개 장이 거의 같은 경우, 즉 전체 골격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를 말한다.
- 정해송 시조시인 : 글을 쓰다 보면 우연히 같아지는 기막힌 경우도 있다며 더욱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이란 구절은 시·시조가 아니라 에세이집의 제목이기에 표절로 더 더욱 보기 어렵다.
- 심사위원 최승범·임종찬 시조시인 : 한 구절만으로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 이미 알려진 구절에 인용주를 달지 않은 게 결과적으로 유감이다. 하지만 표절 여·부는 시상의 전체 흐름을 놓고 봐야 한다. / 부산일보 기사
2).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 당선작 “골목의 번식”이 네이버 카페 “은행나무 문학쉼터”에 올라온
“비닐봉지의 원죄”라는 작품을 표절했다는 이의가 제기.
⇒ 심사위원 및 심의위원회의 논의 결과 “당선 취소”
원작
비닐봉지의 원죄 / 김난
시커먼 어둠 저쪽, 번뜩거리는 눈들이 분주하다 착지하는 소리마저 종적을 감춘 낡은 새벽 배고픈 눈동자를 어슬렁거리며 굶주린 입들이 검은 선물을 노린다 어떤 것은 벌써 발 빠른 무리에게 뜯긴 채 알록달록한 내장을 쏟아 놓았다 며칠 치의 몸이 뱉은 배설인지 물컹한 냄새가 부랑자처럼 떠돌았다 항상 간단한 일상을 담고서 손에서 달랑거리며 존재를 알렸지만
그러나 늘 일회용이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했다
어떤 날은 검은 동굴처럼 어두운 입구 저쪽에서 미세하게 갸르릉거리는 소리가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세상의 출구에서 가느다란 숨을 내뿜으며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가 발견된 날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무언가를 품었다가 빈속인 채 연애편지처럼 꼬깃꼬깃 접어지기를 몇 차례 더 이상 뭘 담지 못할 때의 종착지는 늘 땅속이거나 고래의 뱃속이었다 가볍고 미끈거려 초라한 대신 영생을 보장받기라도 한 듯 아무도 그것의 질긴 목숨을 끊을 수 없었다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실상 비닐봉지였고 심심할 때면 고래의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 먹고 사인死因의 선봉이 되기도 했다 제 몫을 끝내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안은 채 폐기된 소멸은 소멸이 아니었다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실수한 원죄였다
마당 한 켠,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벌린 채 어느 알바생이 20원짜리 도둑으로 몰린 사건은 혐의 없는 일회용으로 종결되었다고 웅웅거린다
당선 취소작
골목의 번식 / ㄱㅇㅅ
발밑을 믿지 마세요 골목의 뒤통수는 백 년이 가도 썩지 않아요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도 봉지에 버려진 조약돌,
툭툭 발길에 채여요
어둠이 눈감아줬다면 당신은 그것을 바람 빠진 축구공쯤으로 여겼을 거예요
공중화장실에서 태어나자마자 봉지 속으로 꼬깃꼬깃 숨겨진 첫 울음,
도심에는 한 방향만 암기한 검은 사각형들이 살아요
정육면체 어둠이 검은 시냇물이 되어 흘러요
밤이면 먹물 같은 골목, 징검다리는 없어요
그 안에 더 이상 비밀을 숨기지 못할 때
종착지는 캄캄한 땅속이거나 고래 뱃속이었어요
뭔가를 산란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 지난밤 그 골목은 비좁았어요
집안 어디쯤에서 폐품이 되기 좋은 질긴 산책로를 발견했나요? 창문 밖 골목 저 끝말이에요
봐! 저기! 저것 좀 봐! 소리친 게 당신이었나요?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사실상 누군가 목을 비틀어서 유기遺棄한 비닐봉투였죠
은밀함을 목 졸라 죽일 때는 낯선 저녁 역광 뒤쪽이 최고예요
역광을 믿지 않았던 고래는, 죽은 봉투를 해파리로 읽었어요
그것들은 간혹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 먹다 고래의 사인死因이 되기도 하죠
검정을 죽이고 돌아와, 비닐봉투가 피살되었다는 뉴스특보를 보더라도 웃음 짓는 것이 중요해요 한잔의 블랙커피를 삽으로 파고서 떨리는 증거들을 감쪽같이 묻어버리세요
지난밤에는 어둠을 자백하라고 길고양이들이 나를 포위했어요 묻어버린 시간과 폐기한 말들을 뱉어내라고 난리에요 그렇지만 최후의 단서를 들키지는 않았어요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깨트린 새 소리예요
길게 누운 골목, 졸음의 이마 위로 갓 태어난 개똥을 조심하세요
골목 왼쪽,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헤- 벌린
깃발처럼 펄럭이는 검은 농담들, 맞아요
어느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투 도둑으로 몰린 사건 아시죠?
두께도 없고 입구도 없는 혐의는 아메바보다 지루해요
괜찮아요 밀봉된 태아의 캄캄한 몸과 비명도 따지고 보면 고무장갑과 같은 족속
붉어서 아무도 구별 못 해요
매일 밤 태어난 어둠은 막다른 모퉁이에 검은 무덤을 만들고, 아침이면
기지개 켜는 코스모스가 그것들을 화려하게 변호하죠
- 문제 부분 비교
원작-비닐봉지의 원죄
당선 취소작-골목의 번식
세상의 출구에서 가느다란 숨을 내뿜으며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가 발견된 날
미처 이름을 갖지 못한 태아도 봉지에 버려진 조약돌
더 이상 뭘 담지 못할 때의 종착지는 늘 땅속이거나 고래의 뱃속이었다
그 안에 더 이상 비밀을 숨기지 못할 때
종착지는 캄캄한 땅속이거나 고래 뱃속이었어요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실상 비닐봉지였고
노을을 뚫는 검은 새떼의 비행은 사실상 누군가 목을 비틀어서 유기遺棄한 비닐봉투였죠
고래의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 먹고 사인死因의 선봉이 되기도 했다
그것들은 간혹 뱃속에서 심장을 갉아 먹다 고래의 사인死因이 되기도 하죠
그가 죽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비닐봉투가 피살되었다는 뉴스특보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실수한 원죄였다
귀소본능이 없는 것은 발명가가 깨트린 새 소리예요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벌린 채 어느 알바생이 20원짜리 도둑으로 몰린 사건
골목 왼쪽, 삐쩍 마른 나뭇가지 꼭대기에 흙을 잔뜩 묻히고 입을 헤- 벌린
깃발처럼 펄럭이는 검은 농담들, 맞아요
어느 아르바이트생이 20원짜리 비닐봉투 도둑으로 몰린 사건 아시죠?
< 뒷이야기 >
- 매해 무수한 작가 지망생들이 지원하는 신춘문예의 표절 사태는 단순히 개개인의 해프닝을 넘어 문학계 안일한 표절 인식 전반에 걸친 사안이다. 기성 문인은 물론, 이제 막 데뷔를 하려는 이들조차 창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를 가벼이 바라보고 있는 세태다.
- 의욕을 가지고 이 잡듯이 표절한 시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면 아주 많은 사례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과거에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문학상 수상작(둘 다 시였다)이 완벽한 표절작임을 발견한 적이 있었고, 70년대까지 중·고등학생들이 애독한 <학원> 문학상 당선시도 표절작이어서 혀를 찼던 적이 있다. (중략) 이들 사례는 내가 발견할 것일 뿐 대부분의 작품에 대해 표절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많은 표절이 행해지며 그것이 밝혀지지 않고 묻히고 있는 것일까.-이승하 문학평론집 “욕망의 이데아” 중에서
- 표절은 절도 행위다. 남이 쓴 어떤 작품을, 문장과 구성과 모티프 상에서 명백히 표절해놓고도 그 작품을 본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는 것은 자신의 문학세계와 작가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직 자신의 창작물을 갖고 존재 증명을 하는 것인데, 타인으로부터 가져온 것으로 자신의 허술함을 덮는다면 양심을 속이는 것이다.-이승하 문학평론집 “욕망의 이데아” 중에서
- 심사를 맡은 허영자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유감을 표현하는 한편 “문학인이라고 대단한 선각자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창작자로서 지켜야 하는 절개와 지조가 있다”라며 향후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 뉴스페이퍼 김보관 기자
3) 영주신춘문예 당선작 시 부문 당선작
기존 발표 시
빠져나간 자리 / 정다혜
설거지하다 그릇 속으로 그릇이 끼었다
세제를 넣고 부드럽게 달래 봐도
서로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움직일 틈새도 없이 저리 오래 껴안고 있다니
나는 저 팽팽함이 두려워진다
꼭 낀 사기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며 길을 찾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하나를 버린다
이것들 제 몸 부서질 줄 알고도
꼭꼭 끼어 있었단 말인가, 깨어져
한 그릇이 한 그릇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
그릇의 피가 흥건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 너를 부셔내야 했던
어미의 옹이진 자궁이 그날처럼 핏빛이다
내게서 빠져나간 것이
나를 할퀴고 있다
당선작
어떤 사랑에 대해 / 이성이
설거지를 하다 그릇끼리 끼었다
하나가 등 뒤에서 껴안은 상태인데
흔들어도 보고 세제를 발라 살살 달래 봐도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다
오롯한 집중, 자세히 보니
신기할 정도로 꽉 붙어버렸다
서로 다른 그릇이 이렇게 부둥켜안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서로의 몸에 음각(陰刻)으로 새겨져 있었을 게다
오랫동안 서로를 찾았을 것이다
싱크대 모서리에 깨지지 않을 만큼 탁탁 쳐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포개지는
불안조차 더 큰 결합으로 만들어버리는
숨찬 저들의 포옹
더 이상 그릇 구실을 못하게 된
결사적인 포옹이 눈부시다
꼭 낀 유리그릇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옆에 그대로 놔둔다
때로는 사랑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다음 날인가, 둘은 저절로 떨어졌다)
- 제1회 영주신춘문예(뉴스제주 주최) 당선작 시 "어떤 사랑에 대해”가
2008년도 전국 언론사의 신춘문예 당선작 31편 가운데 최고 작품인 “전국 신춘문예 당선작의 왕중왕 시”로 뽑혔었다.
두 시를 읽은 여러분의 판단은?
표절이다, 표절이 아니다.
4) 2019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 박신우
별이 깃든 방, 연구진들이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그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지구 열 개밖에 안 들어가는 크기라더군요 세상에 정말 작군요, 옥탑방에서 생각했어요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니 하고 말이죠 핵융합 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은 극히 어둡다고 합니다 이제야 그늘이 조금 이해되는군요
이 별의 천장은 매우 낮습니다 산소가 희박하죠 멀리서보는 야경은 아름다울지 몰라요 어차피 낮에는 하늘로 추락하겠지만 그래도 먼지가 이만큼이나 모이니 질량에 대해 얘기할 수 있군요 그건 괜찮은 발견이에요
먼 곳에서 별에 대해 말하면 안돼요 다 안다는 것처럼 중력을 연구하지는 말아야죠 피아노 두드리듯 논문을 쏟아내지 말아요 차라리 눈물에 대해 써보는 게 어때요 별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둘레를 더듬는 일이죠 옥상난간을 서성거리는 멀미처럼 말이에요
여기 옥탑에서는 중력이 약해서 몸의 상당부분이 기체로 존재해요 그래요 모든 별들은 항상 지상으로 언제 떨어질지 숨을 뻗고 있는 거죠
- 당선작은 인기 과학 블로그 “고든”의 글과 제목 일치,
내용도 30% 가량이 원문을 차용했고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 “인용 실수한 것” vs “누가 봐도 표절” 논란
당선작은 천체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은 산문시로, 심사위원단은 “질량이나 중력, 기체 등 자연과학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어색하지 않게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며, “옥상 난간을 서성거리는 화자가 가장 작은 별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생의 구체성의 부여인 동시에 시적 확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이 일치했다”고 수상 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당선작의 표절 논란은 신춘문예 결과가 발표된 날인 3일 신춘문예 공모를 준비하는 네티즌이 모여 있는 다음 카페 '신춘문예공모나라'에서 문제가 제기되며 시작됐다.
- 문제 부분 비교
당선작
블로그 게시글
제목 :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제목 :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지금까지 발견된 별 가운데 가장 크기가 작은 별을 발견했습니다. 그 크기는 목성보다 작고 토성보다 약간 큰 정도로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니
이런 작고 조밀한 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
핵융합 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은 극히 어둡다고 합니다
핵융합 반응 속도가 매우 낮아서 표면이 극히 어두운 대신 상당히
별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별의 부피를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여기 옥탑에서는 중력이 약해서 몸의 상당 부분이 기체로 존재해요
중력이 약해 밀도가 낮아져 수소와 헬륨의 상당 부분이 기체 상태로 존재하므로
- 심사위원들은 “문학작품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가지고 와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창작한 작품이기에 표절로 볼 수 없다. 아쉬운 것은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표절이라 할 수는 없다.”
- 당선자는 “고든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 중 “우주이야기 678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글이 당선되었습니다. "이에 많은 분이 상처를 받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당선자는 블로그 글을 작성한 “고든”에게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구했고 이를 용인받았으며, 당선 작품집에 "참고자료의 출처를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악의적으로 한 일이 아님을 강조하며 사죄의 말을 전했다.
- 당선자의 사과가 게시된 이후 “인용을 실수했을 뿐이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문학적으로 창작한 것이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선자가 표절을 인용 실수로 무마하려 한다. 인용을 표기했다면 당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심사위원을 맡은 천양희 시인은 뉴스페이퍼의 취재에 “자기 발상이 아니라도 남의 걸 빌려와 내 것으로 만드는 ‘차운시’라는 개념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이번 당선작을 차운시와 유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선작은 제목이나 과학적 근거를 빌려왔을 뿐 표절은 아니라는 것이다.
- "작품의 30%에 달하는 분량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 저작물 사용에 대한 감각 쇄신해야
홍형진 소설가는 문학계에는 문학작품 이외의 글을 '잡문'으로 보는 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로그나 게시판, 포스트 등에서 모티프나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많지만, 주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을 베끼면 표절임을 알기에 주의하지만 다른 종류의 글을 참고할 때엔 그렇지 않다. 그나마 단행본,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할 때에는 눈치껏 출처를 명기하지만 블로그, 게시판 포스트 등은 다르게 대할 때가 잦다. 그 또한 누군가가 공들여 쓴 저작물이고 법적 권리를 가짐에도 낮춰 보는 것이다. 잡문 취급하는 심리 때문인 듯한데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라고 보았다.
- 학술논문은 "6개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될 경우 표절로 본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문학작품에 이를 기계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다. 개별 사안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인 판단을 떠나 도덕적인 관점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다'는 감각이 제대로 있었다면 이번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저작물 사용에 대한 감각 쇄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 결론은 과학적 사실 기반으로 창작한 것이므로 표절로 볼 수 없다. / 뉴스페이퍼 김상훈 기자 기사 발췌
5) 기막힌 일
“훔친 소설로 상 5개 휩쓸어, 문학계 구글링도 안 하나”
- 이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이런 “듣보잡”이 다 있나?
- 한 남성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도용해 각종 문학 공모전을 휩쓸었다.
-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되어 있어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표절 여부를 알 수 있는 만큼, 이 남성에게 수차례 상을 준 문학계를 향한 비판도 일고 있다.
-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김민정 씨의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
-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며 제목도 일부 문학상에만 “꿈”으로 바꿔 제출했을 뿐, 대부분 공모전에는 제목까지 “뿌리”로 냈다
- 이 소설 “뿌리”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 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수상.
- 그 외, 교보문고 문서 검색에서 내려받은 글로 '6·15통일문학상' 우수상,
국제신문 칼럼을 베껴 '다카시 공모전' 응모, 온라인 과제물 거래사이트 해피캠퍼스에 등록된 자전거 내비게이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아이디어 사업계획서를 도용해 '2020 시민 도시계획 아이디어' 우수상, '강원도 관광정책 아이디어 공모전'과 '변리사회 논문 공모전' 등에서도 표절작으로 수상 등 다양한 글을 표절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 * 사진공모전 다수 수상.
- '표절' 문학상 손 씨의 변
"돈 필요해 도용, 왜 이 지경 됐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순수 창작품을 내놓았지만, "능력 한계에 나쁜 마음 먹어, 반복되니 무뎌져... 진심으로 반성, 너무 후회스럽고 할 말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사과
"인터넷에서 퍼온 글이었다. 원작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매년 비슷한 시기 소설 공모전을 하는데 그냥 제출해 봤다. 남의 글이라 당선될 줄 몰랐다. 다섯 곳에 제출했는데 모두 당선됐다. 처음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설마 문제 되겠어”하는 안일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앞섰다. 너무 후회스럽다.
6) 과거의 사례와 패러디
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작이다. 아니다"하는
시비를 불러일으킨 시는 꽤 많다.
-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테니슨의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와 바이런의 '대양'을 차용했다는 주장.
- 김기림의 '기상도'가 엘리엇의 '황무지'를 흉내 낸 작품이라는 주장.
- 박인환의 '열차'가 스펜더의 '급행열차'를 모방했다는 주장.
-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엘뤼아르의 '자유'와 비슷하다는 지적.
하지만 이런 예는 외국 시의 영향을 조금, 혹은 꽤 많이 받았다는 정도에서
시비를 끝낼 정도이지 표절 운운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리고 시 창작 방법 가운데 중요한 '패러디'로 논의가 진전되면 '영향 받음'이란 것은 더욱 유연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문학인은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남의 작품을 얼마든지 재해석·인용·조합할 수 있음으로 표절 운운이 그만 무색해지는 것이다.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3편의 시를 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오규원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장정일
나와 섹스하기 전에는/ 그녀는 다만/ 하나의 꽃에 지나지 않았다// 나와 섹스를 하고 난 후/ 그녀는 더 이상 꽃인 체하지 않는/ 이자(利子)가 되었다---장경린
이런 시는 원 텍스트를 두고 재미있게 변주한 행위로,
즉 패러디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표절을 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 표절하는 자들의 나라에서 사는 부끄러움-이승하
⇒ 이 세상에 완전하게 새로운 창작은 없다.
미당 서정주는 "동시대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똑같은 발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했고, 윤종영 시인도 "인간에게 완전하고 순수한 창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인이 어떤 시를 창작한다고 하는 것은 이전에 읽었던 책, 살아온 환경, 만나고 있는 사람들, 사고방식 등 직접적인 영감이나 간접적인 교감들이 한군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고, 황동규 시인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듯이 똑같은 구절을 항상 피하지 못하는 게 시인의 운명이다”라고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자기가 형성된다.
나 안에 형성된 이념, 인격, 사상, 생각 등이 어떤 형식으로 표현될 때 간접 표절을 한다고 봐야 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표절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원문 그대로 거나 자구 몇 자 바꾸는 의도적 표절이나 누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의 베끼기는 삼가야 할 것이다.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영국시인 T. S. 엘리엇의 “미숙한 시인은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문구다. 표절을 정당화하기보다 문학에는 어떤 '독창적인' 표현이라도 선대 작가들이 이룩해놓은 언어의 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엘리엇은 이어서 말한다.
“나쁜 시인은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더 낫거나 최소한 다른 무엇으로 만든다. 좋은 시인은 훔친 것을 원래와는 판이한 자기만의 전체적인 감정 속에 녹여내지만 나쁜 시인은 버성기게 엮어놓는다.” / 윤지관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기존의 것을 내 안에서 발효시키고 나만의 색깔을 잘 입히면 새것이 된다. 표시 안 나게 베끼기 하는 것도 능력? 그래도 의도적 표절은 안 돼!
7) 내가 표절인가 싶어 주춤한 시어
-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 오미자 / 石竹
다섯 가지 맛을 내는 마법의 붉은 구슬
허준의 동의보감 이시진의 본초강목
호흡기 신비한 효험 코로나 넌 죽었어
- 봄날은 갔네 /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 환장하겠다고
⇒ 예) 춤은 추고 지랄이야.
맛을 내는 욕 표현이 필요할 때, 험한 말 하지 못하고
“지랄이야”을 쓰려고 하니 이것 말고 대체할 단어가 마땅찮았다.
-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예) 함부로 꺾지마라, 함부로 웃지마라.
- 무식한 놈 /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 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 예). -- 와는 절교다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 예) 문경새재에 오시려면, 봉암사에 오시려면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류근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 예) 너무 붉은 장미꽃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2. 시집 발간
- 나의 첫 시집 '문희의 노래'을 내고 -
시집은 왜 내는가? / 서봉교 시인
4년 전 애들 불장난처럼 낸 시집이
잊혀져 갈 무렵
우연히 검색하다가 발견한 ‘계모같은 마누라’
그것도 중고 서점이라니
권 당 4천원
저자도 꿈도 못 꿀 그 가격
저것을 주문을 해 말어
누가 내다 팔았을까
핏덩이를 몰래 내다 버리고
성장한 아이를 보고
쉽사리 접근 못하는 부모들처럼
심란한데
밥도 안 되고 그렇다고 돈도 안 되는
시집은
왜 내는가?
시집을 못 내는 이유 / 石竹
10여 년 시인이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살았는데
나 아직 한 권의 시집을
내지 못한 이유는
내 시집 속 시 한 편을 읽고
눈감고 깊은 사념에 잠기게 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요
창가에 기대서서 먼 산 바라보며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요
옛 사랑 불현듯 생각나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게 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요
어릴 적 고향 친구
누나 동생 어머니 생각에
찌르르 먹먹해진 가슴으로
눈가에 이슬 한 방울 맺히게 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요
입꼬리 살짝 올려 미소 짓게 하든가
하하 크게 웃게 하지 못할까 봐
그런저런 까닭에서입니다.
☆ 시집을 못 내는 유명 시인 이야기
- 이성복 시인/ 2014년 이후 시집 不- 왜?
- 1980년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이후 지금까지 8권의 시집을
출간한 계명대 교수, 한국 문단에서 주목받는 시인이 왜 7년 동안 시집을 내지
않았을까?
- 시인은 '그놈의 문학 때문에 하루라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했다.
“인생 탐구 프로그램하고 시 프로그램하고, 둘이 잘 안 맞아. 내가 시를 가장 많이 썼을 때는 그게 한 몸이었는데 지금은 시가, 나한테는 어리석음이고 말장난이고…, 시에 대한 불신 같은 게 있는 거라. 어떻든 나와 결혼한 사이인데 지금은 황혼 이혼도 못 하고…, 그런 형편이지.”
- “그땐 ‘사람이 시 없인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 문학 안에서 (인생) 탐사가 이뤄지면 더 바랄 나위 없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고요.
- 문학과 삶 불일치에 갈등
/ 월간조선 김태완 기자의 인터뷰 기사 발췌
⇒ 이렇게 유명시인도 시집 내기는 어렵고 쉽게 내지 않는다.
그런데 무명시인인 내가?
☆ 시 쓰지 마세요
- 시인이 되고자 한다면 편안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시 작업
자신과 싸움 각오한 후 도전해야
- 시집 발간에 대해 내 돈을 들여서 자비출판을 하자니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창작지원금을 신청해 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게 전국 대부분의 시인이 신청하는 이 사업에 원고를 보내 채택이 되는 일은 극히 소수, 그것도 운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다.
어찌어찌하여 천신만고 끝에 시집을 발간했다 치더라도 그 기쁨 또한 잠시,
어느 문학지에 서평 하나 실리지 않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 가져다주는 서운함과 부끄러움도 오롯이 혼자 챙기고 견뎌야 하는 시인 자신의 몫이다. 신춘문예나 문학지를 통해서 등단하는 시인들 중에는 소식 없이 사라지는 시인이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시인으로 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늘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 보면서 내가 가진 어리석음과 우매함을 깨닫고
세상과 사람들을 대범하게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껴안으며 사는 일, 그게 시인이 살아가는 힘이고 시인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험난한 자신과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시를 쓰자.
/ 부산일보 문화칼럼, 김형술 시인
○ 시집을 내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시집, 시집보내고 / 石竹
출판기념회는 무슨
안 하려다 그래도 첫 시집인데
신고식은 해야지
초 간단 조촐하게 치르고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인생, 사랑, 자연을 노래한
새콤달콤 달달하고 가슴 설레는
그런 시는 아니지만
문경사랑 마음만은 하나 가득 실은
시집 '문희의 노래'
시집, 시집 보내고
왠지 허전해라.
⇒ 자문해 본다.
나의 시집은 낼 만한 가치가 있는가?
시집 발간이 성공적일까? 몰따!!!
어느 시인이 시집을 내면서 내 시집이 라면 끓인 냄비나
가구 받침용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는데 나도 약간은 그런 마음이었다.
마침 2020년 정부지원금을 받아 시집을 내게 되었고, 염려했지만 내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명시인이라 해도 긴 시간 한 시인의 문학 활동 결과물이고 시인으로서 남는 것은 결국 시집뿐이다.
시는 "독자의 취향에 따라 좋은 시 그렇지 않은 시가 된다"고 한다.
단 한 사람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시라도 충분히 시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내 영혼을 담은 그릇, 시집을 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 시집을 내고
반응 / 石竹
- 시집, '문희(聞喜)의 노래'를 내고 -
내 시집 보냈더니 이런저런 인사말 중
술술 잘 읽히는 시 그래서 좋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칭찬인 듯 아닌 듯
특별히 주목받는 명작은 못 되지만
어려운 시 사양하고 짧게 쉽게 재미있게
그렇게 쓰자 했는데 그럭저럭 뜻대로
나무에 바람 스치듯 쉽게 쉽게 읽히지만
시루에 물 빠져도 콩나물은 자라듯이
가슴속 여운이 남는 그런 시가 됐으면
"여느 시와 달리 술술 잘 읽혀서 좋았다"라고 말하는 시집은 장점이면서 단점일 수 있다(나, 자의적 해석). 그러나 강물이 흐르듯이, 나무에 바람 스쳐 지나듯이 쉽게 읽히지만, 시루에 물은 빠져나가도 콩나물은 자라듯이 가슴속에 작은 여운이 남는 시라면 좋은 시라해도 되지 않을까 자위해 본다.
- 밤새워 읽었다.
- 며칠 동안 끝까지 다 읽었다.
- 문경을 주제로 한 시집답게 이 시집이 문경이다.
- 문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 카페에 올리고 독후감 쓸게요.
- 문경 관련 책을 내는 데 詩를 사용해도 될까요.
하는 등의 소리를 들었을 때, 듣기 좋았다.
☆ 천숙녀 시인이 보내준 풀꽃 시화에 감동
- 지금은 생각이 바꿨다.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할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스스로 인정, 존재가치를 찾자. 시인이면서(무명이지만) 시집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기가 자기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제2, 제3의 시집을 내기로 했다.
- 모든 시가 주옥같은 작품이면 좋겠지만 생각이나 개성이 다르고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른 시인이나 독자가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권의 시집에서 몇 편이라도 공감하고 감동이나 위로를 받는 시가 있다면 그 시집은 세상에 태어나도 좋은 시집이라 생각한다.
☆ 보내온 말씀들(일부 발췌)
- 시집 <문희의 노래> 잘 받았습니다. 저도 고향이 문경이라 마치 고향 속에 있는 듯 합니다. 두고두고 잘 감상하겠습니다
- 보내주신 시집 '문희의 노래'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문경에 대해 추억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느 시와 달리 술술 잘 읽혀서 좋았고 문경 사투리도 간간히 눈에 띄어 정겨웠습니다.
- 보내주신 귀한 시집 '문희의 노래', 소중히 잘 읽고 있습니다. 저의 고향이기도 한 문경을 이토록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게 받아 적어주셨네요. 시라는 것도 결국 나-가족-사회를 통해 “여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한 생의 수행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세월 궁리해서 지으신 선생님의 시집 출간을 늦게나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언젠가 문경문협에 가서 한 번 뵙도록 하지요.
- 고향 문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담긴 좋은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보내주신 시집 연휴를 즐겁게 합니다. 제 고향 문경을 다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어 참 멋진 시집입니다.
- 좋은 글을 열심히 쓰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고 대단하십니다
- 시집《문희의 노래》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마스크로 뒤덮인 우울한 나날 속에서도 <신선한 열정>으로 서정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시고, 시의 참모습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주옥같은 시편들로 하여 저의 나날이 더불어 즐거워지겠습니다
- 진정한 문경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멋진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집을 받아봅니다. 너무 멋져요. 독후감 쓸게요
/ "감사합니다. 문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경만을 주제로 하여 문학으로 문경을 알리는 홍보용 시집이라 할 수 있어요. 기관단체, 시민, 출향인사들에게 드릴 계획이에요. 격려 감사합니다"라는 답을 드렸다.
* 듣기 좋게 하는 말로 이해.
⇒ 어느 유명시인이 강의하면서 한국에서 시인으로 성공하자면 유명한 스승을 모시고 서울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이 두 가지를 안 했으니 시인으로서 이름 내기는 어렵고 제 시집 '문희의 노래'의 아래의 인사말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시인의 말
"육군 일병 시절/ 전우신문에 활자화된 내 詩/ 오랫동안 잠들었다.//
다시 깨어나/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시인이란 이름으로 14년/ 그러고도 시집 한 권 없었는데/ 나랏돈으로 시집을 낸다.// 가장 문경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믿고// 내 삶의 터전 '문경'/ 그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린 이야기/ 인류 문명에 큰 변화를 초래한 코로나 19의 극복과 삶/ 문학을 통해서 문경시를 알리기 위해/ 지역 정체성 확립과 관광자원화를 위한 문화, 역사/ 명품, 명소를 주 주제로 하여/ 틈틈이 쓴 시// 스스럽지만/ 펴냅니다"와 같이
제 시작(詩作)의 일관된 주제는 문경이었고, 제가 문협회장을 할 때 '명소 명품 프로젝트'를 처음 추진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그 결과 우리 회원님들의 문경 사랑 시가 많이 발표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다.
3 디카詩(dica poem)란?
디카(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로 작자 자신이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짧은 문자로 표현한 시로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
디카시라는 새로운 문학용어는 경남 고성의 이상옥 한국디카시연구소장이 처음 명명한 신조어로, 지난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인터넷에 2달간 50편 연재한 것을 지난 2004년 9월 15일 디카시집 '고성 가도'를 출간하면서 공론화된 것이다. 지난 2016년 국립국어원(우리말샘)에 문학 용어로 등재되었고, 지난 2018년에는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디카시 작품이 실렸으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 디카詩 특징
• 시적 형상(자연이나 사물)을 순간 포착해서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문자로 표현하여(날시) SNS로 실시간 공유.
• 디카시는 5행 이내, 그 외는 행과 연의 제한이 없다.
• 디카시는 사진과 글을 합쳐 단일페이지로 구성.
• 디카시를 통해 예술의 일상화, 일상의 예술화 추구
* 기존 시에 어울리는 사진을 덧붙여서 효과를 내는 포토포엠과는 다르다.
* 전자책, 포토 에세이 / 종이책의 소멸?
- 디카詩 공모전
경남 하동군의 '이병주 하동 국제문학제', 경기 양평군의 '황순원문학제', 경남 고성군의 '경남 고성 국제 디카시 페스티벌'을 열고 작품 전시와 낭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충북 보은군이 오장환 시인(1918~미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을 제정 시행, 서울디카시인협회 '디지털사진문학상 공모전' 등
- 디카시를 쓸 때 나만의 노하우/ 이기영 시인
디카시는 디카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
그건 문자시가 따라올 수 없는 특성이다. 사진을 찍고 문자시를 대충 줄여서 쓰는 것이 아니다. 디카시는 문자시보다 아포리즘(경구, 잠언)이 더 강한 시이고 문자시가 시적 형상화를 재현하려고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때 디카시는 한 장의 사진으로 순식간에 그걸 대체해 버린다. 디카시는 한 장의 사진을 한 행으로 표현할 수 있나인데 “...은 .....이다”라 하고 아포리즘이 나오면 디카시로 합격이다
⇒ 특별한 사진, 좋은 사진 한 장이 책 100권보다 더 강렬하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느끼게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디카시는
도저히 문자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체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이 특색이
고 장점이고 매력이다.
- 디카시를 쓸 때 나만의 노하우 / 이상옥 시인
디카시도 詩이지만, 문자시와 다른 미학을 가지고 있고, 또 있어야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디카시는 순간 포착의 극순간성의 창작미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느끼면 문자시는 그것을 시의 종자로 보는 것입니다. 디카시
에서는 그걸 시의 온몸으로 인식합니다.
문자시는 시의 종자를 가슴에 품고 그것을 상상력으로 키우고, 또 키우고 하여 시의 몸을 만들어나갑니다. 문자시에서는, 시의 종자는 영감의 산물로 신의 선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인은 신이 준 선물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키우고 키워서 완성해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1%의 영감과 99%의 자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포착한 시적 영감은 그것이 시의 몸의 99%(아니 100%)가 완성된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디카시를 쓸 때 시인은 창작자라는 개념보다 에이전트(대리인)의 개념이 강합니다. 사물의 언어(신의 언어)를 대신 받아쓰는 자라는 의미입니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날시)을 포착했을 때 이미 시는 완성됐다고 보는 겁니다. 그것이 날아가기 전에 디카로 찍고 바로 또 문자로 표현(언술)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디카시는 본질적으로 문자시보다 응축되며, 그래서 길이 또한 짧게, 하이쿠처럼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시적 감흥이 날아가기 전(그 말의 온기가 식기 전에)에 디카로 찍고 문자로 옮겨 그것을 SNS로 실시간 바로 소통하는 것이 디카시의 정체성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디카시를 쓰기 위해 여러 사진을 찍어 놓고 그중 하나를 골라 언술하기 위해 고뇌하고 상상하는 것은 디카시가 원래 추구하는 바와는 맞지 않습니다.
디카시도 예술이기 때문에 물론 퇴고도 필요합니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문자시가 1%의 영감과 99%의 시인 자신의 상상력으로 쓴다면, 디카시는 99%의 영감과 1%의 시인 자신의 상상력으로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문자시는 시인 자신이 주체가 되고 자연이나 사물이 객체가 된다면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이 주체가 되고, 시인이 오히려 객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의 언어를 받아쓰는 심정으로 창작하는 것입니다.
☆ 디카詩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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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 류영근
파란불이다/ 어서 가/ 박씨 물고 와라//
하늘에 제비 한 마리가 날고 있다.
거기에 기막힌 조연, 파란불 신호등, 그것도 좌회전 신호가 있고
디카시의 묘미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을 포착, 코로나 19 환란, 혼란스러운 시국에 박씨(기쁜 소식) 하나 물고 오길 바라는 간절함이 담긴 시 / 박동환 시인
☆ 디카시 보기 : 별지
4. 詩란?
○ 시에 대한 정의의 어려움
-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다.”
20세기 가장 탁월했던 미국의 시인이자 시론가였던 엘리어트(T.S.Eliot)의 말이다.
시를 깊이 연구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시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시가 인생을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결코 한 가지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 다양성 때문에 인생을 담고 있는 시에 대
하여 결코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의 정의는 사람의 수만
큼 있을 수도 있고 시인의 수만큼 있을 수도 있다.
시는 한 마디로 사특(邪慝)함이 없다. / 공자
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고 노래는 말을 읊은 것이다. / 순(舜)
시는 뜻이 가는 바를 적는 것. 마음속에 있으면 뜻이 되고, 말로 표현하면
시가 된다. / 시경
시는 마음이 나타난 것이다. / 서거정
시는 뜻을 주로 하는 것인데 그 뜻의 설정이 가장 어렵고
문장이나 말을 꾸미는 것은 그다음이다. / 이규보
시는 강력한 정서가 스스로 넘쳐나는 것이다. / 워즈워드
시는 모방의 예술이다. / 필립 시드니
시는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 맥리쉬
동양이나 서양 할 것 없이 시에 대한 정의는 각각이다.
이들은 시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에 이런 결과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시를 깊이 있게 통찰해본 결과 얻게 된 결론이다.
결국, 시의 정의는 인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정답을 제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인생
론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생을 복잡다기함을 생각할 때 시에 대한 정의 역시
인생의 한 단면, 인생의 어느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 반질반질 작은도서관
- 당신에게 시(詩)란 뭔가
속에 고인 덩어리를 터뜨리는 거다. 멋모르고 시인이 됐다. 첫 시집을 낼 때는
생각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터져 나왔다. 세상에 할 말이 너무 많았던 거다. 자다가 깨면 시가 와 있었다고 할까. 그냥 쓰면 시가 됐다.
두 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부터는 달라졌다. 시인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시어를 다듬고 교정도 보면서 세련되어졌다고 할까, 그러면서 짜내고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하지 않고, 만들지 말고, 받아 적어야 좋은 시가 나온다. 뭘 모르고 쓰는 게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나를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생활'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생각, 느낌,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마음속에 뭔가가 고이려면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세상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안에 쌓이는 게 많다. / 최영미 시인 대담 중에서
- 나희덕 시인이 신경림 시인에게 묻는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요?”-“모르겠다”
“시를 왜 쓰는가?”-“글쎄요. 시라는 문학 형식이 있고 그것이 나와 맞으니
그냥 쓰는 것이지요.” 시집 낼 때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든다.
- "나는 시가 뭔지도 모르고 40~50년을 써왔다.”
문효치 시인은 이 말과 함께 "시가 뭔지도 모르고 시를 써왔으니 엉터리 시인 아니겠냐”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 서정홍 시인은 시인이란? 쉬운 걸 어렵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걸 쉽게 쓰는 사람이다.
⇒ 최초의 시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란 책에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후 수많은 사람이 시는 무엇인가? 어떤 시가 좋은 시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말하지만, 유사 이래 정답은 없다. 수많은 시론 중 공감 가는 시론과 좋은 시를 보고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시인 각자 각각 나름대로 시론을 정립하고 시를 쓴다.
유명시인들이 주장하는 시론과 시작법을 말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시인의 시를
보면 그렇지 못한 시가 많다. 이론과 실재는 다르고, 말은 할 수 있으나 실행은
어렵고, 매번 좋은 시를 쓸 수 없다. 그만치 시는 오리무중이고 어렵다.
○ 짧은 시가 대세다.
- 말이 많고 길어지면 망한다. 詩도 그렇다.
- 디지털시대에는 짧고 쉬운 시가 시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 詩 형식으로는 디카시, 포토시, 4단시, 하이쿠 등이 그렇고
* 지혜로운 눈으로 순간을 포착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몇 줄의 글이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
- 詩로서는 나태주의 풀꽃,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고은의 그 꽃, 윤보영의 커피시 등이 그렇다.
* 국민가수가 있듯이 위 시인들과 작품은 국민시인이고 국민詩다.
- 높은 문학성이 있는 시나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형식의 모험적인 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독자에게 지나치게 영합하고 경박한 시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읽히는 시가 되지 않으면 장롱시, 죽은 시가 된다는 것이다.
시론 중요하다, 그러나 꼰대 같은 시론에 메이지 말라.
세상에 있는 모든 시론, 시작법을 통달하더라도 좋은 시를 쓰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해도 한순간 떠오르는 영감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꿩 잡는 게 매이듯 독자를 사로잡는 것이 오늘의 바람직한 시, 시인이다
읽히지 않는 시는 소용이 없다.
☆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詩
오늘 아침 가을바람에 / 작자 미상
꽃잎 떨어져/ 바람 인가했더니/ 세월이더라//
차창 바람 서늘해/ 가을 인가했더니// 그리움이더라//
그리움 이 녀석/ 와락 안았더니/ 눈물이더라//
세월 안고/ 그리움의 눈물 흘렸더니/ 아~ 빛났던 사랑이더라
⇒ 이 시가 왜 많이 회자될까?-영상
〇 시가 재미있으면 안 되나?
요즘 '詩'라는 이름으로 항간에 발표된 글들을 보면 마치 '시는 재미있으면 안 되는 글'처럼 쓰는 이들이 적지 않아 마음이 참 답답하다. 시는 압축 간결을 지향하는 글이니까 보통의 글과는 물론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소통이 안 된다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자기는 소수의 정예 독자들만을 상대로 한다고 고집할지 모르지만 좋은 내용이라면 소수가 즐기는 것보다 다수가 즐기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는 걸 그도 모를 리는 없으리라.
물론, 시가 흥미 위주의 통속소설처럼 되는 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시가 무슨 철학적 담론처럼 거창하고 심오한 내용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무슨 밀교의 주문처럼 몇 사람들만 알아보는 글이어서야 되겠는가? 시도 살아가는 이야기일 뿐이다. 시도 재미있는 글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내 지론이다. / 임보 시인
○ 詩 한 편의 큰 힘
詩 한편이 세상을 바꾼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죽기 전에 재산 10조원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결심의 근원에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 하나가 한 편의 시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런 시를 쓰자.
무엇이 성공인가/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서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시를 쓰면서
- 내가 나에게 하는 詩 쓰기 조언
생명 없는 시, 시를 위한 시를 쓰지 말자. 뭔가 있는 듯하게(예술성, 문학성) 치장하고 쓰는 모호한 시는 안된다. 지나친 기교를 부리지 않고 생생한 자기 목소리 내기. 먼저 나부터 두근거리는 시를 쓰자. 그래야 독자도...
- 세상에 내보내는 시는
미소짓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고, 인류에 이로워야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교훈을 주고, 단순한 음풍농월이나 감상에 젖어 신변잡기적 토로가 아닌, 현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 등을 고발(풍자)하고 치유하는 시를 쓰라.
- 결코 금권(金權)에 굴복하지 않고 무너지는 법치, 불의, 불공정에 침묵하지 말고 절규하라.
- 좋은 시는 사물을 보는 시인의 視力에 비례한다. 스스로 시력을 높여라! 안되면 잘 보이도록 돋보기(좋은 시 많이 읽고, 공부)를 쓰라.
☆ 에필로그
○ 제언(提言)
- 실용詩 쓰기
시인으로서 사명감, 내가 사는 곳에서 활용되는 역할詩
행사용 추모시, 시국시, 축시 등
☆ 나의 역할詩
- 문경문화원장 퇴임식 축시/ 문경문화원
- 제8회 대한민국 의병의 날 추모 헌시/ 운강이강년기념관
- 광복 75주년 평화통일기원 기념 축시/ 고모산성
- 구국 궐기대회 시국詩/ 점촌역
- 제65회 현충일, 赤城里전투 전사자 추모 헌시/ 적성리전투전승비
이런 활동을 보고 지역 원로 한 분이 제게 추모시 등을 지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활동이고 시인으로 역할을 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의병의 날 추모 헌시-영상
* 소원시 (이어령 詩. 고종원 낭송)-영상
☆ 몸은 기억한다
2019년 스페인의 한 요양병원, 휠체어에 초점을 잃은 눈을 가진 앙상한 노인이 시든 식물처럼 구부정히 앉아 있다. 누군가 그녀에게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들려준다. 잠시 고개를 떨구던 그녀는 이내 음악에 반응하듯 하늘을 향해 턱을 치켜들더니 휠체어 위에서 손을 나비처럼 접었다.
빛나던 젊은 시절의 한때를 기억하듯, 그녀의 팔과 손끝은 생의 마지막 날갯짓을 하며 아름답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로 투병해온 발레리나 마르타 곤잘레스였다.
/ 백영옥 소설가
⇒ 음악치료 요법 효과 有
만약 치매 초기에 음악을 자주 들려주었다면 중증 지연 및 치료 가능
- 식물도 음악에 반응한다/ 그린음악
병충해 없고, 더 잘 자라고, 더 예쁜 꽃을 피우고, 더 곱고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
- 우리 시인이나 시 낭송가도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이럴 경우(치매) 애송시, 자작시 들려주면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영혼을 울리는 예술(시)에 심취하면 우리의 정신과 영혼은 맑고 깨어 있으며 몸도 따라 건강해질 것이다.
시인이여! 영혼을 흔드는 詩를 쓰자!
내 생명이 다하는 순간, 詩로 행복한 미소를 짓자.
〇 클로징 멘트
- 김홍신 소설가는 자기가 쓴 소설에 만족하면 다음 작품은 쓰지 못한다.
이제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족 못 하는 글쓰기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동기가 되고 결심이 되고, 더 유명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라고 했다.
- 찰리 채플린은 나의 최고 작품은 언제나 'Next'(다음 작품)이다.
여기 오신 여러분께서는 보람 있는 인생, 멋진 삶, 일생일대의 명시,
영원히 남을 대표작품을 쓸 기회가 되는 내일, 다음이 있습니다.
건강, 건필하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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