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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협(회장 김종호), 2021년 제8차 문경문학아카데미 진행! (2)
김주완 시인 초청 '시와 언어' 주제 특강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25일(토)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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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떤 힘과도 다른 성질의 것이다. 이 힘은 어떤 다른 외형적으로 더 강한 힘과도 아무런 갈등을 가지지 않으며, 그와는 반대로 아주 힘없고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물리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그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시인의 말들은 인간을 자신의 편견 속에서 해방시키고, 또한 인간의 상업적이고 이기적인 관심을 잠자게 하며,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사물의 숨겨진 본질을 밝혀주고, 그 속으로 또한 우리 자신 스스로를 완전히 변화케 해주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끔 강요하고 이끈다.”
온전하지 못한 것 속에서 온전한 것을 노래하므로써 하나의 새롭고 완전한 세계를 건설해 내는 “시인들의 언어는 ⋯ 엄격한 의미에 있어서 예언하는 언어이다.” 그런 한에서 시인들은 “신들과 인간들 사이의 그 중간에 내던져져 있는” “반신(半身)”들인 것이다.
언령과 시령 - 이들이 인간의 삶을 자중시키고 고양시킨다.

5. 맺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시란 무엇인가라는 이른바 시의 정의에 대한 문제를, 단적 규정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리의 다수성을 전제한 다양한 규정이 타당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하이데거와 하르트만의 존재론을 중심으로 하고 언어와 시인과 삶이 그것(시)과 맺는 관련을 세부적 탐구영역으로 하여 각각 논의하고 두 이론의 유사성을 검토하였다. 이 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하이데거와 하르트만은 기초존재론과 신 실재론이라는 존재론의 서로 다른 두 길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와 언어에 대한 그들의 견해는 비록 그 표현은 다를지언정 실제에 있어서는 많은 부분이 일치하거나 상응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그들의 이론에 대한 천착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것은 결국 개념적 파악일 수밖에 없고, 그러할 때 하이데거의 개념은 하이데거의 이론체계 안에서 완전할 수 있고 하르트만의 개념 또한 그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개념의 진정한 내용은 개념 그 자체로부터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 개념체계에서 이해되는 것이며” “개념이 그 체계 속에서 떨어져 나오면 이 개념은 무내용하여지고, 그 의미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며” 더구나 “떼어낸 개별개념은 다시 본원적인 직관으로 채워지기가 어렵고, 그 의미를 상실하거나 맥빠진 추상에 빠지고 말 것” 이라는 하르트만의 지적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와 언어에 대한 하이데거적 개념과 하르트만적 개념의 유사성을 찾기 위하여 상이한 두 개념 체계에서 떨어져 나온 서로 다른 개념, 그것도 개념체계 속에서 떨어져 나오므로써 무내용하여진 개념들을 상응관계로 연결 시키고자한 이 글의 시도는 처음부터 무리했던 것이 아닌가? 이 글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글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하이데거의 이론은 하이데거의 체계 안에서, 하르트만의 이론 또한 그의 체계 안에서 이해 하고자 하여 주제별로 각각 따로 정리·요약하였으므로 그러한 부분(2.1/ 2.2/ 3.1/ 3.2)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지만, 두 사람의 이론적 유사성을 찾고자한 부분(2.3/ 3.3)은 위와 같은 염려를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사성을 찾고자한 부분은 하이데거나 하르트만의 서로 다른 개념체계에서 파악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글의 의도 및 논술체계에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염려는 해소되리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사성의 추출은 하이데거의 시도도 하르트만의 시도도 아니고, 오직 불완전할망정 필자의 시도인 것이며, 필자의 시도는 필자의 의도 및 논술체계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한 내용’ 파악의 첩경일 것이기 때문이다.
‘시란 무엇인가’하는 이 물음은 시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근본개념은 일반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시가 과연 근본개념인가 하는 문제는 찬반양론의 주장으로 갈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반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들어가는 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시의 정의가 다양하다는 것이 이미 이를 입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의 개념규정을 위하여 우리에게 남겨진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시가 가지는 근본현상의 “본질특징을 다만 기술함으로써 밝혀낼 수 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시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현상들을 그 다양성 속에서 추적하고 시 자신에게서 그것을 엿들어낼 것이 요구된다. 요컨대 현상학적 방법이 그것이다. 하이데거나 하르트만이 이 길을 따르고 있으며, 이 글 또한 이 길을 걸어 왔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것은 지금까지 논의한 시와 언어에 대한 약간의 존재론적 해명에 불과하다. 그것은 시에 대한 일반적 정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리의 한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은 충실성과 엄밀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대하고 있는 시는 시 일반이 아니라 실존적인 개개의 시 작품이다. 어쩌면 그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의 실존이란 무엇인가? 실존이란 “일정한 때에 ‘거기 있는’ 것은 다른 때에는 ‘거기 있지 않다’”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일정한 때에 거기 있는 시, 그것이 바로 시의 실존일 것이며, 이러한 시의 실존만이 시인이나 감상자에게는 보다 중요한 것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 일반을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본분으로 삼는 시의 연구자(철학자나 문학이론가)가 아니라, 일정한 때에 오로지 어떤 시를 창작하는 자(시인) 이거나 감상하는 자(감상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의 연구’는 결코 ‘시’가 아닌 것이다. 요컨대, 시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 - 그것은 철학자가 할 일이다. 시인이나 감상자는 시가 무엇인지를 말할줄 몰라도 문제가 안된다. 왜냐하면, 시가 무엇인지를 이론적으로 말할줄 모른다고 하더라도 시인은 여전히 시를 잘 쓸 수 있고 또한 현실적으로 쓰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감상자는 여전히 시를 즐길줄 알며 또한 현실적으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와 철학은 영원히 분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다. 오히려 여기에 상호화해와 상부상조의 길이 열린다. 시는 철학에게 직관성이라는 장기를 대여하고, 철학은 시에게 본질적 사유라는 도구를 양여한다. 그 이유는 “철학자는 언제나 기성개념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직관적인 표상들(anschaulichen Bilden)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며, 시인은 언제나 일상적 사유를 벗어나 본질적 사유에 이르러야 하기 때문이다.
시 일반이든 시의 실존이든 간에 시가 어쨌든 정신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그것에는 정신의 법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할 때 “시(정신; 필자)의 내용은 확장적이고, 인간들을 결합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모든 사람의 소유로 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언어의 성향이 항상 다시 새로운 체험 앞에 세워지는 개인들의 표출성향에 있고”, 그러한 새로운 체험을 부여해 주는 것 중에서 중심적인 것이 시이며, 시는 바로 시인에 의해서 쓰여진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시를 통한 세계의 확장과 삶의 고양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바로 시와 시인의 존재의의가 있는 것이다. “시인의 시적 삶은 인간의 시민적 삶에 선행한다.”

김주완 시인(1949~)

경북 왜관 출생.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예술철학을 전공한 철학박사
시집 『구름꽃』『어머니』『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엘리베이터 안의 20초』
카툰 에세이집 『짧으면서도 긴 사랑 이야기』
저서 『아름다움의 가치와 시의 철학』『미와 예술』등
대구한의대 교수로 퇴직, 대한철학회 한국동서철학회 고문, 대구 교육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 경북문인협회 회장 역임

눈길1 / 김주완

눈 가는 길 따라
마음이 간다

하얗게 서리 내린
늦가을 아침
긴 꽃대 위에 노란
대국 한 송이 피었다

밤새 누가 와서
뜨거운 눈길 한번
주고 간 게 분명하다

추석달 / 김주완

엄지와 검지로 가를 꼭꼭 눌러
중년의 어머니는
둥글게 둥글게 송편을 빚었다
송편 한가운데
검지와 중지 끝을 꼬옥 눌러
가지런한 분화구를 만들었다
바람 피해 의탁할 수 있는
안온한 둥지

어머니 이승 뜨시고
그 송편 보얗게
밤하늘에 떴다
밤길 넘어질라 밝히고 있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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