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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득용 문경문학관장 초청, 2021년 제7차 문경문학아카데미 개최!
21일 오후 2-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1년 08월 24일(화)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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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권득용 시인임 | ⓒ 문경시민신문 | | 문경문협(회장 김종호)은 지난 21일 오후 2시-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에서 회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경문학관장 권득용 강사를 초청, '우리의 삶에 이끼가 되는 문학'이란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우리의 삶에 이끼가 되는 문학
시인 권 득 용
F.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삶의 종착역은 다 같다. 어떤 길로 가는지가 다를 뿐이지 넌 네 길로 가는거야”라는 대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다. 그런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편년체 형식의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소멸되지만 기억과 추억의 편린은 사람마다 성장과정의 환경 또는 주관적 배경에 따라 나이테가 촘촘해지거나 이끼로 자라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 현재는 지금의 나를 거울에 비춰보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추억의 열차에 만석이 된 삶의 여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일등석이 아닌 거울 이면의 현상학적이지 않은 사각지대의 교집합은 마치 기후변화의 탄소 중립을 지키기 위한 탄소의 발자취를 직관적으로 유추하는 일이다. 상상해보라.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 또한 얼렁뚱땅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태평양 상공에서 증발된 수증기의 긴 여행이 소나기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서 만날 수 있는 무지개는 자연다큐의 스펙트럼으로 대서사시가 된다. 문학 또한 과거 현재 미래를 필사하는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 내 문학의 시원(始原)
지지리도 가난했던 유년시절 자아의 싹은 한 번도 햇빛을 향한 적 없이 가난이란 절망의 바다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단칸 셋방에서 여덟 식구가 옹기종기 등을 포개고 잠이 들면 가끔 고단한 부모님의 코고는 소리에도 연속극 극본을 쓰겠다며 원고지 빈칸을 메워나가던 열여섯 사춘기 까까머리 소년은 지난 1970년 7월 25일 ‘교내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관한 작문 모집’에 당선, 두 달 뒤 9월 28일 ‘수출진흥 장려에 관한 교내 백일장’에서 차상을 한 것이 문학의 시원이 되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한 번도 도시락을 싸본 적이 없던 나는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열심히 써주고 점심시간이면 구내 매점에서 찐빵과 우동을 얻어먹었다. 어쩌면 나의 글은 한 끼를 때우는 생계의 수단이 되었지만, 실상 나에게는 사춘기가 오지 않았다. 후일 제목도 정해지지 않은 내 시의 첫 작품은 첫 사랑이나 서정시가 아니라 할머니의 치매 이야기를 써놓았다니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나의 시창작 문예일지는 그렇게 지난 1971년 11월 16일부터 기록되어 있다.
'슬픈 대지(大地)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거기에 늙은 고목(古木)이/ 실없는 말(言語)들을 되풀이하고/ 조그만 아주 이름도 없는 조그만 과목(果木)이/ 큰 호통을 치면서/ 대지 위를 누비고 있다// 이윽고 조그만 과목은/ 한 잔의 술을 마시곤 힘에 겨운 고목과/ 언쟁을 벌이고 난 후/ 조용히 경멸의 눈총을 내리깐다'
이후 첫 사랑 부모 형제 그리고 몸서리처지는 가난이 내 문학의 방을 들락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사춘기는 찾아왔고 첫 사랑의 실연으로 가난을 원망하면서도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문학을 꿈꾸었으나 결국 공대로 진학하였다. 글쓰는 일이 춥고 배고프다는 생각에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 낙서처럼 끄적거렸던 나의 시가 처음 바깥세상으로 나온 건 지난 1981년 2월 27일 충남대신문 480호에 실린 「상신원에서」였다. 상신원은 나환자촌이었다. 문경군 대학생 모임에 부회장을 맡고 있던 나는 불우이웃돕기 일일찻집으로 생긴 수익금과 문경군청 후원으로 농암면에 위치한 상신원으로 위문을 갔을 때 쓴 시였다.
'나환자 촌에서 일가를 만났다/ 한 할아범 자손인데도/ 악수를 잊어버리고/ 웅어리지는 슬픔으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아제 문둥이 아제// 사이다 콜라 계란 빵/ 정성스레 차린 식탁은 일등메뉴/ 허기 채워 일렁이는 속은 양심을 배반했다/ 달아오른 얼굴로 아제 미안// 흉년을 걱정하며 물가는 치솟고/ 선거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큰놈은 중학 졸업반/ 일상의 근심은 끝간데없다// 오늘은 닷새장/ 구부러진 손마디에 손톱이 몇 개였던가/ 애써 눈썹을 만들고 선글라스 끼니/ 거울도 웃는다 멋쟁이 아제/ 그래도 십오리 장길은 멀기만 하다// 구름도 쉬이 넘어 참으로 인정이 그리운 세상/ 언제 대로에 군자행을 할거나/ 하늘도 하나이고 땅도 같은데 무슨 업보인가/ 찐문디 꽃문디 한 많은 평생/ 바람조차 쉬일 날 없어/ 올 같은 추위에는 마리아도 떨고 있었다'
― 시 「상신원에서」 전문
그리고 지난 1996년 나는 마흔둘에 아들을 얻었다. 백일이 되었을 때 어떤 시인 한 분이 「기림 백일시(奇林 百日詩)」를 쓴 것을 보고 시인으로 등단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내 속내를 남에게 내보인다는 것에 대한 자신과 확신이 없었다. 「기림백일시」는 중부대학교 신웅순 교수(시조시인, 서예가)에 의해 도자기 작품으로 빚어졌다. 환경운동을 하던 대전매일 신문에 환경칼럼(1997.04~09)을 대전종합신문에 안전칼럼(1999.03~08)을 연재하기도 하였다.
2. 시인이 되다 그리고 내 시의 DNA
'어미의 메마른 젖이었다/ 아비의 기침소리였고/ 석 달을 자란 수염이었다/ 열아홉 나이에 집을 나간/ 아우의 얼굴이었다'
― 시 「가난 1」 전문
나는 지난 1999년 겨울 《오늘의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응모작은 「신사(紳士), 그리고」(1977.5.22.) 「아우를 보며」(1981.1.10.) 「가난 1」(1981.7.10.) 「백두산 천지」(1993.8.1.) 「천생(天生)의 연(緣)이라 해도」(1997.11) 등 5편이었다. 시를 써놓은 지 20년도 더 된 유통기한이 지난 시였지만, 용케 나는 시인이란 완장을 차게 되었다.
'눈꽃이 피려면/ 하늘이 울어야 하리// 쏟아지는 백설은/ 지척 사랑일뿐// 바람 멎은 눈꽃은/ 향기롭지가 않다// 그런 사랑이라면/ 커피 한 모금에/ 쉬이 그대 곁에 다가설 수 있지만// 천생의 연이라 해도/ 어찌 바람 부는 날이 없으랴'
― 시 「천생의 연이라 해도」 전문
1990년 대학강단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면서 환경운동과 재해예방실천연합 사무총장으로 NGO활동을 하던 나는 등단 전부터 환경과 재해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내 시의 모티브나 배경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반사체로 굴절각이 예리하여 순간순간 저장되어 필사로 남겨졌다. 예컨대 환경위기의 시계, 지구온난화, 아무도 나를 먹지 않는다, 생태맹, 소방귀세, 별을 보게 해줘, 처서가 지났는데도, 고뿔, 글쎄 깜빡했어, 앉아서 오줌 누기, 꽃향기가 없다, 대장암 걸린 눈사람, 수빅만은 지구온난화의 동영상이다, 멜라민, 쉿! 조용해, 하얀 농약 뒤집어쓰다, 산성비, 낙지머리, 문자메시지, 혼인빙자간음, 좌장지, 수컷이라 해야 하나, 고얀놈, 어깃장을 놓거나, 스무살의 청춘 등에서 지구환경과 4대강사업 환경호르몬을 걱정하였으며 산이 울고 있네, 매미, 사냥놀이, 낌새가 이상해서, 불장난, 면죄부 등 안전핀조차 없는 지뢰밭인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는 시를 썼다.
'새들이 하늘을 비운 뒤// 나보다 먼저/ 벌거벗은 나무 위로 눈이 온거야/ 그것도 펑펑 쏟아진거야/ 사십년도 훨씬 오래된/ 내 유년의 몽정기 때처럼/ 속수무책으로// 나는 아찔한 현기증으로/ 백치의 여자에게 오르가슴을 훔쳐/ 내 DNA을 쏙 빼닮은/ 배불뚝이 눈사람을 만들었어// 그런데 그런데 사흘이 지났어/ 간빙기가 온다는 영하20도의 추위에도/ 바람을 피해 나온 햇살에/ 내가 무너지기 시작한 거야/ 삼분의 일이 절단 나 버린/ 내 몸의 세로 횡단면도는 끔찍했어/ 글쎄 대장암 세포가 온몸에 전이되어/ 가시처럼 까맣게 촘촘히 박혀있었지/ 기가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세상에 어떡하면 좋아// 동정녀처럼 순결한 눈이 아니었어'
― 시 「대장암 걸린 눈사람」 전문
'하늘비(雨)가 오고 난 뒤, 또는 이른 새벽 들로 나가신 아버님은 이슬에 흠뻑 젖은 채 뽀얗게 살이 오른 두더지를 삽자루 너머로 불쑥 내밀곤 하셨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아이들에게는 더없는 고단백의 원형질이었다 두더지는 한 번도 대지를 측량할 수 없었는데도 모래가 있거나 돌더미 속이거나 차진 흙속이거나 물이 스미는 곳이거나 단단한 땅에는 절대 길을 만들지 않았다 흙을 파는 양발이 잘 발달된 놈일수록 융단처럼 부드러운 털이 햇빛 속에서도 눈이 부시고 제 생명 귀한 줄 어련히 알고 있었다 오감(五感)으로 일구는 길이지만 붕괴되어 명(壽)길을 막지 않았다// 사람도 길(道)을 창조하지만/ 오만함으로 영리함으로 혹은 불감증으로/ 문명의 세계에 하나 된 길이 없음은/ 그대들의 눈길과 손길마저/ 상실의 사유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낌새가 이상해서 달려가보니/ 이세상 목숨 아닌 것은/ 오감으로도 그대들 생명 지킬 줄 알았던가/ 두더지를 닮지도 않고서'
― 시 「낌새가 이상해서」 전문
이 시는 지난 2000년 6월 9일 오후 2시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 건설 차령터널 붕괴 현장의 소고이다. 사고 경위를 밝히는 공사 현장 관리자의 낌새가 이상했다는 기막힌 답변을 인용해 보았다.
나의 글쓰기는 지난 1970년 산문으로 출발하였으나 지난 1971년 시로 치환되었다. 문학청년의 꿈을 접은 대학시절(1974~1981)에는 유신헌법과 5.18을 거치며 사회와 현실 문제를 고민한 시를 썼다. 그리고 대전한밭문화제 시화전(2002~2006)에 출품하였으며 문학사랑, 대전문학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학의 숲을 산책하였다.
2006년 첫시집 '권득용의 러브레터'를 시작으로 칼럼집 '자연은 때를 늦추는 법이 없다' 2008년 '아버지, 인연의 아픈 그 이름이여' 2011년 '백년이 지나도' 2014년 '일어서라 벽을 넘어야 별이 된다' 2018년 '문학, 그 신명난 춤판' '낙관 한 점' 2019년 '다시, 사랑하지 못하더라도'를 출간하였다. 내 시의 DNA는 가난으로부터 출발하여 가족과 내 삶의 명제가 되어버린 환경 재해 재난 안전이라는 추상적 명사로 이어지면서 사람 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치라는 판도라 상자를 훔쳐보는 순간 내 삶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설상가상 아버님마저 돌아가시며 절망의 바다에서 불효를 탄식하였다.
'아버지 당신이 곱게 키운 아들딸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대학병원 67병동 로비/ 일순 긴장감이 죽음의 그림자처럼 내려앉고/ 모두가 침묵합니다// 늘 건강하실 줄 알았던 아버지/ 사는 일이 바빠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집니다//밤이 이슥하도록 여든의 고령 때문에/ 삭정이처럼 약해진 심신 때문만은 아니라도 도리질을 하면서// 당신의 가쁜 호흡만큼이나 한숨만 거듭하면서/ 육신의 아름은 눈물이라지만/ 뼛속까지 침투해버린 암세포들이 당신의 영혼까지도 울릴까// 두려워 두려워 비밀스럽게 아주 비밀스럽게/ 오늘밤 우리는 공범이 됩니다// 언제까지나 당신의 종속변수인 줄 알았는데/ 당신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암세포보다/ 몇천 배나 더 간악한 암덩어리가 되어/ 당신을 집으로 모십니다/ 억장이 무너집니다// 아버지/ 이제 우리는 당신에게 주홍글씨입니다/ 아버지 용서하소서/ 천번 만번 용서하소서'
― 시 「천번 만번 용서하소서」 전문
결국 10여 년의 정치외도를 끝내고 2014년 대전문인협회 회장으로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3. 문학의 집을 짓다
고향을 떠나온 지 50년이 지났다. 지난 2018년 당시 나는 전립선 암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나 문학을 통하여 우리의 삶과 세계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며 예부터 길문화의 상징이고 백두대간 인문학의 중심인 고향 문경에 문경문인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갤러리와 북카페가 있는 문경문학관을 12월 1일 개관하였다. 2019년 11월 한국관광공사 투어플레이스에 등록되었으며 2021년 5월 31일 경상북도 사립문학관 제1호로 지정되었다. 돌아보면 내 문학의 여정은 감입곡류(嵌入曲流)하는 미혹(迷惑)들이었다. 나의 시는 그저 시가 아니었다. 가난하고 힘들고 쓸쓸하고 외로워서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을 때 일인칭 문장으로 새겨놓은 영혼의 화두들이 어느새 산이 되고 강이 되다가 더러는 꽃으로 피어나고 삶의 이끼가 되었다.
'저 작은 것들 좀 봐/ 파란 하늘을 닮고 있네// 바위, 나무, 흙// 거기, 생명의 자궁 열어놓고/ 하늘 아래/ 그대가 어머니 되고/ 우주가 되고// 누구라서 보잘 것 없다 하는가/ 이미 그대 삶에 이끼가 되어버린 나'
―시 「이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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