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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협(회장 김종호), 2021년 제6차 문경문학아카데미 개최!
고영민 시인 초청 ‘연애와 씨 쓰기’ 주제 특강 실시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1년 07월 18일(일)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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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줄 우측에서 두 번째가 고영민 시인
ⓒ 문경시민신문
문경문협(회장 김종호)은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에서 회원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21년 제6차 문경문학아카데미를 열고, 고영민 시인을 초청하여 ‘연애와 씨 쓰기’란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고영민 시인의 특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애와 시 쓰기

1. 연애와 시 쓰기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얻고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시 쓰기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든 연애가 다 성공할까? 성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실패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2.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주제 파악이 중요하다.
내가 누구냐?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여 핵심 역량을 발견해야 한다. 자기가 정말 잘하는 것이 뭔지, 파악을 해야 한다. 누구나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이 있다. 따라 하면 최선을 다해도 최고가 될 수 없다.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것을 가지고 승부해라.

3. 나만의 고백을 찾아라. 차별화해라!
자기를 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미술, 자기를 소리로 표현하는 것은 음악, 자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용, 자기를 음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요리, 자기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문학이다. 문학은 자기 고백이다. 고백의 형식이다. 자기만의 고백의 형식을 찾아야 한다. 대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시적 인식’이다. 흔히 시인(詩人)을 시인(視人)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상에 대하여 새롭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의미가 창조된다. 이처럼 새로운 인식을 통해 창작의 동기로 삼은 작품들은 낯익고 친숙한 것들과 이별하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4.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어요? (가장 많은 질문)
사물(대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 대상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는 관찰에서 시작한다. 대상을 유심히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유심히 보는 것은 대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전제 조건이다. 창조의 본질은 관찰하는, 발견하는 눈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발견의 진정한 마법은 새로운 풍경을 찾아 나서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고 말한다.

5. 자신 스스로를 시 쓰는 사람으로 설정해야 한다
시 쓰는 사람으로 설정하는 것은 시집을 가까이하고,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자기가 쓴 시를 모아서 들고 다니고. 시 쓰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시인은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쓰면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쓰는 순간 생각과 세계가 작동하고 나아가 생성하므로, 시는 시의 언어는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꿈꾼다기보다 이 순간을 찢고 나오는 과거와 미래를 번역한다. 내가 글을 쓴다고 쓰는 게 아니라 글이 글을 씀으로써 내가 비로소 백지 위에 뒤늦게 도착한다. 어떤 글은 즉석에서 지금 당장 쓰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쓰지 못하게 된다. 일순간 솟구쳤다, 사라져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와도 이미 그 몸이 아니다. 시가 그러하다. 그 순간에 그 말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 기가 그러하다. 직관이 글을 쓴다.

6. 시적인 상태가 되어야 한다. 연애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늘 시를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시는 쓴다”가 아니라, “받아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시는 늘 온다. 길을 가다가도 오고, 잠결에도 오고, 밥을 먹을 때도 온다. 하지만 받아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는 오다가도 사라진다. 그렇기에 마음과 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투수가 직구를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공을 던졌는데, 평소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가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생각과 손이 따로 노는 것이다. 시를 쓰는 경우도 똑같다. 내가 어떤 대상을 보고 쓰려고 했는데도 처음 생각한 것과 달리 이상하게 써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볼 컨트롤이 되지 않는다. 계속 공을 던지는 연습을 통해 내가 직구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직구를 던질 수 있게, 커브를 던져야지 생각하면 손이 커브를, 슬라이더를 포크볼을 던질 수 있게끔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좋은 시상이 떠올라도 공이 엉뚱한 곳으로 던져지듯 제대로 써낼 수가 없다. 포수가 새를 발견했다고 치자. 꿩을 잡기 위해서는 항상 총알이 장전이 되어 있어야 한다. 꿩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꿩을 발견하고, 어, 꿩이네! 생각하고 주머니에서 총알을 꺼내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면 그 사이 꿩은 시야에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꿩을 발견하면 바로 겨냥해서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시적인 상태로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7. 끊임없이 펌프질을 해라
펌프질을 하지 않고 반나절만 그냥 놔두면 펌프 속의 물은 다시 땅속으로 잦아든다. 그럴 땐 한 바가지 마중물을 붓고 다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한다. 처음엔 탁한 물이 나오다가 나중에 차고 맑은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글(시)도 마찬가지이다. 펌프질을 하지 않으면 뻔한 글을 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상이 떠오르면 계속하여 파고 들어가야 한다.

8. 연애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밀당을 잘한다.
무엇과의 밀당이냐? 대상, 나. 시적으로 얘기하면 대상 즉 객관적 상관물과 나의 감정 상태이다. 대상 쪽에 너무 당겨오면 시가 딱딱하고 팍팍하며 감정 쪽으로 너무 당겨오면 시가 질척거리거나 신파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를 잘 쓰는 사람은 그 긴장감을 잘 유지한다. 음식으로 말하면 간을 잘 맞추는 사람이다.

9. 시를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시를 쓰는 것은 집 짓는 것과 같다. 누구나 집을 지을 수 있다. 하물며 개미도 집을 짓고, 까치도 집을 짓고, 벌레도 집을 짓는다. 사람이야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당연히 집을 잘 짓는다. 이 말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나 연애를 할 수 있다. 벌, 나비, 물고기, 새, 짐승도 다 연애를 한다. 문제는 집을 짓는 순서를 모를 뿐이다.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시에서 기둥은 바로 줄거리이다. 처음부터 고대광실을 지으려고 하지 말고 먼저 기둥부터 세워라. 기둥만 세우면 반은 집을 지은 것이다. 기둥만 세우면 비닐만 올려도 집이 되고, 양철만 올려도 집이 되고, 짚을 얹어 놓아도 집이 된다. 먼저 기둥을 세워라. 기둥은 줄거리이다. 자기가 접한 대상에 줄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 처음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면서 집을 짓다가 중간에 포기한다.

10. 가장 쉬운 시 쓰기는 자기 얘기(추억, 기억)를 쓰면 된다.
이 안에 진솔함이 있다. 그리고 자기만의 얘기는 남과 가장 차별화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멀리서 시를 찾지 말고 자기 안에서, 일상에서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좋은 글은 수려한 문체나 기교를 잘 부린 글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글이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그리는데 집중하고, 진심을 담아라! 수려한 문체나 기교를 잘 부린 글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글.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그리는데 집중한 글이 좋은 글이다.

11. 시를 쓸 때는 門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라.
시도 집을 지을 때와 같이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독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문을 얼마나 크게 낼 것인지, 쪽문을 몇 개를 달 것인지. 요즘 시는 문이 너무 작다. 하여 독자들이 쉽게 그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든다. 집이 아니라 일종의 감옥 같은 시들이 많다. 들어가도 나올 수가 없다. 시가 아니라 미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문을 많이 내는 것도 문제다. 이런 시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너무 적나라하고 필요 이상의 바람이 들이쳐 집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다.
시는 집이라고 했다. 집은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풍경이다. 그러면서 밖이 안과 적절하게 내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에는 안방의 역할을 하는 부분, 대청마루의 역할을 하는 부분, 부엌, 헛간의 역할, 마당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는 적절하게 시의 문을 닫아놓느냐 열어놓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를 쓸 때는 문을 어떻게 낼 것인지? 얼마의 크기로 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12. 시 쓰기는 연애와 같다
애인(詩)을 만들려면 먼저 좋아하는 대상, 이상형을 찾아야 한다. 이상형을 찾았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리워해야 한다. 하지만 그리워만 한다고 애인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 다음엔 접촉을 해야 한다. 그가 나타나는 시간을 알아내고, 어느 길로 가는지를 알아내고, 우연을 가장한 채 만나기도 하고, 밤늦도록 문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일부러 어깨를 부딪치기도 해야 한다. 한번 두 번, 접촉하면서 안면도 서로 트고, 인사도 나눠야 한다. 다음은 상대도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예쁘게 단장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있도록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장을 뒤져 좋은 옷을 골라 입기도 해라. 그러면 상대도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 다음엔 조금씩 유혹을 해라. 먹을 것도 갖다 주고, 선물 공세도 하고, 당신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라. 그다음 적당한 때를 골라 사랑한다고 열렬히 고백하라. 하나가 되라. 그러면 생명이 탄생한다. 그 생명이 詩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나 되는 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하는가 되는가? 하나 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관심-표현-정성-신뢰-사랑-하나’ 즉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 보이는 것에 대해 표현을 하고 정성을 들이면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생기면 서로 사랑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면 생명이 탄생한다. 남·녀 관계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관심도 갖지 않고 정성도 들이지 않고, 신뢰도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사랑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글과 하나가 될 수 없으며 시가 탄생하지 않는다.

13. 진정한 연애는 자기와 하는 것이다.
시 쓰기는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먼저 자신을 믿어라! 겉마음과 속마음을 일치시켜라. 페루 인디언들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기 전 낚싯대와 대화를 한다. 너는 바다에 나가면 고기를 많이 잡게 될 거야. 이 말을 통해 그 낚싯대는 고기를 잘 잡는 낚싯대가 된다.

시인 고영민 (1968~ )
충남 서산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가 있음
『지리산 문학상』 『박제삼 문학상』 등 수상

< 고영민의 시>

극치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 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 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 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 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시인 앞

꽃은 시인 앞에 와서 핀다
꿀벌은 시인 앞에 와서 날갯짓 한다
잎새는 시인 앞에 와서 지고
군인은 시인 앞에 와서 담배를 꺼내 문다
흰 고양이는 죽는다
시인 앞에 와서
연인들은 시인 앞에 와서 입을 맞춘다
아이들은 시인 앞에 와서 뛰놀며
노인은 시인 앞에 와서 운다

누가 누구를 버린 걸까
무게를 못 견딘 나뭇가지처럼
누운 풀과 검은 돌들
긴 해바라기 꽃밭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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