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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협(회장 김종호), 2021년 제3차 문경문학 아카데미(문지원 시 낭송가, 시 낭송으로 꽃을 피우다.) 성료!
15일 오후 2시-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 15명 참가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16일(일)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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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좌측에서 네 번째가 문지원 시 낭송가 | ⓒ 문경시민신문 | | 문경문협(회장 김종호)은 지난 15일 오후 2시-4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어학강의실에서 회원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지원 시 낭송가를 초청, '시 낭송으로 꽃을 피우다'라는 주제로 2021년 제3차 문경문학 아카데미 특강을 실시했다.
2021 3차 문경문학아카데미 (2021년 5월 15일)
주제 ‘시(詩) 낭송으로 꽃을 피우다.’
누가 시 한 편도 외워 읊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다 하는가?
시(詩) 낭송가 문지원
◎ 시 낭송이란?
시 낭송은 시(詩)가 품고 있는 향기를 사람들의 가슴으로 느끼도록 시적 감동을 울림으로 전해주는 소리 예술이다. 시(詩)는 자연, 인생 등 일체의 사물에 관하여 일어난 정서, 감흥이나 사상 등을 리듬의 형식에 의하여 서술한 것 또는 마음에서 느낀 것이 실제로 경험한 것을 리듬에 맞춰 쓴 글이다. 시인의 체험이 깊이 깔려 있고 영혼이 녹아 있는 시(詩)를 듣는 이로 하여금 시인이 시(詩)를 탄생시킨 산고의 마음 이상으로 그 느낌이 감동으로 전해지도록 표현하는 표현예술이 시 낭송이다.
시 낭송의 낭(朗)은 ‘높은 소리로 또랑또랑하게 랑’자이고 송(誦)은 ‘암송할 송’이다. 시 낭송은 원고를 보지 않고 시를 자기화해서 타고난 음색과 성량, 정확한 발음으로 시의 독창적인 해석과 표현을 통해 청중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시가 지니고 있는 빛깔과 향기를 소리의 울림으로 청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써 한 공간에서 다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최상의 소리예술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시 낭송이란 시 속에 담긴 의미와 시적인 감동을 청중들에게 내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 소리예술이다.
- 시를 많이 읽고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
- 바른 소리로 말의 맛을 살려야 한다.
- 가슴으로 낭송하되 자연스러워 한다.
- 소리, 눈빛, 표정으로 연출한다.
- 명료하고 자연스러우며 감동이 있어야 한다.
- 가기만의 것으로 육화시켜야 한다.
- 시 낭송에 기본은 있으나 정형은 없다.
◎ 시 낭송이란 무엇인가?(출처 : 시 낭송 교실 / 김성우)
1. 시 낭송은 노래하는 것이다.
시는 노래다. 시 낭송은 노래를 노래하는 것이다.
시는 눈으로 읽는 기호의 문학이라기보다 귀로 듣는 곡조의 문학이다. 시에서 음악성을 어떻게 표출시켜 시 전체를 살릴 것인가? 그 방법이 시 낭송이다. 시 낭송은 바로 언어를 가지고 음악과 꼭 같은 작용을 하는 또 다른 예술양식이다. 시 낭송은 시의 아름다움에 노래의 아름다움이 겹치는 이중적인 아름다움의 표현이다. 시 낭송의 시는 가곡의 가사보다 훨씬 범위가 넓고 깊이가 깊다.
2. 시 낭송자는 작곡가요 가수다.
시 낭송은 시어와 음성언어의 결합이다. 시어가 가사이자 악보이다.
시어는 산문과는 달리 시어 자체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은유성과 상징성 때문에 음감의 밀도가 더욱 높다. 시 낭송의 음조를 기본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시 자체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것은 낭송자의 재량이요 재간이다.
3. 소리 있는 곳에 감동이 있다.
음가(音價)를 모르고는 시가(詩價)를 모른다.
“시를 읽을 때 느끼는 것은 몸에서 나는 말의 음과 마음 속에서 상상적으로 나오는 말의 어감이다”-<시와 과학> 영국의 비평가 I.A 리처드의 한 구절, “감정을 소리로 내지 않으면 통달하지 못하고 소리를 문자화 하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으니 이 세 가지가 하나로 합해져야 시가 된다”-조선조 실학자 박제가의 문집 서문, “시는 생각하는 음악이다. 음악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시요, 그래서 시 낭송은 필요하다. 시에서 음악은 시를 담는 그릇이자 시를 나르는 도구이다. 시 낭송은 음악으로 시를 담아주는 것이고 음악으로 시를 전달해주는 것이다.”
4. 리듬의 효과
시의 바탕은 음률과 리듬이다.
시 낭송은 말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시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음감의 리듬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시를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리듬은 영혼을 울린다. 시 낭송은 리듬으로 사람의 영혼을 흔드는 것이다. 파도소리처럼 시의 리듬은 사람을 최면시키는 효과가 있다.
5. 음률의 발굴
시는 원천적으로 그 자체 속에 음률과 리듬이 내재되어 있다.
낭송가는 시에 감춰진 음률과 리듬을 끌어내어 그것을 확성시키는 것이다. 그 음률과 리듬의 발굴과 확산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시낭송에도 멜로디가 있어야 한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어와 시행의 고저, 장단, 강약으로 멜로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멜로디는 시인의 것이라기보다 낭송자의 것이다.
6. 낭독과 묵독의 차이
소리 내어 시를 읽는 시 낭송은 시를 눈으로 읽는 목독이나 마음 속으로 읽는 심독과 차이가 있다. 바로 목독이나 심독은 시의 음률과 리듬을 묵살하는 것이다. 사람이 소리를 내어 말을 하면 신체 기관이 따라 움직이면서 그 진동과 파장으로 말 속에 감정을 띠게 된다. 시 낭송은 몸으로 시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시라는 것은 노래를 하거나 입으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눈이 글자에 매여 있는 한 정신은 날 수가 없게 되고 그저 땅 위를 기어 다니게 된다. 생각은 말로 해야 하고 꿈은 노래하지 않으면 안 된다”-아미엘 <일기>
7. 시 낭송은 시의 재발견이다.
한 편의 시를 읽자면 수많은 낭송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낭송자는 이 중에 자기 해석을 택하게 된다. 이때 해석이란 시의 재발견이다. 시인이 쓴 시 속에서 자기 시를 찾아내는 것이다. 시어를 한 자도 바꾸지 않으면서 자기 시를 새로 쓰는 것이다. 시인의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했거나 아예 의도하지 않았던 이미지를 낭송자가 창안해 내기도 한다.
감동적인 시 낭송을 들을 때는 그 시를 활자로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로 느낀다고 했는데, 그것은 낭송자가 시를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8. 시 낭송은 시의 번역이다.
시 낭송은 문자의 언어를 음성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시란 언어의 정수요 우리 말 시는 우리 말의 정화이므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시의 정제된 언어가 생소하다. 이것을 낭송이라는 노래로 번역하여 친숙하게 하는 것이다. 노래는 모든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만국어다.
9. 시낭송은 연기다.
전문적인 시 낭송가가 되려면 시적 감수성이 있어야 하고 시적 표현력의 수련이 필요하다. 무슨 연기이든 연기는 감정을 극대화해서 그것을 밀도 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시 낭송도 연기라면 그것은 시적 감정을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기술이다.
시 낭송은 단조롭지 않아야 한다.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다. 아무리 조용한 시라도 감정 표현에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
10. 왜 암송인가?
악기 연주가들은 그 긴 곡을 악보로 연주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한다. 독보와 암보는 음악의 표현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곡을 외워야 해서 자기 몸 속에서 용해되어 체득화(體得化) 되고 내면화 된다. 이렇게 해서 온몸으로 우러나는 음악이라야 진정한 음악이 되는 것이다.
글자를 따라 시를 읽으면 그 시각의 집중이 내면의 정감을 방해한다. 글자에 얽매여 자신의 감흥이 자유롭게 생성되지도 않고 발산되지도 않는다. 발성이 있을 뿐 낭송은 없다.
시 낭송도 암송은 즉흥의 감흥이 작용하는 것이다. 시를 눈으로 보고 읽는 낭독은 읽는 사람의 시에 대한 정성과 열의와 이해가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감명을 주지 못한다.
<배우가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꼴이다.>
건성으로 읽는 시는 듣는 사람도 건성으로 듣게 마련이다. 비록 시를 잘 읊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를 외워서 낭송하면 그 낭송에 대한 듣는 사람의 신뢰가 커지고 그 낭송자의 시에 대한 애정에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11. 누구를 위한 시 낭송인가?
시 낭송을 청중 앞에서 하는 것은 낭송자의 시적 감동을 남에게 전달하여 같은 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위해서다. 청중이 시 낭송을 충분히 음미하여 그 낭송에 공감을 일으키자면 그 역시 자신 속에 상당한 시를 감추고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다수의 청중들에게 이런 시적 감수성의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정 청중만을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인가? 원시인에게는 시적 예지라는 것이 있다. 이성이 발달하지 않아도 감성적인 상상력은 발동한다. 미개한 사람이라도 이 시적 예지는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발달하여 사람은 누구에게나 얼마만큼 시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시 낭송은 인간의 이 예지와 기질에 호소하는 것이다. 생경한 시를 가지고 사람마다 있는 금선을 울리는 것이다.
12. 왜 시를 낭송하는가?
헤겔에 의하면 시는 최고의 예술이다. 시는 자체의 영분 속에 모든 예술의 영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모든 예술의 기초다. 모든 예술에는 시가 들어 있다.
“시는 감흥을 돋우는 것이다.”<논어>
시의 감흥을 전파하자는 것이 시 낭송이다.
13. 시 낭송가의 요건
시는 일반적으로 정감을 표현하는 것이어서 정감이 있는 목소리여야 한다. 청각을 위한 예술이므로 전달력이 있는 음성-발성이 명확한 목소리, 성량이 충분하고 표정이 풍부한 목소리, 개성적일수록 좋다. 꾸준한 자기 수련으로 갈고 닦아야 한다. 목소리는 감정의 운반자다. 성감이나 성량이 아무리 좋아도 자신 속에 시감이 없으면 시의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 나오지 않는다. 시적 감수성이나 시에 대한 감응력이 먼저다. 시적 기질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 시 낭송의 특징
1. 시를 읽지 않고 외우기 때문에 대중과 호흡을 할 수 있다
2. 소리로 연출한다.
시인이 작곡가라면 시 낭송가는 성악가로 비유된다.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은 언어의 작곡을 하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 리듬은 생명이다. 시의 해석은 리듬의 해석이다. 리듬의 해석은 소리로만 가능하다.
3. 시를 확대, 재생산한다.
낭송은 시인이나 자작시를 듣게도 되지만 시 낭송가가 눈 밝히고 골라서 뽑은 명시나 묻혀 있는 시 속에서 폭넓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발굴해 내서 세상에 다시 내놓는 행위이다. 그래서 활자에 묶여 있는 시를 소리의 영역에 옮겨놓아 시의 수요층을 넓히고 시의 효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4. 시의 이해를 넓힌다.
시 낭송은 시 낭송가가 목소리에 감정을 섞어 표현하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호소력과 설득력을 더 가지게 됨으로 빠른 전달과 이해의 폭을 넓힌다.
5. 시의 향상을 가져온다.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생활에 쫓기는 직장인들, 가정 주부들에게 좋은 시를 선별하여 낭송회 또는 CD를 통하여 공급하게 되므로 시 낭송은 시의 독자층의 저변 확대와 시인들에게는 더 나은 시를 독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시 작업이 활발해지게 된다. 독자를 잃어가는 시가 쇠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독자들의 성원을 받는 시는 향상되기 마련이다.
◎ 시 낭송의 교육적 가치
1. 시(詩)를 많이 암송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평범한 대화 속에서 개성적인 표현과 풍부한 표현력을 구사하게 되고 긴 말을 더 재미있고 조리 있게 이어갈 수 있게 된다.
2.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시 낭송은 단순한 언어의 암기가 아닌 정성의 함양이 되므로 전반적인 말의 힘을 길러주게 된다.
3. 아름다운 정서를 심어 준다.
시(詩)는 단순한 삶의 기쁨만이 아닌 마음의 갈등, 실망과 좌절, 불만과 분노를 표현한다. 시 낭송은 이러한 가슴 속의 다양한 정서를 다감과 정서로 순화 시켜둔다.
◎ 시 낭송을 아름답게 잘하는 법
1.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목소리를 내지마라. 듣는 이에게 부담감을 준다.
시를 제대로 분석하여 이해하여서 시가 지닌 의미를 맛깔스럽게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맛깔스럽고 아름답게 낭송하기 위해서는 우리 말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2. 시의 내용을 생각하고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서 낭송한다.(시의 회화성)
3. 시의 분위기에 맞는 목소리로 낭송한다.(음색과 분위기)
4. 고저 장단음을 제대로 발음하여 리듬감을 살려 낭송한다.
5. 시에 쓰인 재미있는 말과 반복되는 말을 살피며 낭송한다.(반복어법 파악, 점층법과 점강법 구사)
6. 감정에 도취되지 말아야 한다.
7.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과 감상의 여유를 주어야 한다.
8. 낭송을 하면서 자신도 들어야 한다. (자신도 들어야 감정의 흐름과 연결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9. 뉘앙스를 살려라.(분위기와 느낌)
10. 목소리를 높이지 말 것.(초보자들은 대부분 강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1. 듣는 사람에게 부담이 가서는 안 된다.(어떤 표현의 방법이든 자연스러워야 한다)
12. 여운을 주어야 한다.(흐름이 딱딱 끊겨서는 안 된다)
13. 거칠거나 투박스러운 호흡을 빼고 산뜻하고 충분히 반 호흡을 살려 주어야 한다.
14. 시가 그냥 좋아서 내 것으로 하고 싶을 때에는 100번을 읽는다.
15.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낭송해야 한다.
16. 올바른 발성과 단전호흡으로 우리 말을 제대로 읽는 방법 등 기초를 제대로 배운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리는 목의 소리가 아니고 단전의 소리이며 이는 곧 온몸으로 낭송하는 혼의 소리여야 한다.
17. 행과 행 사이는 짧게 띄어 읽고, 연과 연 사이는 행보다는 조금 길게 띄어서 낭송한다.
18. 포즈를 최대한 활용하라.
일반적으로 포즈하면 사람들은 낭송가의 이미지나 카리스마를 생각하기 쉬우나, 언어 표현예술에서의 포즈란 쉬어가는 테크닉을 의미한다. 포즈를 잘 활용할 줄 알게 되면 시 낭송은 한결 더 멋지고 감동적인 아름다운 낭송이 될 수가 있다.
매일초 / 호시노 토미히로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정채봉
쫓기듯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시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현대문학, 2010)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337c0007.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67pixel, 세로 176pixel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 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 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고향 / 박두진
고향이란다.
내가 나서 자라난 고향이란다
그 먼, 눈 날려 휩쓸고 별도 얼어 떨던 밤에
어딘지도 모르며 내가 태어나던 곳
짚자리에 떨어져 첫 소리 치던 여기가
내가 살던 고향이란다
청룡산 옛날같이 둘리워 있고
우러르던 예 하늘 푸르렀어라
구름 피어오르고 송아지 울음 울고
마을에는 제비 떼들 지줄 대건만
막쇠랑 복술이랑
옛날에 놀던 동무 다 어디 가고
둘이만 나룻터럭 거칠어졌네
이십 년 흘렀는가 덧없는 세월
뜬 구름 돌아오듯 내가 돌아 왔거니
푸른 하늘만이 옛 처럼 포근해 줄 뿐
고향은 날 본 듯 안 본 듯하여
또 하나 어디엔가 그리운 고향
마음 못내 서러워 눈물져 온다.
엷은 가을 볕
외로운 산기슭에 아버님 무덤
산딸기 빠알갛게 열매져 있고
그늘진 나무 하나 안 서 있는 곳
푸른 새도 한 마리 와서 울지 않는다.
석죽이랑 산국화랑 한 묶음 산꽃들을 꺽어다 놓고
아버님!......부를 수도 울 수도 없이
한 나절 빈산에 목 메여 본다
어쩌면 나도 와서 묻힐 기슭에
뜬 구름 바라보며 호젓해 본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하건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데
그 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을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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