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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빨
글 / 수필가 이완식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16일(화)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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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내가 사는 곳 가까이 도장도 파고 구두도 수선하는 집이 있다. 구두 굽을 갈기 위해 몇 번 들락거리면서 점포주인과 서로 말을 텄다. 주인은 머리가 대머리라서 그런지 나이를 많이 먹어 뵈지만 알아보니 나보다 훨씬 적다. 가끔 들리는 그 집 앞 엔 금이빨 산다는 금색 간판이 눈길을 끈다.

요즘은 미용실도 구두수선 집도 ‘금이빨, 고가에 삽니다.’는 삼각앉은뱅이 간판을 놓는다. 나는 치아관리에 너무 허술해서 늘 애를 먹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치과를 다녔으니 참 유래도 깊다. 내 고향 전주시내 중심지인 경원 동에 있는 ‘대동치과’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치과에 가기 전 며칠은 이가 아려서 죽을상이 된다. 백반白礬을 깨물었다가 뱉기를 수월찮게 했다. 아버지가 실을 이빨 뿌리에 싸매고 '탁' 낚아채 뺀 그 성가신 이빨을 시골집 지붕 위에 휙 던졌다.

"헌 이빨 줄게 새 이빨 주셔요 잉"

그 기억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마침내 지긋지긋한 그 이빨들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서울 종로 광교에 있는, 한때 때깔 좋은 직장을 다녔을 때 줄곧 이용했던 서울치과를 가려고 했으나 한 없이 좋게 생긴 그 의사는 환자치료 중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건물 경비원에게 들어 알았다. 전화를 걸어도 안 받고 바로 팩스로 넘어가기에 방문해보니 치과 자리엔 무슨 해외유학 관련 업체가 들어와 있었다. 그 치과, 내겐 유일한 단골이었다.

지금부터 5년 전 아들의 금전적인 도움으로 전체적인 이빨 공사를 단행했다. 이곳 지역 몇 몇 치과에서 견적을 뽑아봤지만, 그 금액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고급 승용차 값이 나간다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 내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마지막 달동네 서울 상계동 당 고개 어느 치과가 내 형편에 맞는 금액을 제시한다. 그 대형공사를 하는데 위 이빨 중에 약간 흔들거리는 한 개를 마저 공사하자고 하기에 응하지 않았다. 이빨 한 개라도 귀중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역시 이빨치료를 잘 했다.

그때까지 마음대로 못 먹던 과일 들을 우적우적 씹었다. 참 시원하다. 일금오백만원에 가까운 경제적 비용, 아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인간답게 씹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받아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과일을 입에 넣고 마음껏 씹을 수 있는 것.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 그 흔들거리는 치아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그때부터 혀로 문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 치아가 쏙 빠진다. 어금니였고 금으로 윗부분을 싸맸다. 갑자기 그 치아가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장 중간에 보관했다. 내 분신 같은 금이빨이 아닌가. 서울 그 치과에 가서 틀니를 다시 고쳐 받았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 부담이 없었다. 갑자기 예전의 금이빨 생각이 난다. 그때 치과에서 해 넣을 때 빼버린 그 이빨은 사실 돈이었다. 도장파고 구두 수선하고 하는 집과 미용실 앞에 있는 금이빨 산다는 그 간판을 보고나서야 알게 됐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는 사실을.

2020년 1월부터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2월 초부터 주식이 폭락하다가 예상을 뒤엎고 다시 반등을 하기 시작했다. 금값도 턱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산불감시원 k동료가 내게 불만을 드러낸다.

“이형, 그때 내가 금 좀 사면 어떨까 물었을 때 사라고 하지 그랬어요?"

새마을 금고에 넣어둔 일금오천만원이 만기가 되는 데 이자가 너무 박해서 금을 사면 어떨까 내게 물어온 거를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한꺼번에 넣지 말고 분할로 예금도 하고 주식도 하고 금도 사놓으셔요.” 금값이 한 돈에 22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6만원 간다고 내게 불만을 풀어놓는다.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 왜 내게 물어 물기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꾹 참았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금이빨. 얼마나 갈까. 어금니에 반쯤 동여맨 금니. 그냥 아들에게 주어버릴까. 독특한 아빠 遺産이라고 하면서. 내 처지에서만 생각한 것 같기에 그 금이빨을 처분하기로 결심했다. 오늘 도장파고 구두 수선하는 집에 들렀다. 금이빨 얘기를 하니 작게는 3만원 많게는 이십만원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번쩍번쩍 하는 금이빨 세 개짜리, 한 개짜리를 보여준다. 내 것을 내밀었다. 내 본 이빨과 같이 있는 이빨을 보고는 얼른 가지고 밖에 나가 분리를 한다. 금 무게를 단다.

“삼만 팔천 원 정도 나가는 것 같은데 사만원 드릴게요.” 그러고서는 주머니에서 만원 지폐 4장을 꺼내준다. 일금사만원이다. 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가 혀로 살살 돌려서 안 아프게 하면서 뺀 어금니에서 일금 사만원이 나왔다.

일금 사만원은 요즘 같은 시기에 적은 돈이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요긴하게 쓸지 고민한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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