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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문학아카데미 11월 강좌 개최
이만유 시인, 시 이야기 3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9년 11월 18일(월)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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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문경문학아카데미 11월 강좌가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문경문화원 3층 1강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강좌는 이만유 시인의 '시 이야기 3'이었다.

이 자리에는 문경문협 회원과 이만유 시인 팬 등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강좌 전에 조영애 시인의 '문인광장(50호)' 읽기가 있었다. 이번 달 문인광장 글 소재는 종점이었으며, 9명의 회원들이 글을 발표했다.

*이만유 시인 강의

詩 이야기 Ⅲ / 이만유

☆ 이야기 1
□ 누가 詩를 쉽게 쓰는가?

낙타초 / 문정희

사막에 핀 가시
낙타초를 씹는다
낙타처럼 사막을 목구녕 속으로 밀어 넣고
솟구치는 침묵을 심장에다 구겨 넣는다

마른 땅 물 한 모금을 찾아 천길 뻗친 뿌리가
사투 끝에 하늘로 치솟아
허공의 극점을 찌르는
비장한 최후

뜨거운 모래를 걷는 날카로운 맨발로
어둠 속 별 떨기 같은 독침을 씹는다

새처럼 허공을 걷지 못해
제 혀에서 솟는 피
제 목에 흐르는 선혈로 절명을 잇는
나는 사막의 시인이다

시인이여 그대는 시 한 편 쓰기 위해 가슴에 피를 흘리며, 삼키며 꼬박 밤을 새워봤는가? 문정희 시인은 낙타초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점에서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막 선택해야 할 수밖에 없는 카드로 낙타초를 선택했다. 국가도 기업도 시 한 편 세상에 발표하기 위해서도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정희 시인은 자신의 시가 어느 순간 그 낙타초와 같다고 믿는다. 시를 쓰는 결연함과 비장감이 과연 여기에 이를 수 있을까”라고 이상국 시인은 말했다. 시인이란 한 편의 시를 위해 고독한 자기와의 싸움과 번민의 밤을 하얗게 새는 것이 숙명이다.

낙타초는 사막에서 자라며 낙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잎과 가지를 먹지 못하게 낙타의 입이 닿을 만한 모든 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다. 낙타가 사막을 횡단하면서 물 한 방울 먹을 수 없는 때가 되면 최후로 목숨을 담보하고 그때 낙타초를 먹는다. 뾰족한 가시로 혀와 입과 목을 찔러 솟아나는 자신의 피를 마시며 갈증을 참으며 목표점을 향해 걸어간다.

시인은 낙타처럼 시를 쓴다. 시인이란 이름을 함부로 쓰지 마시라. 이즈음 쉽게 시를 쓰고 쉽게 시인이라 말하고 부른다. 잘못하면 시민(독자)들로부터 시인이 배척당하고 시인의 가치가 절하되고 격하될 우려가 있다.

‣ 산고(産苦) 뒤의 탄생
노래를 부를 때 목에서 나오는 노래는 깊이가 없고 배(단전)에서부터 나오는 노래는 힘 있고 호소력이 있듯이 詩도 머리에서 나오는 것보다 가슴속에서 오래 숙성된 뒤에 나와야
감동적인 시가 될 수 있다.

‣ 비스무리한 시를 쓰지 말자
스승을 존경한다고 스승과 비슷한 시, 남의 것이 좋다고 남과 비슷한 시, 그건 창작이 아니고, 내 시가 아니고, 모방이고 따라 하는 것이다. 시 속에 남들이 이미 사용한 문구, 형식을 벗어나 나만의 것, 새로운 것, 다시 말해 창조적인 시를 써야 한다.

☆ 이야기 2
□ 무명 시인의 시는 저평가되는 속성이 있다.

유명한 시인의 시는 모두 좋은 시. 무명시인의 시는 문학성이 있어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수 있다. 그것은 그 시인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게

산은 산, 물은 물이란
성철스님 말씀은

큰 사상과 철학이
내포된 법어이지만

범부 왈
바위는 바위 나무는 나무
의미 없는
헛소리

/ 이만유

권갑하 시인의 시조사랑 캠페인
시조백일장 2019년 10월 장원 / 여성소비자신문 게재

거장과 범부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러나 인정해야 한다. 그분들이 높은 탑을 쌓고 자기의 세계를 구축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명작가의 작품이 뭐 그렇고 그렇겠지 하는 잘못된 선입견이나 속단은 금물이다. 전번에도 제가 '詩 이야기 1'에서 말한 신춘문예 예선에서 탈락하여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작품이 심사위원의 눈길에 다시 띠여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례와 같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잘 못 볼 수가 있고 소홀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인 나태주의 ‘풀꽃’처럼 그대 무명시인의 詩도 그렇다.

이야기를 더 확장해 나태주 시인이 풀꽃이란 시를 쓰게 된 사연을 조선일보 유슬기 기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추려서 알아보자. 좋은 시는 쓰려고 억지로 쥐어짜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나에게 온다.

나태주 시인이 공주시 상서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시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풀꽃을 그려보자고 했다. 풀꽃 그리기는 시인이 외로울 때나 시가 잘 안 써질 때 쓰는 수련 방법이다. 5월의 정원에는 민들레, 제비꽃, 봄맞이, 밥보재, 큰골풀, 꽃마리, 씀바귀를 포함해 이름 모를 풀꽃이 한가득이었다. 아이들은 종이를 한 장씩 받아들고 풀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들의 그림이 엉성해 보였는지, 교장 선생님이 그린 풀꽃을 보며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풀꽃을 잘 그릴 수 있어요?”
시인이 답했다. “우선 여러 개의 풀꽃 가운데 자기 맘에 드는 풀꽃 한 개를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단다. 그러고는 그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랫동안 보아야 한단다. 그러면 풀꽃이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예뻐 시인은 자기도 모르게 한 마디를 더 내뱉었다. “그건 너희들도 그렇단다.” 나태주 시인의 시〈풀꽃〉의 탄생 비화다.

2012년 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에도 이 시가 쓰여 있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어려운 단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세 문장이 사람들의 걸음을 붙들었고, “너도 그렇다”는 다섯 글자는 오래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그는 이 부분을 “하늘이 내려준 문장”이자 “신이 선물한 문장”이라고 말한다. 시의 외양은 조그맣지만, 의미의 외연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시인에게는 변하지 않는 동심(童心)이 있다. 이 마음이 그를 계속 시인으로 살게 한다.
“글은 작가 개인의 삶의 체험 한계를 넘지 못합니다. 때로는 작가의 고난이나 결핍이나 스캔들까지도 글쓰기의 도움으로 작용합니다. “시를 낳는 에너지는 호기심, 그리움, 사랑입니다. 그런데 나에게 그 모든 것이 여전히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말하자면 철이 덜 든 요인인데 이러한 점이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시를 쓰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시인은 “철들지 마라”라고 말한다.

철 들지 마라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철 좀 들어라 말 하지만

시인이여 철 들지 마라
철 들면 끝이다.

다시 쓸 수 없다
시다운 시를...

시인이란 자부심을 품자.
56세로 사망한(췌장암) 스티브 잡스 유언 중에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예를 들어 관계, 아니면 예술, 또는 젊었을 때의 꿈을…”이라 했다.

애플사(社) 창업자로서 최고의 부와 명예를 한 몸에 가진 스티브 잡스도 못 해 본 우리는 문학인(시인)이다.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괴이치 말자. 시란 결코 물건처럼 저울로 달 수 없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몸은 붓이다. 아니 인생이, 삶이 붓이다. 그 붓으로 한 시인이 쓴 시는 모두 그의 유서다. 지금 우리는 각각의 유서를 써가고 있다. 지금 나의 붓은 정의로운지 불의한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치유할 수 있나 없나? 최종 유서(한 인간 또는 한 시인으로서 평가)는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깊이 고뇌하시라.

☆ 이야기 3

□ 내가 공감하는 詩論
- 임보 시인의 시론 -

○ 누구나 좋은 시를 쓸 수 있다.
시를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훌륭한 시인이 되는 것은 타고난 재능과 무관하지 않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독자를 감동하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다. 시는 영롱한 언어의 사리(舍利)다. 시를 쓰기는 쉽지만 좋은 시를 쓰기는 쉽지 않다. 그럼 좋은 시는 어떤 시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 즉 감동을 주는 글이다. 무엇을 어떻게 쓰든 독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나는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심오하고 훌륭한 내용을 담았더라도 그렇지 못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 시란 무엇인가 ?
수많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의를 해 왔다. 그러나 보편타당한 정의는 아직 하나도 없다. 그들이 내린 정의는 다만 그가 살았던 당대의 그가 체험한 시에 대해 주관적인 견해를 피력했을 뿐이다. 앞으로의 어느 누구도 시공을 초월한 시에 대한 불변의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 유추와 연상, 그리고 창조적 이미지
‘객체적 소재’로서 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삼라만상 모든 것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들도 다 글의 좋은 소재가 된다. 다만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嗜好)에 따라 ‘아름답거나 이채(異彩)로운 사물’들을 선택하고 거기에 독특한 생각이나 느낌(이미지)을 넣는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글에 지나지 않는다면 누가 관심을 두고 시를 읽겠는가.

둥근 보름달을 보고 ① 둥근 쟁반, ② 환하게 웃는 아가의 얼굴, ③ 이제 막 구워낸 따끈한 호떡 등이 떠올랐다면 이러한 것들이 바로 이미지이다. ①과 ② 보다는 ③이 좀 색다른 느낌이 들지요? 이런 색다른 이미지가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개의 이미지만으로 한 작품(단시-短詩)을 만들기도 한다.

하모니카
불고
싶다
/황순원 「빌딩」전문

잇몸
드러내고
웃는다
/황순원 「옥수수」전문

* 이미지 찾기 예
<우산>에서 ‘외다리 박쥐’/ 펼쳐진 우산은 박쥐의 날개, 하나의 손잡이를 ‘외다리’
<항아리>에서 ‘만삭의 곰’
<안경>에서 ‘코에 걸린 자전거’/ 안경의 두 테가 마치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생각

이상은 어떤 대상과 유사한 특징을 지닌 다른 사물들이었다. 기다란 허리띠를 보자 뱀이 떠올랐다면, 두 사물이 지닌 유사한 특징은 ‘기다란’입니다. 이처럼 동일성이나 유사성에 근거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시론에서는 유추적(類推的) 이미지라고 부른다.

그럼 연상적(聯想的) 이미지는 뭘까? 꽃을 보자 벌이 생각나고, 벌을 생각하자 꿀이 떠올랐다면 이것이 곧 연상적 이미지다. 연상적 이미지는 두 사물의 인접성이나 친근성에 근거한다.

‘바다’하면 ‘물고기’를 ‘숲’ 하면 ‘새’

오늘의 현대시는 유추적 이미지나 연상적 이미지보다는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고자 한다. 이러한 낯선 이미지를 상상적(想像的) 이미지, 혹은 창조적 이미지라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현대시를 난해하게 하는 요인의 하나가 된다.

그런데 그 상상적, 창조적 이미지를 찾는다는 것은 예지와 인내와 노역을 동반하는 고행의 길이다. 그것은 사물과의 피나는 투쟁이며, 세계를 처단하는 폭력이며,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는 독재다. 시인이 그러한 고뇌를 감수하면서도 시의 길을 가는 것은 바로 이 독재적인 창조를 통해 맛보는 환희로 보상받기 때문이리라. 시의 눈부신 씨앗, 영감은 기다리는 자의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찾는 자의 몫이다.
/『엄살의 시학』

* 돌 / 100개의 이미지 20 가능-그 후 상상(창조적 시)

○ 관념의 사물화
가) "나는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척 무척 분하다!"
나) "나의 가슴은 분노의 용암이 넘쳐흐르고 있다!"
어느 표현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가? 물론 가)보다는 나)다. 가)는 관념적인 설명이지만, 나)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분노’라는 손에 잡히지 않은 추상적인 정황을 화산이 폭발할 때 흐르는 '용암’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끌어다 표현했다. 관념보다는 이미지가 우리의 가슴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론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관념의 사물화(事物化)’가 바로 이런 것이다. 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물(이미지)을 빌어서 비유의 구조로 표현하는 것이다.

○ 시적 비유의 속성
시에서 가장 중요한 수사 곧 시적 장치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비유(比喩)’다. 얼마나 신선한 비유를 구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시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비유의 비중은 크다. 비유는 사실을 사실대로 드러내기 위한 기법이라기보다는 사실을 사실보다 두드러지게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다. 비유는 논리에 근거한 설명이 아니라 정서에 근거한 설득이다. 비유는 시적 표현 장치의 하나인 불림(과장 지향성)에 근거하고 있다. 과장성이 없는 비유는 맥 빠진 진술에 그치고 만다.

한편 능률적인 비유는 이질적인 대상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다) 장미처럼 예쁜 국화 (라) 곰처럼 미련한 개
(마) 장미처럼 예쁜 소녀 (바) 곰처럼 미련한 사내

(다)와 (라)는 같은 식물 사이, 같은 동물 사이에서의 동질성을 따지고 있다. 여기에는 과장성이 능률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비유보다는 오히려 비교일 뿐이다. (마)에서는 식물과 인간, (바)에서는 동물과 인간이라는 이질적인 대상들 사이에서의 동질성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장이 개입되어 있다. 과장이 곧 비유의 속성임을 알 수 있다. 시는 '인간의 소망이 엄살스럽게 표현된 짧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시에 대한 정의’는 ‘시 정신(선비정신)이 시적 장치(엄살스럽게)를 통해 표현된 짧은 글이다’

○ 역설의 시법
역설은 논리적 모순을 지닌 진술이다. 말하자면 비합리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침묵의 함성‘이니 ’사랑의 증오‘니 ’군중 속의 고독‘이니 하는 등의 소위 모순어법(oxymoron)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런데 이 역설은 겉으로 보기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모순을 지닌 언술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물의 핵심을 짚어 의표를 찌르는 함축된 발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역설을 ‘모순되는 두 사실의 대응을 통해 새로운 진리를 발견하거나 깨달음을 계시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특히 시에서는 이 역설적 발언이 널리 원용되고 있다. 브룩스(C. Brooks)는 현대시의 구조를 아예 ‘역설(paradox)’로 파악기도 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 서정주 「국화 옆에서」 부분

이 시의 진술 내용을 요약하면 소쩍새 울음소리와 천둥이 국화꽃을 피게 했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소쩍새와 천둥이 국화꽃을 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역설이다. 그러나 이 언술의 모순적인 표층 구조와는 달리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 적절한 시어(詩語)는 어떤 것인가
첫째, 보다 다양한 내포적 의미를 지닌 말
분명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은근한 울림을 담고 있는 것
/ 내 마음은 고요하다’ 보다 ‘내 마음은 호수요’
둘째, 딱딱한 말보다는 보다 부드러운 말
셋째, 거친 말보다는 아름다운 말
넷째, 저속한 말보다는 우아한 말
다섯째, 가급적 표준어를 어법에 맞게
* 때로는 사투리로 향토색을 입혀 재미있게
여섯째, 외래어보다는 순수한 우리말을

어떤 시인은 한 개의 적절한 시어를 찾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고 한 작품을 놓고 평생을 퇴고하는 시인들도 적지 않다. 시어에 제한이 없다는 것은 시어의 폭이 넓다는 뜻이지 아무런 말이나 시에 끌어다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 시의 행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가)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나)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다)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라)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마)
그는
산사(山寺)에 가서 낡은
석탑(石塔)을 보았다


(가)는 각 행이 3음보의 대등한 운율을 갖게 되며, ‘산사’와 ‘석탑’이라는 행 중심의 의미 단위로 분할된다.
(나)는 각 행이 1, 2, 3음보의 점층적 구조가 형성되고, ‘그’ ‘산사’ ‘석탑’으로 의미의 3등 분할이 이루어진다.
(다)는 1음보와 2음보가 교체 반복되는 대조적 운율구조이다. 특히 1, 3행의 말음(末音)이 ㄴ이고 2, 4행의 두음(頭音)이 ㅅ이어서 압운적(押韻的) 효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라)는 2음보와 1음보의 교체 반복이면서, 의미로 따져본다면 대상과 동작을 중심으로 각각 대등하게 분할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의 경우는 2행과 3행의 경계가 문제인데 수식어 ‘낡은’과 피수식어 ‘석탑’을 분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운율적인 효과를 살리기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다른 심리적인 어떤 갈등을 나타내는 경우에 이러한 분할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 적절한 이유가 없고 자연스럽다고 할 수 없다. / 요사이 유행처럼 이렇게 하고 있다.

위의 예를 통해 보면 행의 배치에 따라 운율의 형태가 부여되고 의미의 분할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잘못 이해해서 자유시가 모든 운율로부터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분행(分行) 배열을 한 이상 시는 운율에 실리게 되고 시인이 행을 설정하는 일은 행마다에 개성적인 운율을 창조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시행을 아무렇게나 나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만일 그런 시가 있다면 그것은 누더기 같은 운율을 달고 있는 괴담(怪談)에 불과할 것이다. 성실한 시인이라면 하나하나의 시행 속에 최선의 운율과 최선의 의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내느냐 하는 끝없는 고뇌로 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시행(詩行)」『엄살의 시학』

○ 가장 능률적인 시의 제목은?
상품도 사람도 이름이 중요
시는 제목이 중요, / 시집은 첫 시가 중요 수많은 시집 중 읽고 안 읽고 결정

ⓒ 문경시민신문
글에서의 제목은 독자의 시선을 맨 처음 붙들어 글 속으로 안내하는 간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대개의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글의 내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상례다. 논리적인 내용의 글일수록 더욱 더 그렇다. 그런데 문학 작품인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문학 작품의 제목들은 대체로 글의 내용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암시 혹은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시(詩)인 경우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에서의 제목은 점포의 간판처럼 선명한 것이 아니라 막이 오르기 전 무대에 드리워진 반투명의 장막과도 같다. 그것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빨리 풀어 주는 해소제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궁금증을 오히려 심화시키면서 흥미로운 갈등을 맛보게 하는 미적 장치로 설정된다.

시는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시의 제목이 시를 읽어보기도 전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붙여졌다면 그것처럼 싱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가끔 ‘무제’라는 이름의 제목을 보기도 하는데 이것처럼 불성실, 무책임한 제목은 없다.

○ 시품(詩品)
시가 지닌 품격(品格)이라고 할 수 있다.
인품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다른 글과는 달리 시가 갖추어야 할 시다움의 성품을 가리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의 질(質)의 고하(高下)를 지칭하는 것이다.

시는 그 사람됨과 같다.
그 사람을 벗어나서 그 시가 없고 그 시를 벗어나서 그 사람이 없다.

○ 시인의 네 유형
첫째, 문제 시인
문제 시인들은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이다.
물론 김관식이나 천상병 같은 낭만적인 문제 시인들도 없지는 않다.
반면 작품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이상(李箱)이라든지 김수영, 그리고 실험적인 작품을 쓴 80년대의 몇 시인들에게서 그 전형을 찾아볼 수 있겠다.

둘째, 유명 시인
처세를 잘해서, 매스컴을 잘 타서,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높은 감투를 써서

셋째, 훌륭한 시인
작품도 인품도 갖춘 시인

넷째, 보통 시인
무명 시인들이다. 그러나 능력이 미치지 못한 시인과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아 욕심을 줄여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경우다. ‘보석’이 숨어 있기도 하다.
* ‘문제 시인’이나 ‘유명 시인’이 곧 ‘훌륭한 시인’은 아니다.

시론(詩論) / 임보

거칠기보다는
부드럽게

차갑기보다는
따스하게

따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아름답고 또한
뭉클하게

* 시는 가난한 영혼들을 어루만지는 위안이어야 한다.

☆ 이야기 4
□ 고향(문경)을 노래하자.

가장 문경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지리산 시인 이원규, 섬짐강 시인 김용택, 시인 함민복하면 강화도가 생각나는 그런 시인이 탄생되길 바란다.

그래서 제가 문경문협 회장을 맡았을 때 문경인의 문경의 노래 창작을 위해 “문학을 통한 문경 명소 명품 창조 프로젝트”를 추진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것이 우리 지역 문화 콘텐츠로 축적되어 시낭송으로 대중가요로 민요로 재창조되어 문경의 문화자산으로 빛을 발하길 기대했었다.

문학을 통한 문경 명소, 명품 창조 프로젝트 추진

안녕하세요.
문학을 통한 문경 명소, 명품 창조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하는 주제가 있는 작품창작에 첫 사업으로 2014년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개최되는 2014 문경전통찻사발 축제를 맞아 “찻사발” 이란 주제를 제시합니다. 아래 사항 참조하시어 많은 참여 바랍니다.

아 래

1. 주제 : 찻사발
- 도자기, 도예가, 망댕이 가마 등 문경도자기와 관련된 것
2. 참여대상 : 문경문인협회 회원
3. 제출편수 : 회원 1인당 장르별 1편
4. 접수처 : 카페 원고접수방
5. 제출기간 : 2014년 4월 15일 한
6. 시상 및 부상 : 우수작 3편 선발 시상
- 시인 도예가 평원요 박태춘 명장 찻사발 각 1점 증정. 끝
.........................................................................................
* 첫 시행 알림 문

상주시에 살고 계시는 한국문협 부회장을 역임한 박찬선 시인이 심사를 맡아 이만유의 ‘백자’, 오종순의 ‘문경도자기에서 영혼의 소리가 들린다’, 천숙녀의 ‘찻사발’, 문청함의 ‘끽다거’, 조영애의 ‘황사’가 선정됐다.

- 지금까지 찻사발, 오미자, 세계군인체육대회, 문경새재, 영강, 문경사과, 아리랑, 주흘산, 김용사, 진남교반, 점촌이란 주제로 총 11회 시행되었고 올해 하반기 주제는 이화령으로 진행되고 있다.

⇒ 문경 하면 아! --- 시인 하는 그런 시인이 탄생되길...

☆ 이야기 5
□ 요상한 시 구경하기

독자놈들 길들이기 / 박남철

내 詩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구시대의 독자 놈들에게―→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좆만한 놈들이....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정신차렷, 차렷, ○○, 차렷, 헤쳐모엿!
이 좆만한 놈들이....
해쳐모엿,
(야 이 좆만한 놈들아, 느네들 정말 그 따위로들밖에 정신 못 차리겠어, 엉?)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차렷....
/ 시집 『지상의 인간』 (문학과 지성사, 1984)

아무리 시란 것이 벼룩이 간에서부터 항공모함까지 소재가 안 되는 게 없고, 그 형식의 다양함이 현대시의 특징이라지만 처음 이 괴이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를 대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뭐 이따위가 다 있나’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시를 어떤 고정관념의 틀 속에 단단히 묶어놓고 겉핥기로 감상했던 버릇이 남아있다는 반증의 다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시가 좋은 시냐는 물음에는 다양한 답이 예상된다.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기 힘들었던 관념의 틀을 가진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 시에서 해답을 유추하자면 먼저 시라고 하면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윤동주의 ‘서시’ 같은 시만 떠올리는 독자, 시에는 온통 사랑과 그리움으로 넘실대고 곱상한 서정시가 다인 줄 아는 독자, 적당히 행 구분이나 하고 줄이나 맞추면 되는 줄 아는 독자.

더 나아가 좀 잰 체하는 부류들 가운데 좋은 시는 알 듯 모를 듯 애매한 상징과 은유로 코팅되고 그 코팅의 윤기가 반짝거릴수록 좋다고 믿는 독자, 그리고 시를 쓰거나 읽는 일이 바쁜 세상의 여가선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독자, 덧붙여 시 감상의 안목이 1960년대 국어 교과서 수준에 묶인 독자 등을 모조리 싸잡아 구시대의 독자로, 길들임의 대상으로 파악했다.

조금 시를 안다고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조차 그 둘레에 갇힌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러한 구시대적 독자의 성향 말고도 좋은 독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다. 품성이나 태도에 관한 문제인데, 이를테면 오로지 자기가 지향하는 형식의 시라야 시로 쳐주는 철옹성의 믿음을 가진 입맛 까다로운 독자. 유명한 시인의 시 아닌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조건 폄하하려 드는 사대적 습성의 독자, 시를 좋아하고 공부한다면서 문학의 본질은 걷어차고 겉치레에만 몰두하며 허명만 좇는 독자, 민주사회의 본질인 자유와 다양성을 외면하고 한 단면만으로 문학을 왜곡하려 드는 독자. 독해능력 부족과 이해도 결여도 넓게 보면 다 여기에 해당하겠다.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문학을 수용하게 되면 문학정신이 꽃피기도 어렵고 좋은 독자가 되기도 어렵다. / 평해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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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 민음사, 2017. 3. 30. 김언희

○ 김언희 시집 서평 모음

‣ 그녀의 시집은 너무 위험하다.
살인적인 음란이 독자를 고문한다.
들면, 놓지 못한다.

김언희의 시는 대담하고 집요하다.

도발적이고 엽기적이며 가차 없는 언어들로 괴기스런 지옥을 연출한다.
번뜩이는 광기와 노골적인 악마성, 추악한 범죄의 냄새, 그리고 역겨운 환상, 이 모든 것들이 반죽되어 비현실적인 악몽의 느낌을 주는 끔찍스런 지옥이 나타난다.
그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독자를 고문하는 잔혹한 예술, 난자당한 상처와 음란한 피와 혐오스런 시체를 무대로 끌고 나와서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잔혹한 시, 거기 사용된 강박적인 언어들을 나는 <도살장의 언어>라고 불러본다.
/ 조선일보

‣ 김언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개같은
똥같은
갈보같은 구멍
천역에 찌들린 구멍, 피로로
썩어가는 구멍, 이미
끝장이 난 구멍
끝장이 난 다음에도 중얼거리는
크르륵거리는 구멍, 풍선껌을
씹는, 말랑말랑한 이빨로
내 머리를 씹는, 옴쭉
옴쭉 나를
삼키는
구멍

헐, 헐, 헐,
웃는

구멍

/「황혼이 질 때면」전문

김언희씨의 시에는 절단된 사지와 추깃물 흐르는 송장과 기괴하게 일그러진 자궁의 이미지가 넘쳐흐른다. “침과 거품으로 뒤덮인 시의 돼지 주둥이”(<0시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갈고리에 걸려 있는 고립된 인육”(<그것 47>), “빗물 받이 드럼통 속을 둥둥 떠 다니는 쥐새끼/대가리 떨어진 쥐새끼”(<여섯시>)와 같은 것들은 그의 시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미지들이다.

혐오스러운 시체에 대한 그의 집착은 가령, 죽음의 영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남진우 씨의 작업과도 달라서, 썩어 문드러지는 시체가 폭로하는 삶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리고 그 진실은 주로 `구멍'으로 지칭되는 여성의 자궁을 둘러싼 사태에 관련된다. 그의 시에서는 환멸이라는 말만으로는 모자랄, 여성 육체에 대한 극도의 혐오와 부정이 목격되는데, 그것은 여성의 몸 그 자체를 향한다기보다는 그것을 관음증이나 정복/학대의 대상으로 삼는 시선 또는 고정관념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규원 씨의 시를 패러디한『한 잎의 구멍』이라든가 “구멍의/경고, 구멍의/복화술”과 같은 표현을 통해 그가 의도하는 것은 `여성=구멍'이라는 지배적인 관념에 대한 거부이다.
/ 한겨레 신문

‣ "노약자는 읽지 마세요"

시집『트렁크』(95년)로 화제를 모았던 진주 시인 김언희(47)가 새로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주 출간된 문제적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가 “도발적이고 엽기적이며 가차 없는 언어들”로 경보음을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시집은 너무 위험하다. '살인적인 음란'이 독자를 고문한다. 들면, 놓지 못한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집을 펼친 '너희들은!', 마모되고 중독되고 변태가 되고 절삭되고 파쇄될 것이다(‘990412’ 부분 원용). 그래서 그의 시집은 잔혹한 유희다. 오죽하면 머릿말에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다"고 했을까.

시인 박상순은 그녀의 첫 시집『트렁크』에서 “성적 이미지들이 또박또박 드러나 있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그것들이 간접적으로 감춰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읽는 이에게 충격파로 다가가는 생경한 소재와 어휘들은 비현실적인 지옥의 악몽을 연상케 하고 있다.

제3부에 들어서면 아버지와 아버지의 성기를 소재로 한 시적 무대가 흡사 난자당한 사체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리와요 아버지 내 음부를 하나 나눠드릴게 아니면 하나 만들어드릴까 아버지 정교한 수제품으로 아버지 웃으세요 아버지 아버지의 첫날밤 침대맡에 일곱 어머니의 창자로 짠 화환이 붉디 푸르게 걸려 있잖아요 벗으세요 아버지 밀봉된 아버지 쇠가죽처럼 질겨빠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릴게(…)’(‘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부분)

그러나 30일 만난 김 시인은 너무도 단아하고 수줍은 모습이어서 역설적으로 당혹스럽다. 경남 사천시의 한 고교에서 영어교사로 봉직하고 있는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를 알아듣는데 시간이 걸린다. 왜 ‘그런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에 그녀는 “마려우니까요. 뭔가 마려운데 뭐가 마려운지도 모르고, 그게 뭘까 고민하면서 쓰여진 것들이 제 시죠”라고 대답한다.

남편은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두 딸 중 큰 딸은 의대 본과 3학년이다. “아이들에게 제 시는 금서예요. 저는 시를 쓰고 나면 숨어버려요. 남편과도 제 시 때문에 오랫동안 다투기도 했지요.”

그녀는 타히티 여자를 닮은 남도 여인들의 원색적인 감성을 말했다.
북쪽 사람들(서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다. 그래서 스스로 “ 가죽없는 짐승”이 된다. 짐승의 특징은 “첫째, 언어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대신 물어뜯기도 한다는 것”이다. “짐승이 실패하면 (서울에 사는) 인간”이 돼 버린다. 아, 짐승은 “길들여지면 죽어야 한다.” 김언희에게 시를 쓰는 것은 바로 그러한 짐승의 원시성이다.

“제 몸 어딘가에 남근이 남아있거나 아니면 뽑혔거나 할 거예요. 여자는 잠재적으로 남자지요.”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채, 너덕너덕 기워진 육체로 울부짖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시인 최승호는 "이 시집에서 '번뜩이는 광기' '노골적인 악마성' '역겨운 환상' 그리고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거침없이 폭로하는 잔혹함'을 읽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짐승을.
/ 조선일보

‣ 독자고문 잔혹한 詩語

김언희 새 시집출간 문단에서 ‘끔찍주의 시인’란 별칭이 붙을 만큼 도발적이고 엽기적인 시어를 구사하는 김언희 씨(47)의 시집『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가 나왔다.

김 씨는 첫 시집『트렁크』(1995)에서 잔혹함과 광기에 찬 시어로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는 시인. 이번 시집은 강도가 더 하다. 시인 최승호 씨는 이번 시집을 ‘도살장의 언어’라고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자서(自序)’부터 만만찮다. 마치 괴기영화의 자막처럼 오싹한 경고로 시작한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오한,발열,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핥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강도 폭력과 비극적인 세계인식으로 가득 차 있다.

정체불명의 구멍이 ‘내 머리를 움쭉움쭉 씹어삼키’는가 하면, 창 밖으로 벌레비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3부 ‘가족극장’ 연작은 점입가경이다. 그가 파악하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남성은 성적욕망을 멈추지 못하는 짐승이다. ‘이리 와요 아버지 내 음부를 하나 나눠드릴게…. 벗으세요 아버지 밀봉된 아버지 쇠가죽처럼 질겨빠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릴게 손잡이 달린 나의 성기로 아버지 아주 죽여 드릴게’(시 ‘가족극장,이리 와요 아버지’ 중에서). 그에게 주전자는 ’자지가 대가리에 옮겨 붙은 놈’(시 ‘이따만한’ 중에서)이고, 나비는 덜렁거리는 성기를 단 곤충일 뿐이다.

이 정도되면 이 시집에서 더 이상 시문학의 전통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나 서정성, 평화로움을 찾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 대신 끔찍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담아낸 다양한 영상이 떠오른다. 모든 사물은 성적 욕망으로 변환되고 남녀 간의 도착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바뀐다.

시집은 엽기적인 컬트영화의 문법을 재현한다. 너무 엽기적이라서 나중에서 사태 자체를 비웃게 만드는 블랙코미디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 실험적인 잔혹영화에서 자주 구사되는 문법이다. 시인 최승호 씨는 이번 시집을 “독자를 고문하는 잔혹한 예술”이라고 말하며, “지옥이 어떤 것인지를 거침없이 폭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시집에 펼치고 있는 충격적인 세계에 대해 평단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 문화일보

‣ 김언희 씨의 엽기적인 시집 파문

"똥나무
똥가지에
똥꽃이
화들짝
발 디딜 데가 없네…. 봄은
똥밭이네."(`봄은 똥밭이네' 중에서)

한 여성 시인의 `끔찍주의적' 신작 시집이 새천년 봄 시단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언희 씨(47)의『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95년 처녀 시집 『트렁크』이후 5년만에 펴낸 이번 시집은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다'는 서문이 나올 정도로 엽기적인 상상력과 잔혹한 시어들이 난무한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중에서)

시집의 3부는 특히 대상을 막론한 채 아무데서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아버지를 묘사한 시들로 채워 져 충격을 던진다. 진주문인협회 부회장이자 곤명고교 영어 교사로 두번째 시집 출간을 맞아 6년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선 `도살장 언어의 마술사' 김 씨를 만났다.

-굳이 끔찍한 시를 쓰는 이유는.
◼ 내가 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시가 나를 선택한 것으로 이해해달라.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패러디 한 `역겨운, 역겨운, 역겨운 노래'를 비롯, 상당수 시가 피학체의 시각에서 씌여졌는데.
◼ 공작이 날개를 펼칠 때 깃털을 보고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면 나는 뒤로 돌아가 항문을 보고 노래하는 시인이다. 천성인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은 시인을 필요로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다.

-시 속의 아버지를 통해 뭘 말하고자 하는가.
◼ 이성과 질서를 대변해 온 아버지의 추악한 욕정을 까발림으로써 점잖은 권위의 가면을 쓴 부성의 세계를 조롱하고 싶었다.

-유년시절 끔찍한 성경험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 남들이 보기엔 평탄한 삶을 사는 사람이 가슴에는 지옥을 품고 살 수가 있다. 내 시를 보고 공감을 느끼는 분이 있다고 해서 그를 엽기적인 독자라고 치부할 수는 없잖은가.

-가족들의 반응은.
◼ 남편은 대학 교수고 딸 둘은 각각 의대 본과 3학년과 고등학교에 다닌다. 내 시집은 가족들에게 있어 `금서'다. 가족들이 볼 경우 내가 자기검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못 보게 한다. 이 때문에 남편과 6개월간 냉전을 벌인 적도 있다.

-시에 대한 평론가나 독자들의 평가는.
◼ 반반으로 나뉜다.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성적 묘사가 페미니즘에 반한다고 해서 손가락질하는 이도 있고, 감춰졌던 독자의 음울한 상상력을 깨워줬다고 해서 박수쳐주는 이도 있다.
/ 스포츠조선

‣ 말라죽는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시인들의 시적 전략은 개인의 매우 은밀하고 다양한 빛깔의 심리적 무늬에서 연원하는 법이지만, 역으로 시인의 시적 전략에서 시인의 은밀한 마음의 뿌리를 추적해 내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다. 시인들은 시 속에서 필요한 만큼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놓을 뿐 개인사의 비밀을 독자에게 훤히 노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주의 여성시인 김언희의 시적 전략은 `혐오감'이다. 혐오감을 무기로 시를 쓰는 시인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시의 껍질은 물론, 정서의 뿌리까지 파고 들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 시집『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5천5백원)의 시어는 마흔 일곱이란 시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거칠고 엽기적이며 심지어 추악하기 까지 하다. 그의 시들은 썩은 피와 살, 축축한 구멍, 끈끈한 침과 정액 따위의 매우 물질적인 이미지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

뿐만 아니다. 근친상간적 이미지, 성기를 지칭하는 갖가지 비어, 부성의 절대성에 대한 `신성모독적' 발언들로 가득차 있다. 자서에서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라고 쓴 것처럼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시가 더욱 괴기스럽고 추악하게 보일 수 있을까 하는 데 골몰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 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더듬을 때마다 살가죽 아래 분주한 벌레들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느꼈다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屍臭)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屍汁) 맛을 보았다'(그라베). 남녀 간의 사랑을 이렇게 냉혈적이고 추악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시인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냉혈의 까닭은 독자에게는 권태로 읽혀진다. 삶의 그 어떤 것조차도 새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시답잖음'이 시킨 발언이 냉소로 나타나는 것. 이를테면

지긋지긋하다​
똥구멍이빨간시도
씹다붙여둔껌같은섹스도
쓰고버린텍스같은생도
지긋지긋해지긋
지긋하옵니다아버지
풍선의대가리를가르고돌을채우는일도
있지도않은구름다리를벌벌떨면서건너는연애도아버지
지긋지긋하옵니다뻐꾸기시계속에서
시간마다튀어나오는아버지의
면상도색다른털벌레도
지긋지긋하옵니다
가래처럼찐득거리는희망도
손가락이열개나달린이구멍도
저뱀자루도아버지지긋
지긋하옵니다
벗겨주소서
벗겨내주소서아버지
나를아버지
콘돔처럼아버지
아버지의좆대가리에서아버지!
/ 벗겨내주소서 전문

`앉아 있는 기계가 되고
똥 만드는 기계가 되고 믿기 어려운
믿을 수없는 기계가 되고
망상에 끄달리는 기계가 되고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기계가 되고'

같은 구절은 시인이 일상을 얼마나 권태롭게 보는가하는 한 표징이다.
시인은

`나는야 고양이를
겁탈하는


랄랄랄

내 인생은 피를 보고서야 멈추는 농담'
/ 랄랄랄2 중에서

짐짓 경쾌함의 포즈를 취하기도 하지만 삶을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세계의 불모성에 대한 비극적 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생리 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중에서처럼 아버지로 대표되는 남성성을 끊임없이 부정하는 시인의 마음의 뿌리가 이같은 현대문명의 불모성에 연유한 것인지, 아니면 사적인 영역의 체험인지는 좀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김언희가 독특한 어법의 `몸의 시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 국제신문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의 김언희 시인
남근 지배세상의 비극을 노래한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시는 똥 핥는 개처럼 당신을 싹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김언희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5천5백원)는 이처럼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자서(自序)로 시작한다. 89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95년 첫 시집 『트렁크』(세계사)에서도 여성 성기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과 사도-마조히즘적인 성행위 묘사, 폭력적 언어구사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말라죽은...』은 전작에서 구체적으로 보여준 비극적 세계인식을 더 중층적이고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 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屍臭)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屍汁) 맛을 보았다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성기가 물크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시간(屍姦)이야 근친상간이라구 ...’(‘그라베’ 일부)

그가 인식하는 세계는 왜곡된 욕망이 가득한 끔찍한 곳이다. 또 그 공간 안의 온갖 사물들은 ‘성적욕망’의 노예들이다. 여기서 기인한 위협과 불안, 그리고 공포는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추동력이자 그가 인식하는 세상의 모습니다.

3부의 ‘가족극장’ 연작을 보면 시인이 인식하는 세계의 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이 바라보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남근’은 딸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대상을 막론하고 아무데서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짐승’이다. 아버지는 ‘여자의 음부를 달고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허거나(‘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유리 상자 속에서 왕뱀과 동거’(같은 시)한다. 그리고 ‘나의 성기’는 그런 아버지와 섹스를 하고 그를 ‘뿌리째 뽑아’ 버린다. 다소 변태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이러한 불온한 상상력과 근친상간적 묘사들은 부성 혹은 남근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추악한 욕망을 속속들이 까발리고 권위를 조롱한다. 이성과 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인 셈이다.

“산부인과 분만대에 두 다리를 벌리고 올라간 순간, 세상이 그동안 나한테 거짓말 해왔다는 충격을 느꼈어요. 결혼과 동시에 여자는 짐승의 삶을 강요당하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거대한 남근의 성적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 제 시가 충격적이라고요? 저는 사람들이 쇼크 받았다는 사실이 더 아이러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이보다 더 쇼킹하니까요.”

중고교 시절 학교를 대표하는 ‘백일장 선수’였던 김언희 시인은 한동안 시를 쓰지 않으려고 피해다녔지만, 마치 무병(巫病)과도 같이 시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단다. 하지만 표현의 극단까지 이르지 않으면 써지지도,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시 쓰기는 그에게 혹독한 작업이라고. / 여성신문

☆ 이야기 6
□ 시와 시인, 스캔들도 좋은 시의 소재?

나태주 시인은 "스캔들까지도 시의 소재가 된다"라고 했다.

‣ 어느 시인이 첫 사랑에 대한 추억, 그리움, 부인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는 시를 쓰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멋진 시가 나올 법한데 쓸 수 없다고 했다. 행여 부인이 그 시를 읽고, 몸은 나랑 살고 정신, 영혼은 다른 데 있다고 배반감을 느끼고 부부 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란다. 현실 사회규범과 윤리에 의해 정신작용, 감정의 노출이 금지된 것이다.

‣ 어떤 분은 청마 유치환은 정운 이영도에게 죽을 때까지 그를 그리워하면서 만여 통의 편지를 써 보냈다. 그럼 이 시인의 부인은 어떻게 되는가, 얼마나 큰 배신감을 가지겠는가, 정신적 불륜이니 괜찮다? 플라토닉 러브라 하더라도 사회적 비난 받을 수 있고 부인의 입장에서 분노할 일인데 예술, 문학, 시로 승화했다고 그 시를 좋은 시라고 하며 그 시인은 훌륭한 시인이라며 그의 문학관을 세우고 기리고 추앙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했다.

‣ 접시꽃 당신으로 뭇 여성의 울리고 사랑을 받은 순애보 시인 도종환의 재혼
시로서는 유명인이 되었지만, 부부애의 극치, 순수하고 숭고한 부부 사랑에 박수를 보낸 독자의 입장에서는 배반감으로 분노했다는 후문.

문학이란 이름으로 시인은 얼마나 뻔뻔해질 수 있나?
그걸 아름다운 사랑이라 말하는 사람들(시인, 독자)은 무엇인가?
공범인가? 한 순간 감정의 배설물인가?
마음으로 간음하고 불륜을 찬양하는 것인가?
시는 시로 보고 그 사람을 보지 말고 윤리적 잣대를 들어대지 말라 할 것인가?
그럼 친일파 시와 시인의 배척은 무엇인가?

‣ 박목월의 사랑과 이별의 노래
1952년 전쟁이 끝날 무렵 박목월 시인이 중년이었을 때 그는 제자인 여대생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리고 종적을 감추었다.
가정과 명예와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빈손으로 홀연히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목월의 아내는 그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남편을 찾아 나섰는데 마주하게 되자, 두 사람에게 힘들고 어렵지 않으냐며 돈 봉투와 추운 겨울 지내라고 두 사람의 겨울옷을 내밀고 서울로 올라왔다

목월과 그 여인은 그 모습에 감동하고 가슴이 아파, 그 사랑을 끝내고 헤어지기로 하였고 목월이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시를 지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별의 선물로 주었다. 그것이 잘 알려진 '이별의 노래'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 http://www.youtube.com/watch?v=TpFlLLKT8Kk&feature=player_detailpage

이 이별의 장면을 본 양중해 선생(당시 제주 제일중 국어 교사)이 그날 저녁 시를 썼고 같은 학교 음악 교사인 변훈 선생이 작곡한 것이 불후의 명곡 '떠나가는 배'이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 거센 바다로 떠나는 배
내 영원히 잊지못할 임 실은 저배는 야속하리
날 바닷가에 홀 남겨두고 기어이 가고야 마느냐

터져 나오라 애슬픔 물결위로 한 된 바다
아담한 꿈이 푸른 물에 애끓이 사라져 나 홀로
외로운 등대와 더불어 수심 뜬 바다를 지키련다

저 수평선을 향하여 떠나가는 배 오 ! 설운 이별
임 보내는 바닷가를 넋 없이 거닐면 미친듯이
울부짖는 고동소리 임이여 가고야 마느냐
* http://www.youtube.com/watch?v=qGa776AsAos&feature=player_detailpage

⇒ 숨기고 싶은 것, 영원히 가슴 속에 감추고 있어야 하는 것.
사회 일반 통념을 초월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야 진정한 시인이 될 수 있다???

커밍아웃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 거두며

파리똥 / 임보

세상을 이미 떠난
어느 대가의 시(詩) 한 편을 놓고
기라성 같은 비평가들이
화려한 논란을 쏟아냈다

문제가 된 것은
시행(詩行)의 중간에 찍힌
하나의 피리어드[종지부(終止符)]였다

-------- 수식어와 피수식어를 갈라놓음으로
-------- 시정(詩情)의 미적 확대를 의도적으로 꾀했다.

-------- 의미의 연결에 포즈(pause)를 줌으로
-------- 이미지의 자동화를 방지한 낯선 장치다.

-------- 복잡다단한 현대 도시 소시민의 순간적인
-------- 의식의 단절을 시각화한 것이다.

--------- 일상적 구문의 해체로 심리적 갈등 곧
--------- 정서의 와해를 표출하려 했다.

알다가도 모를 현학적인 해설들이
작품보다 더 어렵게 지상을 수놓았다
.
거기에 왜 마침표가 들어가야 하나?
아무리 해도 이해를 못한 한 숙맥 시인이
출판사에 찾아가 대가의 친필 원고를
가까스로 찾아보았다

원고에 분명 마침표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그 마침표의 생산자는 대가가 아니라
한 마리의 불손한 파리였던 것을
세상은 아무도 몰랐다)

♧ 아주 훌륭한 시가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의 찬사)
그러나 보기에 따라, 말하기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기에 따라
좋은 시 그렇지 않은 시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유명인의 입으로...

시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좋은 시는 아무나 쓸 수 없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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