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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다완 연구가이며 문경문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윤일 작가, 2018년 7차(제28회) 문경문학아카데미 특강
주제 '문학과 문경도자기'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8년 09월 27일(목)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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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경시민신문 | 우리나라 유명 도예가인 천한봉 선생의 사위이자 전 경북대 교수이고 현재 조선다완 연구가이며 문경문협 부회장인 박윤일 작가가 8월 2018년 7차(제28회) 문경문학아카데미 주제 '문학과 문경도자기'란 특강을 문경시립중앙도서관 어학강의실에서 실시했다.
'문학으로 감성을 충전하는 날’로 개최되는 ‘2018 문경문학아카데미’는 지난 1월 13일 제1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12회 실시된다. 다음은 박윤일 작가의 특강 내용이다
문학과 문경도자기
박 윤 일
조선다완연구가
전 경북대 교수
현 문경문협 부회장
1. 서두에
문학과 문경도자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지만, 사실 저의 억지농간에 의해서 나온 강의 주제임을 밝힙니다. 그렇지만 일단 강의를 맡았으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준비한대로 한 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문경 문인들은 문경도자기에 대해서 좋은 시를 썼습니다. 김시종 선생님은‘뚝배기’라는 시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일약 전국적인 스타 문인으로 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채만희, 이만유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님, 그리고 커피 시인으로 유명한 윤보영 시인도 그간 도자기에 대하여 주옥 같은 몇 편의 명시를 남겼는데, 시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자기 고장인 만큼, 도자기에 대한 멋진 시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하겠습니다.
2. 문학에 나타난 문경도자기
뚝 배 기 / 김 시 종
화사한 자개상이사
본시 원하잖는 것
부뚜막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았어도
한 평생 투박한 얼굴
찡긴 적이 없어라
◉ 이 ‘뚝배기’라는 시가 문경도자기 시의 원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골부뚜막에 있는 뚝배기의 처지를 너무나 잘 묘사하였으며, 우리에게 안분지족하는 삶의 자세를 잘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채만희 문경예총 회장님의 도자기 시 작품을 소개합니다.
도자기1 / 채만희
나 오로지
그대 두 손끝으로 가리키는 그 길을
따라가리라
그리하여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한때 가슴 깊이 뿌리내린 외로움
한때 뜨거웠던 눈물
더불어
흙 향기 가득 채워질 때까지
익숙히 불꽃 끌어안고 불길로
흐르리라
사금파리 같은 망치를 벗어나
그대 손길에 이리저리 두들겨 맞으며
잘 구워진 그릇이 되어
시험에 들리라
◉ 도자기가 도공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뜻을 잘 순응하겠다는 것을 의인화하여 리얼하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도자기도 자기의 새 생명을 얻기 위하여는 온갖 고통의 과정을 거쳐야함을 예리하게 관찰하였습니다.
도자기2 / 채만희
도예가가 잘 이겨진 흙을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모두 둥근 시간으로 들어가
한통속이다
자신의 생김새를 생각해 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도 거쳐야 할 과정은
멀기만 하다
사방은 망뎅이 벽으로 꽉 막히고
너울너울 회오리치며 달려들어 나를 핥는 불길을
오로지 들이마시고 흡입할 뿐이다
빈 공기로 비워있는 존재들
몸 터질 듯 무르익으며 순응과 인내를 배우는 것이다
표면 속 깊이 향기를 더해 긴 여운으로 굳어져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비로소 자신의 빛깔과 무늬를 가지는 것이다
흙의 삶이란 그런 것이다.
◉ 시 표현 중 도자기가 몸 터질듯 무르익으며 순응과 인내를 배우고 살아남기 위하여 거쳐야 할 험난한 자기의 운명을 특히 잘 묘사한 것 같습니다. 순응과 인내를 잘 배워야 도자기도 우리 인간도 더욱 새롭고 멋지게 태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시인 것 같습니다.
이만유 전 문인협회 회장님의 시작품입니다.
백 자 / 이 만 유
천년을 이어온 꺼지지 않는 불
흙에 영(靈)을 넣고
魂을 사른다
망뎅이가마 살창구멍 속에
정점을 향해 유혹의 불길이 일고
도수리 구멍 불꽃이 수많은 나비처럼 날 때
더 붉을 수 없어 하얗게 날을 세우면
천기를 받고 넋이 스며
흙은 생명을 얻는다.
무심 속눈썹 내리깔고
다소곳이 앉은 고졸함
조선여인의 동그란 어깨 위에
소박한 미풍이 인다
이윽고
흰옷 입은 혼령이
훠얼 훨 춤을 춘다
◉ 이만유 회장님은 장작가마 속에 익어가는 도자기를 보고 느끼는 감정을 시인의 감성으로 특히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특히 도수리구멍 불꽃이 수많은 나비처럼 날 때, 더 붉을 수 없어 하얗게 날을 세운다는 표현은 직접 가마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입니다.
다음은 윤보영 시인의 3편의 시작품을 한 번 보겠습니다.
찻사발 풍경1
윤보영
맨발의 아낙네가
슬픈 전설을 이고
시골길을 걸어갑니다.
얼굴 가득
노을이 어립니다.
희미한 호롱불 몇 개 남긴 채
사람들 이미 잠든 밤!
찻사발 앞에 두고
창밖을 봅니다.
조령산 봉우리에
여름별 하나 졸고 있습니다.
◉ 도자기촌 아낙네의 모습과 그림 같은 문경의 밤하늘을 떠오르게 하는 멋진 시 작품인 것 같습니다. 조령산 봉우리에 여름별이 졸고 있다는 표현을 보니 시를 작성한 시점이 여름으로 보이며,“슬픈 전설을 이고”라는 시적 표현은 시골도공의 아내로 살아감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도자기 검사 2 / 윤보영
가마가
잘 익힌 도자기를 토해냅니다.
그 도자기 받쳐 들고
울림 있나
두드려 보는 사기장!
청아한 소리가
하늘에 오선지를 펼치고
음표를 그립니다.
불안과 초조의 시간
그제야
긴 숨 쏟아냅니다.
불구덩 속을 헤치고 나온 도자기
그도 숨을 내뱉고 있습니다.
새로운 탄생입니다
모두의 축복입니다.
◉ 시인은 도공이 도자기를 가마에서 방금 구워 도자기를 확인하는 모습을 동영상을 보는 것 같이 잘 묘사하였습니다. 또한 불구덩 속을 헤치고 새 세상에 나온 도자기에서 생명을 느끼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3. 문경 찻사발의 이해와 감상
'문경 찻사발의 꿈! 세계를 담다’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된 문경 찻사발 축제는 올해로 20회째이다. 전국 최우수 축제로 수차례나 지정되고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되기도 한 찻사발 축제의 위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런데 막상 축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찻사발의 예술적 가치나 의미’에 대하여는 정작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찻사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이 글을 쓴다.
소위 식자층에 있는 문학인들은 문학만 알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또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문학 지성인들은 문경축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찻사발에 대하여 좀 더 이해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
참고로 찻사발의 한자식 표기는 '다완(茶碗)’이라고 하며, 이렇게 다완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다도(茶道)라는 명칭과 결부되어 찻사발 축제의 품위를 좀 더 높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니까 문경찻사발축제를 [문경전통다완축제] 내지는 [문경조선다완축제]로 개칭해 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필자는 찻사발을 접하면서 학이나 구름무늬, 꽃과 새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청자나 백자가 아닌 투박한 찻사발이 오늘날 왜 도자기계에 각광을 받는 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대사관에서 개최하는 차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차회를 주관하는 한 미모의 일본다도선생이 투박한 조선 찻사발을 너무나 소중하게 다루며 차를 접대하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가 설명하는 조선 찻사발에는 그러한 대접을 받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 찻사발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였다.
도자기를 사람의 옷으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백자는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색동저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를 추구하는 스님이나 성숙한 어른은 색동저고리와 같은 화려한 옷보다는 단순한 색상을 선호한다. 또 조선다완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청화백자는 화려한 봄이나 여름으로 비유할 수 있으나 조선 찻사발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쓸쓸한 가을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사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성숙한 계절이냐고 물으면 누구나가 가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다도(茶道)에 있어서도 외형적으로 화려한 청자나 백자보다는 소박하고 쓸쓸하게 보이는 조선다완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즉, 배려와 하심(下心)의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다도에는 소박한 조선다완이 더 격조가 있고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정신수양이나 검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결코 화려한 옷이나 물건을 선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내면적 가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성철 스님은 비록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살았지만 많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성철 스님이 세인들처럼 사치스럽거나 화려한 것을 가까이 하였다면 과연 그토록 사후에까지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을까? 따라서 청자처럼 화려하고 기교적인 美는 세인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움이고, 소박한 아름다움은 도(道)를 추구하는 성숙한 미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본천하를 통일한 또요또미 히데요시는 초창기에는 황금으로 찻잔과 차실을 짓게 하여 그곳에서 차를 마셨다. 교오또오에 있는 금각사가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당시 일본에는 정신적으로 추앙을 받는 센노리큐라는 다도 스승이 있었는데, 어느날 다도 스승으로부터 화려한 차 생활이 다도정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언질을 받게 된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 다도 스승을 마침내 할복자살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다도 선생의 고언이 올바른 것임을 깨닫고 소박한 조선 찻잔으로 다도를 하다가 조용히 여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다도(茶道)는 자기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겸손과 하심(下心)의 정신이 내포되어 있다. 때문에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황금 찻잔으로 다도를 한다는 것은 다도정신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도정신에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투박한 조선찻잔은 마침내 일본 상류층 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황금보다도 더 귀한 보물(Treasured above gold)'로 여겨져 일본의 국보 또는 문화재로 떠받들어 지게 된 것이다. 일본의 상류층 다도 선생들은 다도에는 조선 찻사발을 능가하는 도자기는 이 세상에 없다고 격찬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의 국립박물관장은 그곳에서 개최된 '조선다완전 기조강연’에서“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 가운데 조선의 찻사발과 같은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라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그의 집안은 수백여 년간 조선다완을 가보로 소중히 간직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 찻사발이 화려한 일본의 황금 찻잔을 이긴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다도정신의 핵심인 와비사비의 미(美), 즉 쓸쓸하고 고적한 아름다움을 지닌 찻잔으로 일본 도자기계에서 황제적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선 찻사발은 청자 등과 같이 누구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즉 기교적이거나 가식적인 미가 아닌 무심무작(無心無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조선다완에 대하여 저명한 평론가는“아름다움과 추함을 넘어선 예술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하였다. 조선다완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예술에서의 진실미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예술에서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소박하고 쓸쓸한 미로 대변되는 문경 찻사발에는 내면적 예술미의 핵심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문경은 오늘날 이러한 조선 찻사발을 가장 완벽하고 멋스럽게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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