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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논설주간인 이태수 시인, 2018년 6차(제27회) 문경문학아카데미 특강
주제 '비유와 상징'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8년 06월 10일(일)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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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우리나라 유명 시인인 이태수 시인이 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문경시립중앙도서관 어학강의실에서 '비유와 상징'이란 주제로 2018년 6차(제27회) 문경문학아카데미 특강을 실시했다.

‘문학으로 감성을 충전하는 날’로 개최되는 ‘2018 문경문학아카데미’는 지난 1월 13일 제1회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12회 실시된다. 다음은 이태수 시인의 특강 내용이다.

이태수 (1947~) 시인 약력

의성출생, 현대문학으로 등단(1974년)
시집 『그림자의 그늘』등 12권과 육필시집 『유등 연지』 등
대구시문학상, 동서문학상, 한국카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등 수상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대구시인협회장, 이상화문학제 조직위원장, 한 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이육사문학상 운영위원 등 역임

‘비유와 상징’

시의 언어는 지시적 기능에 머물지 않고 ‘언어가 의미의 본체’(언어 그 자체를 사물로 보고자 하는 관점, 언어=사물)가 된 적극적, 창조적 기능을 하는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 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는 열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박목월의 「청노루」 전문

한 폭의 수묵담채 그림(동양화)과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이 시에서는 말의 뜻이 거의 언제나 리듬, 이미지, 어조와 유기적으로 관련됨으로써 시의 의미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듬이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김동명의 「내 마음은」 부분

여기서는 사람의 마음이 호수에 비유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대’가 노 저어올 수 있으며, ‘나’는 뱃전에 부서질 수 있습니다. 보통 언어로 풀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경우입니다. 그러면 시를 가장 까다롭게 만들고 고급스럽게 만드는 비유, 상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비유의 근본정신은 비교되는 두 대상 사이의 유추(analogy)의 발견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놓고 보면, ‘인생’과 ‘그림자’ 사이의 어떤 유사성·동일성·연속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 같은 유추작용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생의 의미를 좀 더 명료하게 인식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추상적 개념이므로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그림자’로 대치해 읽게 함으로써 그림자가 갖는 속성이 전이돼 인생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비유의 원리이며, 근본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유’는 근본적으로 수사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식의 한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그 원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또 하나의 원리는 단지 사물의 구체적 인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사물(비유의 대상)의 의미를 확대시켜 주는 데 있습니다.

‘비유’는 이처럼 두 가지의 원리, 다시 말해 사물의 구체적 인식과 사물의 의미 영역의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가령 김춘수의 시 「나의 하느님」에 나오는 표현 ‘하느님은 놋쇠 항아리’에서 ‘하느님’이 가지고 있었던 기성의 의미, 그 고유의 영역이 부서지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따라서 비유의 원리를 인식 방법과 새로운 가치창조의 세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겁니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비유의 원리가 후자에 역점이 주어지는 경향이기도 합니다.

직유(simile)는 비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두 대상의 비슷한 점을 바탕으로 두 대상을 ‘듯이’, ‘처럼’, ‘인양’, ‘같이’와 같은 서술적 접사로 연결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simile의 어원이 like를 뜻하는 라틴어 similis라는 사실을 보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유되는 대상을 원관념(tenor, primary meaning)이라 하며, 원관념은 작가가 의도하는 내용입니다. 다른 대상을 보조관념(vehicle, secondary meaning)이라 하며, 보조관념은 원관념의 효과를 성취시켜 주는 방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부분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 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양 헝클어 진 채

-김광균의 「와사등」 부분

직유의 유형은 단일직유, 확충직유, 기술적 직유, 강의적 직유 등이 있습니다. 단일직유(simple simile)는 낱말과 낱말 사이의 비유, 확충직유(enlarged simile)는 구절이나 문장 사이의 비유입니다. ‘꽃처럼 붉은 울음’은 전자의 예이고, ‘비가 옵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는 후자의 예입니다.

기술적 직유(desciptive simile)는 어떤 사물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고, 강의적 직유(intensifying simile, 또는 관용적 직유)는 비유에 중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쏜살 같이 빨리’, ‘쇠처럼 단단히’, ‘꿈처럼 아름다운’ 등에서와 같이 오직 문장을 강조하는데 쓰입니다.

은유(metaphor)는 직유의 축약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직유에서 공식화된 접사 ‘듯이’, ‘처럼’, ‘인양’ 등이 생략되고, ‘원관념’(本意)과 ‘보조관념’(喩意)이 직접적으로 결합됩니다. 그러나 원관념이 생략되고, 보조관념만 남기도 합니다. 원관념은 비유 ‘되는’ 이미지 또는 의미재이며, 보조관념은 비유‘하는’ 이미지, 곧 재료재입니다.

은유의 발생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책상을 받치는 각목이 있을 때 거기에 붙일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주변에 있는 동물의 다리를 끌어들여 ‘책상다리’로 이름 짓는 것 같은 예가 그것입니다. 은유는 이와 같이 그 발생 과정이 ‘언어의 방식’은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문학에 있어서의 은유의 중요성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강조되어 왔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만은 ‘남에게 배울 수 없으며, 천재의 표징’이라고 했습니다. 허버트 리드도 ‘은유 없는 문체는 태양이 없는 대낮과 같고, 새가 깃들이지 않는 숲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문장이나 문학에 있어서 은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유의 기본원리는 의미의 변질작용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이(轉移)’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면서, 은유는 한 사물의 명명이 다른 사물에 전용되는 명명으로 전이될 때 나타난다고 보고, 그 전이에 의해서 의미를 변화하고 확장하는 방법(전이양식)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이의 개념은 은유(metapor)의 어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어원인 metaopherein은 meta(change, over)와 phorein(to bear)의 결합으로 ‘변형하여 전하다’라는 뜻입니다. 그 결합은 유사성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들과의 결합이며, 그 만남은 일회적이어야 하고, 그 속성의 거리는 멀어야 합니다. 그래서 ‘인생은 나그네’나 ‘침묵은 금이다’와 같은 은유는 오랫동안 반복돼 오고 그 유추의 거리도 가까워 ‘죽은 은유‘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김춘수 「나의 하느님」 부분

이 같은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결합이 처음 이루어지고, 이 둘 사이에는 유추의 거리도 멉니다. ‘하느님’과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의 만남은 충격적이고 경이감을 동반함으로써 ‘살아 있는 은유’나 ‘창조적인 은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은유의 언어는 ‘표준어의 일상성’을 벗어나기 마련입니다. 리처즈가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이질적 결합에서 오는 탄력감을 ‘긴장(tension)’이라고 명명하고, 이 둘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그 ‘긴장’은 커진다고 풀이하기도 했습니다.

은유의 유형은 보조관념이 하나 나오는 ‘단순은유(simple metaphor)’와 보조관념이 여러 개 수반되는 ‘복합은유(mixed metaphor)’가 있고, 단순비유를 토해 의미를 확장하는 ‘치환은유(epipora)’와 병치와 혼합에 의해 의미를 창조하는 ‘병치은유(diaphora)’가 있습니다.

치환은유는 일상적 의미가 친화적인 비교를 바탕으로 다른 의미에 치환되는 은유이며, 병치은유는 이질적 요소들을 병렬하고 다시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거나 인식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치환은유는 단순은유를, 병치은유는 복합은유의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치환은유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의 원관념에 하나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단순은유’가 있고, 하나의 원관념에 두 개 이상의 보조관념이 연결된 ‘확장은유’가 있으며, 은유 속에 은유가 들어 있어 이중, 삼중의 현상을 나타내는 ‘액자식 은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산다는 것은
끈적끈적한 위장 속처럼
들어다보지 않을수록 더 좋은
자네와 나의 안방 같은
어눌한 이야기가 아닐까,

-김사림의 「한잔 하세」 부분

이 시에서 원관념은 “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눌한 이야기”로, 즉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 내지 확대를 가져옵니다. 여기서 원관념 “산다는 것”과 보조관념 “어눌한 이야기”로소 한 번의 유추관계가 성립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보조관념 “어눌한 이야기”가 다시 상대적으로 모호하고 가치 있는 원관념이 되어 이것이 “끈적끈적한 위장 속”과 “자네의 안방”과 같은, 즉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거나 덜 중요한 보조관념으로 전이되는 유추현상을 보이고 있어 ‘액자식 은유’가 되고 있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 다음과 같은 구절도 ‘액자식 은유’의 예입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이같이 한 문장 속에 “황금의 꽃”, “황금의 꽃과 맹세”, “맹세의 티끌”, "한숨의 미풍" 등 네 개의 비유가 들어 있는 ‘액자식 은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어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박두진의 「꽃」 전문

이 시에서는 한 개의 원관념 “꽃”이 “속삭임”, “울음”, “피흘림”. “핏방울”, “정적”, “호심” 등 여러 개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의미의 변용과 확대기 이루어 있습니다. 이 경우를 ‘확장은유’라고 합니다.

‘치환은유’가 전통은유라면, ‘병치은유’는 새로운 은유랄 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는 김춘수의 ‘무의미시’, 이승훈의 ‘비대상시’, 또는 ‘절대시’와 같은 시의 구성원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대는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국을 아는가.

질주(疾走)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이형기의 「폭포」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보면 ‘병치은유’지만 작품 전체를 보면 ‘치환은유’가 됨으로써 두 은유의 ‘결합’ 형태입니다. “시퍼런 칼자국”, “질주하는 전율”, “벼랑의 직립”, “석탄기의 종말”, “장수잠자리의 추락”의 이미지들은 ‘병치은유’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폭포’를 비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징(symbol)은 은유처럼 서로 다른 것 사이의 비슷한 성질 위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시의 문맥 가운데서 정해집니다.

쫒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윤동주의 「십자가」 부분

십자가는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되어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문맥에 의해 그 의미가 특수화되어 있습니다. 시인이 도달하기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동경해 마지않는 종교적, 도덕적 생활의 목표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번(W. M. Urban)은 언어 발달 과정을 ‘사실적 단계’(대상을 흉내 내고 묘사하는 언어 사용), ‘유추적 단계’(비유적 언어의 용법 구사), ‘상징적 단계’(고도화된 은유의 언어 구사)로 분류했습니다. 상징은 가장 발달된 단계의 언어입니다.

다시 말하면, 상징은 은유의 이미지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므로 고도화된 은유의 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은유에 의해 발생된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타나면 더욱 큰 의미의 영역을 가리키게 되며, 이 재현하는 이미지를 상징이라 합니다. 그래서 상징을 ‘반복적 지각경험’(Wheelwright의 규정)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징(symbol)의 어원은 그리스어 ‘symballein’이라는 동사에서 비롯됐는데 ‘짜맞추다’, ‘조립하다’라는 뜻이고, 명사형은 ‘symbolon’으로 ‘부호’(mark), 기호(sign), ‘증표’(token)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상징은 둘이 결합 또는 연결돼 자율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언어의 양식입니다.

문학에서 상징이라는 용어는 ‘연상의 힘에 의해 가시적인 물질계와 불가시적인 정신계와의 결합 양식’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적 상징’이란 심상(image)와 관념(idea)의 결합이며, 심상이 관념을 암시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내적 상태의 외적 기호’라든가, ‘불가시적인 것(원관념)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보조관념)’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비유(은유)와 비교해서 말하면 상징은 “비유에서 원관념을 떼버리고 보조관념만 남아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소녀는 꽃이다”라는 은유에서는 ‘소녀’(원관념)와 ‘꽃’(보조관념)이 다 함께 나타나 있지만, 상징에서는 “조국의 하늘에 비둘기는 날아왔다”처럼 ‘비둘기’라는 보조관념은 ‘평화’라는 원관념을 암시할 뿐, 원관념인 ‘평화’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상징과 은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별에 유의해야 합니다. 표면진술과 내면진술 사이의 관계 설정은 공통점이지만, 은유는 그 관계 설정의 토대가 두 대상 사이의 유사성에 주어지지만, 상징은 비유사성을 통한 심상과 관념과의 내면적 토대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상징은 ‘반투명성’, ‘감춤’과 ‘드러냄’의 양면성을 지니기도 합니다.

상징은 또한 객관적 실체가 아닌 의사실체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은유는 낱말 사이의 교차에 의해 이루어지고, 상징은 사물과 관념 사이의 교차에 의해 이루어진다(Wheeler)”고도 합니다. 이같이 은유와 상징은 두 대상 사이의 이중성을 토대로 해 교차되는 대상이 다른 것입니다.

상징을 Cassierer는 ‘sign’과 ‘symbol’로 구분했고, Eric Fromm은 ‘규약적 상징’, ‘우발적 상징’, ‘보편적 상징’으로 구분했습니다. Wheeler는 ‘언어적 상징’과 ‘문학적 상징’으로 나누는가 하면, Langer는 ‘추리적 상징’과 ‘비추리적 상징’으로 구분했고, Wheelwright는 ‘약속 상징’과 ‘긴장 상징’으로 나누었습니다.

한편 Preminger는 이미저리가 연상력을 얻는 방법에 따라 ‘자연적 상징’(꽃=여성, 물=정화, 일몰=죽음 등 인간의 보편적 경험에 의한 것), ‘구조적 상징’(작품의 여러 요소들 사이의 내적 관계에 이루어진 상징), ‘인습적 상징’(양=희생, 십지가=경건, 사과=유혹 등 특수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습에 희한 것), ‘개인적 상징’(작가의 개인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상징)으로 나누었습니다.

‘문학적 상징’(비추리적 상징, 긴장 상징)은 관점에 따라 여러 유형별로 나눌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환기력의 범위에 따라 ‘사적 또는 개인적 상징’(personal simbol), ‘관습적 또는 대중적 상징’(public simbol), '원형적 상징‘(archetypal simbol)으로 나눠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 상징’은 어떤 하나의 작품 속에만 있는 ‘단일한 상징’이나 어떤 시인이 자기의 여러 작품에서 ‘특수한 의미’로 즐겨 사용하는 상징입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가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중략>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김춘수의 「처용단장」 부분

‘바다’는 김춘수가 많이 쓰는 이미지이며, 실제 바다가 아닌 시인만의 바다입니다.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따라 한 사나이가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라는 대목에서 볼 수 있듯, 아주 이질적인 ‘바다’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의미의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김춘수의 ‘바다’는 ‘병’이고 ‘죽음’이며 ‘회복, 부활’이자 ‘그의 유년’ 등으로 시인이 개인적으로 특수한 의미를 부여한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중적 상징’은 ‘인습적 상징’, ‘제도적 상징’, ‘자연적 상징’. ‘문학적 전통의 상징’, ‘종족문화적 상징’ 등을 두루 포괄합니다.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윤동주의 「십자가」 부분

이 시에는 ‘십자가’라는 인습적 상징이 쓰이고 있습니다. 신선감을 주지 못하지만, 시인이 ‘속죄양의식’이라는 자기 시대의 삶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 이런 상징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 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서정주의 「춘향유문」 부분

이 시에서 ‘춘향’은 ‘검은 물’과 ‘구름’과 ‘소나기’로 윤회의 변신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춘향’은 어떤 경우라도 “도련님 곁”에만 있습니다. 여기서 춘향은 ‘영원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고 있습니다. 고대소설 「춘향전」에서 따온 ‘인유’이기도 하지만 이 인유의 경우도 ‘대중적 상징’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원형적 상징’은 그 본질적 속성이 역사, 문학, 종교, 풍습 등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이미지나 화소(motif)나 테마인 ‘원형’의 반복성과 동일성이며, 그런 원형적 이미지를 구사하는 상징을 말합니다.

제삿날 큰 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부분

이 시에는 현대시에 많이 등장하는 원형적 이미지인 ‘물’, ‘강’, ‘바다’ 등이 등장합니다. 원형적 이미지로서의 ‘물’은 창조의 신비, 탄생, 죽음, 소생, 정화와 속죄, 풍요, 성장의 상징이며, 융에 의하면 무의식의 가장 일반적인 상징입니다. 여기에는 ‘바다’와 ‘강’이 포함됩니다. 또한 ‘바다’와 ‘강’은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 영혼의 신비와 무한성, 죽음과 재생, 무궁과 영원, 무의식 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비유와 상징을 살펴봤듯이, 시의 언어는 일반적인(보통) 언어보다도 언어의 특수한 요소에 크게 의존하며, 고도로 조직됨으로써 보통 언어보다도 섬세하고 미묘한 의미의 구조를 가집니다.

이 때문에 한 편의 시가 의미하는 바를 완전히 보통 언어로 풀이하기는 어렵습니다. 느낌이나 분위기로밖에 설명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유(특히 은유)와 상징은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기법입니다.

시를 읽으며 아무런 느낌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시의 의미를 보통 언어의 의미처럼 생각하고 보통 언어에서처럼 시의 말뜻만 알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시의 언어를 보통 언어로 환원해 이해하려 한다면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황당하거나 무의미한 언어로 보기 십상입니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헛소리’ 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시를 제대로 읽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산문’의 차원을 넘어선 ‘시적 표현’을 제대로 이해해야할 것입니다. 시를 쓰는 데도 이 같은 기법이 구사돼야 시적 묘미를 극대화할 수 있고, 언어예술로서의 시의 차원을 높여주게 될 것입니다.

언어의 시적인 조직을 통하지 않고는 언어로 인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느낌과 태도, 생각을 여실하게 전달할 수 없으며, 인생과 우주의 은밀한 진실을 그대로 파악하고 표현하는데도 한계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사 이래 지금까지도 시에는 비유(특히 은유)와 상징 기법이 쓰이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니, 그럴 것입니다.

후렴 / 이태수

멧새들이 노래의 후렴만 부른다
먼저 머물다 간 멧새들이 부르던 노래를
잊어버렸기 때문일까

나무에서 다른 나뭇가지로 옮아앉는
멧새들은 하나같이 후렴만 부른다

나도 오래 된 노래를 한참이나 떠올리다가
고장 난 음반처럼 되풀이해 후렴만 부른다

갈 길을 찾아가다가 길이 너무 많아
길 위에서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나는

나들이 온 멧새들과 함께
산발치에 멈춰 선다
멧새들을 따라 기억의 빈 창고 앞에서
잊고 있던 노래의 후렴만 부른다.

- 시집 『고요한 적막』중에서 -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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