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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문경문학아카데미, 조향순 직전 문경문협회장 '문학과 상상' 특강
13일 오전 10시 30분 문경시립중앙도서관 어학강의실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8년 01월 13일(토)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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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앞줄 가운데가 조향순 문경문협 직전 회장 | ⓒ 문경시민신문 | |
문학과 상상
|  | | ⓒ 문경시민신문 | | 조향순
1. 글쓰기의 근본 능력
상상은 창작, 예술, 글쓰기의 근본적인 능력이며 요소이다. 그러나 상상은 사실과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사실과 현실에 뿌리를 두지 않고 상상만으로 만들어진 상상은 공상(空想) 혹은 환상(幻想)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보거나 읽은 공상과학영화나 소설들은 나름대로 과학적인 지식이나 정보, 혹은 논리적인 과정과 인과 관계가 성립되어 있으므로 독자 혹은 관객들에게 객관적인 공감을 얻어 호응을 받는다. 만약에 그런 것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공상(空想) 혹은 환상(幻想)으로 전락하여 독자들이나 관객들은 피씩 웃고 만다. 현실 혹은 사실에 뿌리를 둔 상상이라야만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공감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구태여 표현할 이유가 없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읽으면 인물의 행동이나 풍경 등의 섬세한 묘사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는 단순한 상상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보바리 부인'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제재로 삼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루앙에서 좀 떨어진 '리'라는 마을에서 우젠 드라마르라는 의사의 아내 델핀느가 간통으로 음독자살한 사건을 '보바리 부인'이란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플로베르는 아주 상세한 자료를 수집했다. 마을의 지형까지 살피고, 심지어는 등장인물들의 왕래를 연구하기 위해 지도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소설 속 엠마의 남편은 의사이다. 그런데 보바리 부인을 쓴 플로베르의 아버지는 상파뉴 병원의 외과부장이어서 플로베르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그는 이미 병원이란 환경과 의사라는 인물에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니 소설 속의 환경과 인물을 묘사함에 막힘이 없었으리라. 그러한 현실과 사실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 섬세하고 정교한 사실 묘사가 가능했다.
보바리 부인이 나오기 이전에 플로베르는 '성 안투안의 유혹'으로 참패를 당했다. 공상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나 망연하고, 작가의 자제심이 흔적도 없이 빠져 버린 너무나 환상적이요 낭만적인 작품이라는 혹평을 들었다. 낙담한 그가 이집트 여행에서 돌아와서 쓰기 시작한 작품이 보바리 부인이었으니, 공상과 환상에 사실의 뿌리를 확실히 내리려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보바리 부인은 그를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사실주의의 대가로 자리매김해 주었다.
2. 상상의 꽃(1)
물론 모든 글은 현실과 경험에서 비롯되지만 현실과 경험 그 자체가 글이 되지는 않는다. 현실과 경험에서 작은 씨앗 한 톨을 발견했다면 상상으로 가꾸고 꽃을 피워야 한다. 그러니 글을 씀에는 상상력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상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심심하고 삭막한가. 물질들은 차고 단단하며 자연은 말이 없고 사람들은 표정이 없다. 상상이 작용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들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관심과 애정으로 다가서지 않으면 그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친해질 수가 없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그들을 살피다 보면 그들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 거기서 상상은 비롯된다. 온전한 시가 되려면 그렇게 비롯된 상상에 투심(投心)하여야 한다. 어떤 화자(話者)의 역할에서든 아주 충실해야만 깊이 있는 글이 되고 공감과 감동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현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이다.
누군들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이 비친 강물을 본 적이 없을까. 모래밭에 찍힌 새들의 발자국을 본 적이 없을까. 강가에서 하루 종일 서걱대는 갈대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을까. 그리고 강물이 파란 색임을 모르는 이 있을까. 그 강과 발자국과 갈대소리에 상상을 더하여 시의 꽃을 피웠다. 강을 본 현실적인 경험은 같아도 상상은 모두 다르므로 우리는 또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
강물은 몸에 /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 파랗게 질린 강
<놀란 강 / 공광규>
경험은 단지 문화원 시 창작반 학생들과 소풍을 갔다가 언덕에 있는 집 담장 한 쪽이 허물어져 있는 것을 본 것일 뿐이다. 거기서 생각, 상상이 시작된다. 허물어진 담장 안에 꽃이 있고 밖에도 꽃이 있네. 그렇다면 담장을 허물면 하나의 정원이 되지 않을까. 시적 대상에 관한 정보가 많아야 시를 만들기가 쉬운데, 구체적인 장소를 고향으로 설정하고 보니 지형과 지명과 역사 등은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실제로 고향집 담장도 허물어진 채로 있으니 상상이 제대로 풀려나간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 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에서 듣던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엔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렀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밤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인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달과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 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 만 마지기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 다니는 하루 수백 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내 소유가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 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연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만난 것도 우리의 뜻이 아니며, 우리가 일찍 헤어진 것도 우리의 뜻은 아니다. 그리고 어디엔가 있는 그대, 우리가 만나지지 않는 것 또한 우리의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도 있겠구나. 전생에 내가 도라지꽃으로 피어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 꽃으로 피어 있는 나를 그대는 몰라보고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서 가버렸지. 또 어떤 생애에선 그대가 옆방에 들어 있는데도 나는 것도 모른 채 잠만 자버렸지. ' ......' 속에 담겨 있는 숱한 어긋남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한 감동을 불러온다.
...... 내 한때 곳집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
생전 처음 가본 나라에 할 일이 무어 있겠습니까. 늙은 밀수꾼모양 국경선 길잡이나 해야겠지요. 고향 사람 아는 사람 데려오는 심부름이나 맡겠지요. 신출내기들이니 쉬운 일이나 시키겠지요. 사자(使者)밥을 먹으면서 떨지 마라 두려울 것 없다 손을 내밀겠지요. 나도 엊그제까진 여기 사람이었다, 담배를 건네겠지요. 그새 그쪽 편을 들면서 우쭐대겠지요. 그래도 지금 당신이 가야할 나라는 얼마나 친절한 나라냐. 세상에, 어느 나라가 장씨나 이씨 한 사람을 위해 안내원을 보내주더냐.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기행문 한 편 없는 나라가 그 정도 호의는 베풀어야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그 곳의 우두머리가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라 체면이 구겨져서 안 되겠다 그러면 어쩌랴. 지위고하 막론하고 혼자서 걸어오게 하라, 물어물어 찾아오게 하라, 모년 모월 모일 모시까지 당도 못 하면 오도가도 못 하게 하라 그러면 어쩌랴. 어여뻐라. 한양성 가는 방자처럼 걸어서 날 찾아오는 사람. 아니면 어이 가리너. 혼자서 어이 가리너.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칠흑의 어둠 속에서 열나흘은 흐느끼겠지. 어이 가리너, 이정표도 없는 길을, 울부짖으며 맨발로 내딛겠지. 생각느니, 안개 속 구만리 벼랑길로 나를 데리러 오는 그이는 얼마나 착한 사람인가. 그 먼 길을 오토바이도 없이 걸어서 오는 사람.
<그는 걸어서 온다 / 윤제림>
3. 상상의 꽃(2)
시에서 상상은 쿠션(cushion)이고 꽃이다. 쿠션이 없는 의자는 부드러움이 덜하여 그리 편안하지 못하니 훌륭한 의자라고는 할 수 없겠다. 꽃이 없는 나무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밋밋하고 재미없다. 꽃이 없는 나무보다 꽃이 달린 나무는 훨씬 더 풍요롭고 아름답다. 만약에 상상이 없다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들은 너무나 건조하고 삭막하고 단순하고 별 볼일 없고 생명이 없을 것이다. 상상이 있어서 시의 세상은 부드럽고 오묘하고 의미가 있고 생명이 없는 것조차 살아서 숨을 쉰다. 딱딱한 체험의 의자에다 어쩐 종류의 쿠션을 얼마만큼 넣느냐, 체험의 줄기에다 어떤 꽃 혹은 얼마만한 크기의 꽃을 다느냐 하는 것은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겠다. 줄기에 주력할 수도 있겠고 꽃에 주력할 수도 있겠다. 다시 말하면 체험이나 사실에 더 비중을 두고 시를 쓸 수도 있겠고, 상상에 더 비중을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체험과 상상은 딴 몸이 아니라 한 몸이 되어 산다. 체험과 상상은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구태여 그 비중의 경중을 따질 필요는 없다. 체험 혹은 사실의 줄기가 있으므로 상상의 꽃이 필 수 있고, 상상의 꽃이 있으므로 줄기는 더 근사해지고 훌륭한 작품으로 피어날 수 있으니까.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冬天 / 서정주>
위에서 시인이 본 것은 초승달이지만 상상은 그것을 고운 임의 눈썹으로 만들었다. 상상은 계속 흐르고 깊어져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은 고운 눈썹이라고 했다. 조금 더 흘러서 동지섣달 매서운 새도 그 아름다운 눈썹을 비껴간다고 했다. 만약에 시인의 상상이 없었다면 초승달은 찬 겨울 하늘에 떠 있는 멀건 하나의 물체일 뿐이다. 시인의 상상력을 만나 초승달은 드디어 고운 임의 눈썹이 될 수 있었다.
어느 해 늦가을에 전남 고창의 선돌 유적지를 찾은 적이 있다. 넓은 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돌무덤들, 보이는 것은(체험 혹은 사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문득 느껴지는 정적, 하늘 아니면 먼 산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상상)그들은 아주 옛날 이 들판을 거닐었던 이 돌무덤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들은 내 옷이며 신발을 신기한 듯이 구경했다. 마치 다른 동네에서 놀러온 아이들을 구경하듯이 나를 구경하고 있었다. 숨죽이며 구경하다가 내 옷을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신발을 보고서는 쿡쿡 웃기도 했다. 그날 만약에 상상의 꽃이 피어주지 않았다면 들판에 흩어져 있는 별 볼일 없는 돌들만 보고 왔을 것이다. 얼마나 허전하고 재미없고 밋밋하고 심심했을까. 그러나 다행히도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얘기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를 얻을 수도 있었다. 모두 상상이 주선해준 즐거움이요 보람이요 은혜였다.
산 그림자도 아니고/ 구름 그림자도 아닌,
그림자들이 들을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내 옷을 슬쩍 만져보기도 하고/
내 신발도 뚫어지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누구세요./ 거기 누구세요.
< 고창에서 / 조향순>
상상이 없는 밋밋한 저수지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그 깊은 수심으로 하여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상상은 재미있고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의 마음을 흔들면서 가까이 다가온다. 저수지에 잔잔히 퍼지는 느리고 둥근 잔물결이, 그 단조로운 현상이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는 한 여자를 만들어 내고, 그 여자가 두드리는 물북을 만들어 낸다. 그 여자는 아무리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그 물북을 끼고 앉아 한없이 슬픈 노래를 부른다. 그 정중동의 물북은 네가 처음 네게로 왔을 때 벙어리 냉가슴 앓던 내 마음을 끌어내고, 그러고 보니 고요한 갈대숲과 수면에 비친 햇빛 달빛까지도 한 여자가 두드리는 물북과 노래에 잘게 전율하며 흐느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힘이다.
아무래도 저수지 속에는
손가락으로 가만 건드리기만 해도
바람의 입술이 살짝 닿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입을 점점 크게 벌리는
그런 여자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여자가 커다란 물북을 끼고 앉아
한없이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세게 두드려도 소리가 나지 않는
느리고 둥근 선율을 피워 올릴 것이다.
저수지의 심금(心琴)을 온통 울리는
저 정중동의 물북!
네가 처음 내게로 건너왔을 때
둥둥,
내 마음의 심연이 저러했을 것이다
아아,
혼자서 갇혀 울던 유년의 다락방
벙어리 냉가슴이 또 저러했을 것이다.
저 절창으로 하여 오늘
고요한 갈대숲 전체가 아스스 수런대고
수면에 비친 햇빛이며 달빛까지도
잘게 흐느끼며 전율하는 것이다.
< 물북 / 김선태 >
그날이 그날인 것 같지만 실은 매일매일이 새날이다. 겉으로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생각이 흐르고 있는 안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쓸 것이 없는 것 같지만 아주 가까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눈여겨봐주기를 기다린다. 널린 게 글감이고 감동의 요소이다. 빚에 쪼들린 한 가정의 비극이 실린 조간신문 기사 한 편에 눈이 머문다. 거기를 영랑호라고 하자. 아마도 눈 오는 날이었겠지. 그들이 벗어놓은 신발이 눈보라에 파묻혔겠지. 그리하여 빚을 벗어난 세상에서 아이들은 물고기와 놀고 그들은 아주 밝고 행복하게 웃을 거야. 물속에는 그들의 집이 있어. 행복한 그들의 집이 있어.
그 해 겨울 영랑호 속으로
빚에 쫓겨 온 서른세 살의 남자가
그의 아내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던 날
미시령을 넘어온 장엄한 눈보라가
네 켤레의 신발을 이내 묻어주었다
고니나 청둥오리들은
겨우내 하늘 어디선가 결 고운 물무늬를 물고 와서는
뒤뚱거리며 내렸으며
때로 조용한 별빛을 흔들며
부채를 청산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인근 모래기까지 들리고는 했다
얼음꽃을 물고
수천 마리 새떼들이 길 떠나는 밤으로
젊은 내외는 먼 화진포까지 따라 나갔고
마당가 외등 아래서
물고기와 장난치던 아이들은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애들이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의 뺨을 적신다
그래도 저녁마다
울산바위가 물속의 집 뜨락에
오래 가는 놀빛을 떨어뜨리고 가거나
산그림자 속 화엄사 중들이
일부러 기웃거리다가 늦게 돌아가기 때문에
영랑호는 문을 닫지 않는 날이 많다
그런 날은 물 속의 집이 너무 환하게 들여다보였다
<물 속의 집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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