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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학세계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작품<경포대의 달>
글 / 정휘봉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7년 09월 02일(토)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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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일자리를 쫒아 고향 땅을 떠나 강원도 강릉에 자리 잡은 지 어느덧 석 달째, 삭풍이 몰아치던 겨울 추위도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밀려 차츰 북쪽 땅으로 밀려가고, 숙소인 펜션 앞마당엔 매화 꽃잎이 하나 둘 앙증맞은 봉우리를 터트리고 있다.

아직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엔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꽤 쌀쌀하기도 하고, 휴일 없이 이어지는 강도 높은 작업에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은 불어오는 봄바람에 정분이라도 난 듯이 마냥 설레기만 한다. 작업을 마친 후 허기에 주린 배를 채우고 숙소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뉘어 보지만,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봄바람에 향긋한 꽃냄새가 실려와 코끝을 자극하니 하얀 매화 꽃잎이 눈앞에 자꾸 어른거린다.

이렇듯 꽃향기 품은 바람이 상쾌한 봄날 저녁에 사내들 냄새나는 방안에만 누워 있기엔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봄바람이나 쐴 요량으로 무턱대고 혼자 길을 나섰다. 해는 저물어 가고 내일 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멀리 가지는 못하고 숙소에서 가까운 경포대로 향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경포호수는 입구부터 내 기대와는 사뭇 달라 있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던 송림이 간 곳 없이 사라진 자리에 빼곡히 들어선 야시장엔 이른 시간임에도 취객들의 비틀거리는 걸음과 실랑이 소리가 어지럽다. 취객들의 실랑이 소리를 뒤로 하고 도착한 경포대가 위치한 언덕 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거기도 역시 옛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송림이 우거졌던 자리엔 펜션과 음식점들이 들어 서 있어 소나무 그늘에서 도시락을 먹던 추억 속의 소나무는 말 그대로 추억 속에서만 남아 있었다.

씁쓸한 기분을 애써서 달래며 경포대로 향하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발걸음을 세며 유유자적 홀로 걷다 보니, 노송의 늘어진 가지 사이로 고색이 창연한 누각의 모습이 비친다. 비탈진 언덕길을 따라 몇 걸음 더 옮기니 해서체로 쓴 경포대 현판이 낯선 길손을 반겨 맞는다. 경포대 누각 앞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경포호수 주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모습 또한 마음속에 품어 왔던 서른 몇 해 전에 보았던 그 풍경이 아닌 아주 낯선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흙먼지 날리던 흙길이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된 것이야 변화하는 세태에 따라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고 호수 건너편 오랜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닦여진 산책로는 너르고 반듯하게 새로이 닦여져 있지만, 생태 공원 조성이라는 핑계로 수천 년 간직해 온 자연을 마구 파헤쳐 놓고 애써 다시 다듬어 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연의 파괴는 아닌지, 이 모든 것이 편리함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급변하는 세상에 강산은 점차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고, 옛 임의 정취와 풍류가 깃든 누각만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홀로 옛 모습을 지키려 애쓰고 있는 듯해서 보는 이의 가슴이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나 또한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고 그 편리함의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딱히 누구를 꼬집어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없지 않지만 경포대에서 맞는 달빛이 그리도 곱다고 하였으니 달구경을 마저 하기로 하고 아직은 쌀쌀한 저녁의 한기도 달랠 겸 시장기 도는 배도 채울 겸 가까운 식당을 찾아 따뜻한 국물을 마주하니 반주 생각이 간절하여 소주 한 병을 청하여 마시니 우울한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배도 부르고 취기가 얼큰하여 한결 가벼워진 걸음으로 경포대에 다시 오르니 어느새 밝은 달이 경포호수 위에 둥실 떠 있었다.

옛 임들이 이르기를 경포대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하였으나, 마주 앉아 바라볼 임이 곁에 없으니 임의 눈동자에 비친 달은 찾을 수 없고, 술잔 들어 권할 벗 또한 멀리 있으니 술잔 속에 비친다던 달 또한 찾아볼 방도가 없다. 경포 해변에 비친다던 달은 높이 솟은 건물에 가려 송림 너머 바닷가 풍경조차 보이지도 않고, 경포호수에 비친 달은 흐린 물에 흐린 달빛뿐이고 불야성을 이룬 도심의 불빛에 스러져버렸다. 이제 남은 건 하늘에 뜬 달빛에 마지막 기대를 하였으나 누각을 비추는 강한 조명은 고고하면서도 고즈넉하게 비추는 달빛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나의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아 버렸다.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경포대 달빛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를 읊조리던 그때엔 인공적인 밝은 조명을 비추어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연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일 때 바라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밝으면 밝은 그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면 좋을 터인데, 대낮같이 밝은 조명이 꼭 필요하였을지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밝음 속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이기심과 욕망에 눈이 멀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소중한 자연과 유산을 고이 간직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자손 대대 물려주는 것이 후손 된 도리이자 후손에 대한 의무가 아닌지 우리 모두 돌이켜 깊이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작가 약력

시인/ 수필가 정휘봉
문경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학세계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정회원

(대한문학세계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017년 9월 17일 대전예술의전당 내 시립미술관 대강당에서 거행됩니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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