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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문경지부(회장 조향순), 제3회(제12차)'2017 문경문학아카데미’ 개최
채만희 전 문경문협 회장 초청 특강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7년 03월 13일(월)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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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문경시민신문 | | 한국문인협회문경지부(회장 조향순)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강의실에서 채만희 전 문경문협 회장을 초청 강사로 모시고, 제3회(제12차) '2017 문경문학아카데미’를 개최하였다.
‘문학으로 감성을 충전하는 날’로 개최되는 ‘2017 문경문학아카데미’는 지난 1월 14일 제1회를 시작으로 이번 12월 9일까지 총 12회 실시된다.
채만희 전 문경문협 회장의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백화문학11집 읽기」
이번 ‘문경문학아카데미’ 마당에 강연을 주선해주신 조향순 회장님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중견 중진 작가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부담도 느껴집니다. 제 이야기가 다소 서툴거나 현학적으로 비취더라도 너그럽게 받아주실 것을 우선 당부 드립니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이라는 지식 창고를 몸에다 지니고 다닙니다. 그래서 이제 지식은 그렇게 필요치 않아졌습니다. 다만 지식을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응용하고 해서 결정하는 능력만이 필요한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선각자들은 “요즘의 청년들은 ‘자신의 생각’이 없다”고 염려하기도 합니다.
이번 ‘문경문학아카데미’ 주제를 「백화문학11집 읽기」로 했는데, 이렇게 읽기를 하자면 우선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읽는다’는 것은 ‘듣는다’는 것이고, ‘쓴다’는 것은 ‘말하기’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읽기를 위해서는 詩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詩가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고는 논리적으로 호불호를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또 시에 관하여 좋고 나쁨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기호의 문제이고 식성의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시가 무엇인지 알고, 또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결과이고 독서 환경의 영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에 대한 분별은 김치와 김칫거리의 구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칫거리는 담가 숙성되기 전에는 한낱 배추일 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김칫거리를 보고 좋은 시라고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멋지게 말하고 어렵게 말한 현학적인 글에 혼돈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또한 잘 숙성된 좋은 시를 번연히 읽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정말 좋은 시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다만, 좋은 시는 ‘깊게 읽히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게 좋은 시’라고 생각하면서도 좋은 시를 짓는 방법에 대한 정의를 단정내릴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기승전결’을 염두에 두고 시를 짓게 되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용이하고 또한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왜 저 사람이 이야기 하면 아무렇지도 않다가 똑 같은 이야기를 이 사람이 주장하면 자극이 오는 거 있잖아요? 오래 글을 써 온 중진 분께는 제가 내세우는 이야기가 식상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연상 작용을 일으켜 생각이 고취되거나 자극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기본에 충실하기 {포괄적 제시(기)→구체화(승)→비약(전)→맺음(결)}
꽃이 피었다/ 이렇게 사건 상황을 포괄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제시합니다. 이것은 ‘기’에 해당합니다. 즉 일어날 기 ‘起’, 사건이 일어나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승으로 이어지는데, ‘承’은 이을 승, 이어서 받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꽃이 피었다’를 이어 받아 ‘起’를 이어받아, 꽃은 꽃인데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꽃을 더 구체적으로 제시(묘사)하는 겁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 그 다음에 ‘轉’으로 넘어가는데, ‘전’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이 시를 만드는 핵심인데 가장 고민거리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은 ‘궁굴리다’, ‘비약하다’ 이런 뜻인데 여기서 시인의 번뜩이는 상상력이 확장되는 한 대목입니다. 여기에 주제가 암시되기도 하고 시인의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갑니다. 다만 앞부분(기,승)과의 개연성이 있는 재해석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서 ‘개나리꽃 이 내 마음 밭에 피었다’ 혹은 그대가 주고 간 사랑의 꽃이 피었다/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결론을 내리는데, ‘결’은 맺음이니까 맺어주면 됩니다. 그대가 떠나간 자리에 그대는 보이지 않지만 그대 사랑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이를 정리하면,
꽃이 피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
그대가 주고 간 사랑의 꽃이 피었다
그대가 떠나간 자리에 그대는 안 보이지만 그대 사랑 노랗게 물들어 있다
고향의 봄/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승)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전)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
(결)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기승전결에 입각해서 시를 짓게 되면 작가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 인간의 문제로 귀결되어야 하고 너무 뻔한 답안을 넘어서야 합니다. 지당하신 말을 지당하게 쓰면 공허해서 독자로부터 공감을, 재미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자기만의 살아온 이력을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어도 형식의 그릇에 잘 담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이나 인간의 문제를 긴장되게 풀어 형식의 그릇에 오롯이 담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가 처음 시를 배울 때, 교재나 선생님들로부터 ‘거꾸로 보라’ ‘낯설게 보라’ ‘다르게 생각하라’고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선생님은 역발상과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현상만을 노래하지 마라’, ‘일상시를 피하라’고 했습니다. ‘사실의 현상’만을 노래할 것이 아니라 사실(현상)의 근저에 있는 남이 보지 못한 진리를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상시를 피하라’는 뜻은 ‘상식적인 시를 피하라’는 의미지 ‘결코 생활의 소재’를 쓰지 마라는 뜻이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철학적이고 지적인 시를 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며 시는 인간의 문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2. 모방하기 (시는 율어(律語)에 의한 모방이다-아리스토텔레스)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⓵고양이의 털에
고운 ⓶봄의 향기가 ⓷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⓵고양이의 눈에
미친 ⓶봄의 불길이 ⓷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⓵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⓶봄졸음이 ⓷떠돌아라
날카롭게 쪽 뻗은 ⓵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⓶봄의 생기가 ⓷뛰놀아라.
⓵에 ⓶가 ⓷도다.....형식으로 낱말을 대입하여 모방을 해보면,
점촌역에서 (모방을 하면)
어둠이 내린 ⓵점촌역에
사람들의 ⓶말소리가 ⓷젖어 있도다
어둠이 내린 ⓵점촌역에
사람들의 ⓶눈물이 ⓷젖어 있도다
어둠이 내린 ⓵점촌역에
사람들의 ⓶잊혀진 노랫소리가 ⓷젖어 있도다
어둠이 내린 ⓵점촌역에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⓶노랫소리가
어둠속에 ⓷들려오고 있도다.
점촌역에서 (재 개작을 하면)
어둠이 푸르게 깔린
점촌역에
이름 잊혀진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문득, 들려와
어둠의 입자들이 번진
점촌역에
그 사람의 초롱한 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있어
우리들이 나누던
은밀한 언어들이
마침내 노래가 되어
젖은 가슴을 파고든다
오늘 밤 점촌역에 어둠이 내린다
풀리지 않는 그리움만 남아
밤은 내린다.
이렇게 해서 색다른 한 편의 시를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대상을 묘사하는데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이 객관적인 사실을 구체화하여 주제를 미리 암시합니다. 그리고 객관에서 주관으로 작가의 생각을 재해석하여 주제를 제시합니다. 독자를 설득시킵니다. 그리고 결론을 지으면서 주제를 재 강조하면서 결론을 내립니다.
3. 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새롭게 창조를 한다든지 둘째 사물을 보고 그 사물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다든지 아니면 셋째 이미 세상에 있더라도 나만의 것으로 또 다르게 재해석을 한다든지 이런 요소는 담겨있어야 일단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새로움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창조’ 절말 어렵습니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찌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에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 -구약 전도서 1장 9절~11절
인간은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한낱 티끌에 불과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티끌 속에는 온 우주가 다 들어있습니다. 시를 살아가는 시인으로서 시 따로 사람 따로 삶 따로 살기보다는 모름지기 시가 삶이고 삶이 시가 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없는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를 느끼고 생각하며 자랑하지 말고 자신과 타인에게 사랑 나눠 주시기 바라면서 저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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