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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
글쓴이 / 이완식(전 은행지점장, 수필가)

주 소 : 경기도 동두천시 삼육사로 1002번길 93, 103동 704호
(지행동,지행주공아파트)
연락처 : 017-293-9438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6년 10월 16일(일)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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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민신문
밖에 나가 살던 아들이 다시 집에 들어왔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아들의 여자 친구가 지난 3월 초에 세상을 떠났다. 폐암으로 6여 년을 고생했다. 혼자서 여자 친구의 병간호를 도맡아 한데다가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집에 들어와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아들도 병을 얻었다. 복통을 동반하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 여기저기 돋았다. 한 두 번 들어서는 기억하기도 힘든 흔치않은 병이었다. 병원에서 한 달 가량 입원해 있다가 지난 6월 중순에 퇴원했다.
 
아들은 모 중소기업체의 과장으로 재직하다 3년 전에 퇴사하고 창업을 했다. 정확한 직업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자문업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아들은 각오를 새롭게 한 듯 철저한 자기관리와 체력회복을 위해 진력했다. 이렇게 해서 같이 시작한 운동이 아침 산행이었다. 집 옆에 칠봉산 가는 입구가 있다. 동두천에 있는 산들 중 가볍게 옷차림하고 올라가서 산책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산, 칠봉산. 숲도 정겹고 집 가까이 있어 등산코스로는 적격이었다. 

올라가는 입구에서 200여 미터 가량을 야자수(식생 매트)의 코코넛 열매를 감싸고 있는 섬유실을 축출해 만든 매트도 깔아놓았다. 발바닥에 대한 지압의 효과도 있고 푹신푹신한 게 말 등에 앉아 달리는 기분이 든다. 아침 9시에 출발해 칠봉산 가는 길 중간에서 되돌아온다.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땀은 비오듯이 하고 숨은 몰아쉬기 일쑤다. 산행이 아닌 체력단련 코스라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다. 이제 한 달 가량 된다. 경사 사십오도를 오를 때는 이를 악문다. 편편한 길도 중간 중간에 있다. 나의 아들에 대한 한자교육과 문학교육이 시작된다. 선비사(士)자의 의미, 아들자(子)자의 의미, 불치하문(不恥下問), 백두여신(白頭如新) 등.

"문장을 잘 쓰는 삼대원칙이 뭔지 가르쳐 줄까." “첫째로 짧게 써야 하고, 그러면 즐겨 읽으니까. 둘째 쉽게 써야 하고, 그러면 이해하니까. 셋째 그리듯이 써야 하고, 그러면 기억하니까." "네, 문장의 3원칙이 어쩌면 프로그램의 원리와 똑 같지요?"

며칠 있다가 나는 산행에서 가르쳐 준 내용을 다시 묻는다. 아들은 좀 부족하지만 얼추 비슷하게 풀어놓는다. 다시 나는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렇게 아침마다 한 시간 씩 같이 서로 대화하며 산행을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부자지간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더러는 시도 한 편 씩 들려준다. 유치환의 바위와 깃발, 도종환의 들국화,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조병화의 낙엽 등. 

"안도현의 짧은 시, 외어서 가슴에 품고 다녀라."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앞으로 아들과 산행을 하는 도중에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일러줘야 할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마음먹으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듯하다. 아직 부족하기만한 나의 한자와 한문 실력, 문장력이기에.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아들의 건강을 보며 오늘도 아침 산행에 나선다.

"만나면 인사하는 행복한 산행 함께 만들어가요", 군데군데 나무에 붙어있는 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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