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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문경지부(회장 조향순), 제6회 ‘2016 문경문학아카데미’ 개최
지난 10일 오전 11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강의실 황봉학 전 문경예총회장 초청강사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6년 09월 11일(일)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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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초청강사 황봉학 시인 | ⓒ 문경시민신문 | | 한국문인협회문경지부(회장 조향순)는 지난 10일 오전 11시 문경시립중앙도서관 2층 강의실에서 황봉학 전 문경예총 회장(60)을 강사로 모시고, 제6회 ‘2016 문경문학아카데미’를 개최하였다.
‘문학으로 감성을 충전하는 날’로 개최되는 ‘2016 문경문학아카데미’는 지난 4월 9일 제1회를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총 9회 실시된다.
황봉학 전 문경예총 회장의 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경문학 아카데미
일시 : 2016년 9월 10일 오전 11시
장소 : 문경시립 중앙도서관
대상 : 문경시민, 문인, 시낭송인
강사 : 황봉학
시인, 시낭송 교육자, 경북문인협회 부회장
청음시낭송예술인협회 지도강사
맑은소리시낭송예술인협회 지도강사
<2016년 9월 10일>
문경문학 아카데미 강의 <시와 시낭송의 관계>
한 편의 시가 낭송되기까지 <시를 낭송하기 위한 준비 작업>
-시가 읽히는 사회는 아름답다. - 시인 함순례
-시는 입으로 읊어야 한다. 책 속의 시는 죽은 것이다. - 로스카
시낭송의 기본 요건
-명료해야 한다.(시어의 정확한 전달)
-자연스러워야 한다.
-감동이 있어야 한다. - 가장 중요하다.
[1] 낭송을 할 시는 어떤 시가 좋은가
1. 평이한 시 - 읽는 시와 듣는 시는 다르다.
2. 노래가 있는 시 - 음률의 음악성이 두드러지는 시일수록 그 음악성을 살릴 때 낭송을 통한 감응력이 크다.
3. 감정의 기복이 있는 시 - 열의 전도처럼 감정의 온냉이 심할수록 전달력이 강하다. 시낭송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자면 음영이 짙어야 한다. 이 음영을 만드는 것이 감정의 기복이다. 시낭송자는 시의 언어에 음감으로 색칠을 하는 사람이다.
4. 스토리나 드라마가 있는 시 - 재미는 시와의 친화력을 강화시킨다.
5. 자기 체질에 맞는 시 - 각기 자기 음색이 있고 자기 취향이 있다. 시적 감정이나 감응력이 각자 다르다. 자기 체질에 맞지 않는 시는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아서 절대로 남을 감복시킬 수 없다. 그러나 음색은 바꾸기 힘들어도 취향은 바뀐다. 낭송의 폭을 넓히려 힘을 써야 한다.
6. 낭송시의 길이 - 3분 이내로 제한하는 경연 대회가 많다. 그러나 시가 점점 길어지는 경향이 많다. 너무 짧은 시는 음률의 변화가 적어 시적 감흥을 일으킬 시간적 여유가 없고 낭송자가 자기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가 적다. 그러나 긴 시는 구절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자신의 감정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7. 경연대회 참가 시의 경향 - 지난 2008년 전국 시낭송 경연대회에서 16개 시-도에 참가한 345명의 낭송시는 126명의 253편이 등장한다.
-5명 이상이 선택한 시
한용운<님의 침묵.12> 정호승<연어.9> 유치환<행복.8> 윤동주<별 헤는 밤.7> 김기림<길.6> 마종기<우화의 강.6> 박인환<목마와 숙녀.6> 문병란<불혹의 연가.5> 문정희<새 아리랑.5> 이생진<그리운 바다 성산포.5> 전봉건<뼈저린 꿈에서만.5> 황지우<너를 기다리는 동안.5>
-3편 이상이 선택된 시인
박두진 12. 백석 9. 도종환 9. 서정주 9. 정호승 8. 문정희 6. 신석정 6. 한용운 6. 김용택 5. 안도현 5. 이기철 5. 유치환 4. 조병화 4. 고은 3. 나희덕 3. 문병란 3. 송수권 3. 신경림 3. 신달자 3. 용혜원 3. 윤동주 3. 이근배 3. 이육사 3. 이해인 3. 조지훈 3.
8. 명시의 선택 - 명시는 시낭송의 기초 교본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를 계속 발굴해 나가야 한다.
9. 시의 이해 - 그 시를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 시를 낭송하지 마라. 그러나 낭송은 시를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를 전달하는 것이다. 뜻을 배제한 이미지만으로도 그 시를 전달하는 것이 시낭송이다. 플라톤은 ‘시인은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위대하고 현명한 것을 발언한다.’ 시는 흔히 신들의 일상어라 일컬어진다. 본래 난해한 것이다.
10. 시낭송가의 자존심을 지키자 - 나는 아무 시나 낭송하지 않는다. 시에는 시다운 시와 아무래도 품격이 떨어지는 시가 있을 수 있다. 시낭송 대회나 시낭송을 하는 행사장에 가보면 정말 목소리도 좋고 발음이나 리듬이나 고저장단 등이 잘 어우러진 멋진 낭송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낭송가가 선택한 시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시인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시인들이 수만 명에 이르지만 정말 시인다운 시인과 시다운 시는 극소수에 불과 하다. 시낭송가의 품위를 지키려면 우선 시다운 시를 선택하고 판별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시낭송을 시작하기 전에 시를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11. 원본을 정확하게 확인하였는가
-인터넷 검색은 참고로만 하고 꼭 발표지면을 확인하거나 시인에게 질의를 하여 확인한다.
[2] 시를 어떻게 낭송할 것인가
시낭송에 유일한 정도란 없다. 여러 가지 길이 있을 뿐이다. 시낭송은 다양할수록 좋다. 낭송자의 수만큼 독법이 있을 수 있다. 시낭송이 경계할 일은 어떤 패턴에 빠지는 것이다. 이런 시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고 어떤 유형을 강요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를 각자 제 멋대로 읽는 것이 여러 가지 독법 중의 하나인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원칙이나 정석 같은 것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의 행과 연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주는 것이다. 시인은 시의 행과 연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추사(秋史)가 “난초를 그리는 데는 법이 있어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고 한 말은 시낭송에도 적용된다.
1. 발음을 또렷이 하라
1) 또박또박, 또록또록, 또랑또랑
시는 단어와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를 낭송할 때 한 마디라도 안 들리는 말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예)경음화가 잘못된 예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고재종 - 오늘도 강변에 고추(꼬추)멍석이 늘리고 숭어회 한 접시/안도현 - 나는 소주(쏘주)한 병에다 숭어회 한 접시를 주문하는 거라 고별/노천명 - 생쥐(쌩쥐)에게나 던져 주어라 초가/이육사 - 그리운 전화번호(전화뻔호)를 읽어볼 수 없다 하여도 유리창/정지용 - 세상을 닦고(딱꼬) 다니던 광대뼈가 유난히 튀어나온 길/김기림 - 마을 밖(빡)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2. 시의 리듬을 살려라
리듬은 음이나 말이나 몸이 어떤 질서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반복운동을 말한다. 리듬이라면 흔히 운율로 번역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운율은 리듬 속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리듬은 운율 외에도 악센트나 박자 같은 것이 작용한다. 보통 리듬과 박자를 혼동하기 쉬우나 박자가 규칙적인 시간의 양적 단락이라면 리듬은 음끼리의 강약, 장단, 고저와 음색 등의 전체적인 관계에서 생기는 생동적인 흐름이다. 시에는 정형시가 있고 자유시가 있다. 정형시에는 민요의 7·5조 같은 외형률이 있고 자유시에는 내재율이 있다. 외형률의 운율은 글자의 음소가 일정하여 아무나 금방 따라갈 수 있지만, 현대시의 대부분인 자유시의 내재율은 각자가 그 리듬을 찾아내야 한다. 같은 시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그 운율의 형태가 다를 수 있다. 어느 시행에서 어떤 리듬을 끌어낼 것인가는 낭송자의 리듬 감각과 재능에 달린 것이다.
3. 장단, 고저, 강약, 완급
어느 시구를 높게 또는 낮게, 강하게 또는 약하게 읽고, 어느 시행을 천천히 또는 빨리 읽어 시감에 악센트를 주고 시 전체에 기복과 변화를 줄 것인가는 전적으로 낭송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 운율은 시 자체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지만 고저, 강약 같은 것은 낭송자가 시 내용에 따라 그 감정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4. 낱말에 정감을 묻혀라
시는 웅변처럼 읽거나 자장가처럼 읽어야 할 때도 있다. 웅변은 웅변처럼 자장가는 자장가처럼 읽어야 한다.(시어에는 표정이 있다.)
5. 시를 몸으로 읽어라
시낭송을 들어보면 자신 없는 목소리의 낭송이 더러 있다. 시를 목소리로만 읽기 때문이다. 몸으로 읽어야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 있는 낭송이라야 신뢰가 간다. 몸으로 읽는 목소리와 입으로만 읽는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훌륭한 시낭송을 보면 낭송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도 전신에서 소리가 나오는 느낌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를 몸으로 읽자면 낭송하기 전에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6. 호흡 조절
시낭송의 발성을 정확하게 하고 감정의 기복에 음영을 주고 리듬을 절도 있게 살리는 것이 호흡이다. 시의 내용에 따라서는 일률적인 속도의 호흡만으로는 안 된다. 숨을 끊어 쉬어야 할 때도 있고 숨을 몰아쉬어야 할 때도 있다. 여러 행을 연달아 읽어 내려가고 싶을 때는 숨을 미리 깊이 들이마셨다가 길게 토해야 한다. 어떤 감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고조되고 있을 때 중간에서 쉬어버리면 그 감정이 갑자기 시들어버리고 만다. 한 행이라고 반드시 한 호흡으로 연결할 필요가 없고 행이 바뀐다고 반드시 호흡을 새로 가다듬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호흡과 별개로 행을 충실히 구분하여 지키는 연습도 필요하다.
7. 연음, 여음, 토음
시낭송자들은 대개의 경우 시구와 시구, 시행과 시행 사이를 똑똑 끊어 읽는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연음으로 연결해 읽을 줄도 알아야 한다. 연음은 앞 낱말의 마지막 음을 길게 뽑아 그 음을 입 안에 가진 채 뒤의 낱말과 연결하는 것이다. ‘ㄴ’과 ‘ㄹ’ 받침의 낱말에서 연음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여음이란 한 행의 끝에서 마지막 낱말의 음을 단음으로 딱 끊지않고 길게 여운을 살렸다가 다음 행으로 넘어가는 것을 말한다. 연음과 다른 점은, 여음은 여운이 잦아져서 소리가 끝났다가 새로 시작되는 것이고, 연음은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종래의 시낭송자들은 시행이 한 문장으로서 끝날 때나 한 연이 끝날 때, 가령 ‘했다’를 ‘했다~’로 무조건 길게 뽑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었으나 요즘은 그 악습이 많이 사라졌다. 여음은 이와는 달리 그냥 길게 뽑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뽑으면서 여운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구를 연음으로 읽거나 모든 행을 여음으로 읽어버리면 금방 식상해져 버린다. 필요에 따라 끊을 곳은 명확하게 끊어주는 것이 좋다. 토음은 미리 숨을 들이쉬어 소리를 입 안에 잠시 머금고 있다가 숨을 뱉으면서 소리를 함께 발성하는 것이다. 시를 낭송할 때 첫 낱말부터 강한 색채를 주고 싶을 때 그냥 힘주어 발음하는 것보다는 소리를 토하면 폭발음의 인상을 준다. 그리고 행과 행을 옮겨 갈 때도 경우에 따라서는 한 행의 끝에서 숨을 쉬지말고 멈추고 있다가 그대로 다음 행의 첫 마디에서 토하면 전혀 다른 어감이 만들어진다.
8. 첫 행을 잘 읽어라
낭송가가 시를 낭송할 때, 첫 행을 들어 보면 대개 더 듣지 않아도 금방 그 낭송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의 노래는 첫 소절만 들어도 ‘아아’하고 감탄사가 나온다. 시낭송도 마찬가지다. 시낭송의 첫 행은 그 음조가 다음의 전 시행을 지배한다. 첫 행의 톤에 나머지가 따라가게 된다. 시감의 정조까지도 첫 행의 색채에 물든다. 첫 행뿐 아니라, 첫 낱말 하나도 그 발성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낭송가들은 무슨 시든 첫 행은 나직이 읽기 시작한다. 군가같이 씩씩하게 부르는 노래가 있고 연가같이 달콤하게 부르는 노래가 있듯이 소리를 낼 때 단단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작하는 것이 있다. 시낭송에서도 첫 행을 조용히 읽어야 할 시가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격정적으로 읽어야 할 시가 있다. 첫 마디를 피아니시모(악보에서, 매우 여리게 연주하라는 말)로 시작해야 할 시가 있는가 하면 첫 음절을 포르테(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말)로 시작해야 할 시도 있다. 첫 행, 첫 구절을 도식적으로 읽지 말라는 말이다. 한 편의 시를 읽기 시작할 때 맨 첫 줄을 수십 번 되풀이 읽어 강약, 고저의 톤과 템포를 잘 잡아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든 맨 첫 마디는 발성이 가장 명료해야 한다. 듣는 사람은 낭송자의 맨 첫 마디에 신경을 집중시키느라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낱말을 놓쳐버리기 쉽다. 연극에서도 배우의 첫 대사는 잘 안 들어오는 법이다. 시낭송을 자연스럽게 한다고 첫 낱말을 예사로 읽기 쉬우나 각별히 유념해서 읽을 일이다. 첫 낱말을 의도적으로 글자 한 자 한 자를 분절발성을 하여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첫 마디를 놓쳐버리면 다음 어구들은 연결이 되지 않아 뜻을 읽어버리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 시에 흥미를 잃게 된다.
연습 시)
*청산도/박두진 -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목마와 숙녀/박인환 -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길/김기림 - 나의 소년 시절은/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행복/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우화의 강/마종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사모/조지훈 -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꽃과 침묵/정채봉 -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만족하되/민들레꽃을 부러워하지도/닮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겨울행/이근배 -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나는 정처 없다
*치자꽃 설화/박규리 -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인연서설/문병란 -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그 누가 묻거든/김경훈 - 외로운 사람아/그 누가 너의 이름을 묻거든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혼/김소월 -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님의 침묵/한용운 - 님은 갔습니다/아아~~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사평역에서/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논개/번영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한 잎의 여자/오규원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별 헤는 밤/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백년/문태준 -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쓸쓸히 술을 마셨네
*자화상/서정주 -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손을 베다/천양희 - 세상에는 베이는 일이 많다/풀도 잘못 잡으면 손을 벤다
*귀천/천상병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사랑 그대로의 사람/유영석 -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산양/이건청 - 아버지 등 뒤에 벼랑이 보인다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장시하 - 추색의 주조음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모두가 사랑이더라
*풀/김수영 -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나룻배와 행인/한용운 - 나는 나룻배/당신은 행인
*꽃/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광야/이육사 -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너에게 묻는다/안도현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묵화/김종삼 -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승무/조지훈 -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뼈저린 꿈에서만/전봉건 - 그리라하면 그리겠습니다/개울물에 어리는 풀 포기 하나
*별까지는 가야한다/이기철 -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한다
*바람춤/신석초 -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 여러했건만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국화 옆에서/서정주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
*봉선화/김상옥 -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문은희 -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백 이라면/그 중 하나는
*낙화/이형기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설야/김광균 -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가시/정호승 -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쉬/문인수 -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수선화에게/정호승 -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리운 이에게/나해철 - 사랑한다고 말할 걸/오랜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도
*육탁/배한봉 -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두꺼비/박성우 -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불주사/이정록 -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불전도 없다
*그리운 나무/정희성 -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울음이 타는 가을 강/박재삼 -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가을의 기도/김현승 -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
*원시/오세영 -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자화상/유안진 - 한생을 살다보니/나는 나는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백치 슬픔/신달자 - 사랑하면서 슬픔을 배웠다/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이기철 -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물이 되어/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섬진강/김용택 -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가난한 사랑노래/신경림 - 가난하다고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정동진/정호승 -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안도현 -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나 자전거가 되리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즐거운 편지/황동규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맨발/문태준 -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내레이션처럼)
*어느 대나무의 고백/복효근 -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9. 시낭송의 속도
시낭송을 하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는 것인 줄로 알고 있다. 낭송에서 시와 산문을 구별하는 것은 천천히 읽느냐 빨리 읽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라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 시나 천천히 읽을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시를 천천히 읽는 이유는 첫째, 시어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요, 둘째, 시의 리듬감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다. 시낭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다. 시를 전문적으로 낭송하는 사람이라도 낭송을 연습하기 시작할 때는 시어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발음하고 시어와 시구와 시행의 사이를 확실하게 띄어가면서 아주 천천히 읽는 것이 좋다. 그것이 어느 정도 숙달되면 그때부터는 속도를 내고 그래서 입과 턱의 움직임을 완전히 자동화시키고 나면 아무리 빠른 템포라도 시어나 리듬의 전달이 분명해지게 된다. 시를 너무 천천히 낭송하기만 하면 대체적으로 시에 생기가 떨어지고 박력이 없고 느슨해진다. 그리고 너무 시낭송을 의식하는 것 같아 부자연스럽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낭송의 완급으로 시감을 조절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를 자연스럽게 읽자면 자연스러운 템포가 좋다. 언어 감각은 시대에 따라 자꾸 달라진다. 언어 감각의 템포는 몸의 행동 감각의 템포를 따라간다. 걸음이 빨라지면 말도 빠르다. 오늘날은 속도의 시대다. 시만 유독 이 속도에 뒤처져 어슬렁거릴 이유가 없다.
10. 시낭송의 동작
시낭송을 할 때는 온몸으로 시를 읽으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낭송에 무슨 동작을 꼭 섞으란 말은 아니다. 시낭송을 하면서 가끔 손짓을 하거나 왔다 갔다 걸으면서 읽는 사람들을 본다. 시 내용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손이나 몸으로 가벼운 동작을 하는 것은 시의 감흥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흥에 겨워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여지는 동작이어야지 조금이라도 꾸민 동작이어서는 안 된다. 감정이 몸을 움직여야지 몸이 먼저 움직여서는 억지스럽다. 격정적인 목소리로 시를 읽으면서 몸에서는 아무 격정이 나타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장된 아무 격정이 나타나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그러나 그것이 과장된 것이거나 부자연스럽거나 할 때는 혐오감을 준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동작은 시의 감정 표현에 방해가 된다. 발성을 하면 신체 기관이 따라 움직여 그 발성이 감정을 띠게 되는 것인데 신체 기관이 쓸데없이 움직여 버리면 발성의 감정은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걸으면서 시를 낭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두 발짝 살짝 걸음을 옮기는 것은 시의 분위기 변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낭송자가 계속 움직이면, 이 경우도 발성 기관이 충분히 정확한 발음과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 볼 때 낭송자의 운동이 주의를 산만하게 하여 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연극에서도 배우가 자꾸 움직이면서 대사를 하면 대사의 발성이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대사에서는 배우가 움직이고 있다가도 반드시 멈춘다. 무대에서 시를 낭송하는 경우 낭송자가 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느라고 핸드마이크나 무선 마이크나 핀 마이크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시는 시구 하나하나가 아주 세심한 것이고 시 감정은 마디마디가 아주 섬세한 것이다. 이런 민감한 시를 정확하게 전달하자면 낭송자는 가능한 한 스탠드 마이크 앞에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그 정립이 딱딱한 직립이어서는 안 된다. 되도록 완전한 발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자세라야 한다. 괴테의 소설 『친화력』에는 루치아네가 담시를 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는 낭송을 할 때 몸짓을 곁들이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듣는 이로 하여금 원래 서사적이거나 서정적인 것을 어쭙잖게 극적인 것과 연결시키려 했는데 그것은 연결을 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11. 자신이 먼저 감동하라
시낭송은 감동이다. 백 가지 이론이 소용없다. 시낭송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한 마디로 말해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얼마만큼 주느냐에 달렸다. 시낭송은 감동을 주기 위해 읽는 것이고 감동을 받기 위해 듣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감동을 줄 것인가.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떻게든지 남을 감동시켰으면 성공한 낭송이다. 반대로 아무리 미성이나 기교로 분장을 했더라도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면 그 낭송은 실패한 것이다. 시낭송으로 남을 감동시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부터 그 시에 감동해야 한다. 스스로 아무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시를 가지고 남을 감동시킬 수는 도저히 없다. 자신 속에 감동의 몸부림이 없이는 결코 남을 감동시킬 표현이 전달되지 않는다. 추상미술의 개척자인 카딘스키는 예술가와 관객 사이에는 예술가의 감동 → 감각 → 예술작품 → 관객의 감각 → 감동의 전달 과정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시낭송도 마찬가지다. 시낭송자의 감동 → 시낭송자의 감각 → 시낭송 → 관객의 감각 → 관객의 감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감동판을 길들일 것인가. 감동에 대한 감각이 발달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감동이란 어떤 것인지, 어떤 요인이 남을 감동시키는 것인지, 이에 대한 직감적인 감각 없이는 남을 감동시킬 기교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예술감각이다. 예술가로서의 근본적인 자질 없이는 훌륭한 시낭송가가 되기 어렵다.
12. 개성 있게 낭송하라
시낭송 전문가들이 낭송하는 것을 들으면 대개 음조나 어조가 엇비슷하다. 천편일률적이라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이것이 지금까지 시낭송의 큰 병폐로 지적되어 오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경연을 통한 시낭송 운동의 한 부정적 측면이기도 하다. 시낭송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낭송을 어디서 배우는가. 대부분 경연대회 자체에서 배운다.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면서 배운다. 상을 타기 위해 그 패턴을 따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배우는 사람도 낭송이 비슷해진다. 이것이 대를 잇는다. 시낭송은 이런 식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시낭송의 틀을 깨야 한다. 시낭송에는 어떤 격식이나 패턴이 있다는 생각부터 없애야 한다. 시는 얼마든지 전혀 다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럴수록 좋은 것이다. 시를 개성적으로 읽자면 무엇보다도 그 시에 대한 자신의 느낌이 개성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시라도 고저, 강약 등이 남과 같은 음부여서는 안 되고 리듬이 남의 장단을 따라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시를 자기 나름으로 분석하여 자기 나름의 감정을 실어야 한다. 자기만의 감성의 낭송이 아니고는 호소력을 기대할 수 없다. 시낭송에는 수십 가지의 방법이 있다는 인식과 그 수십 가지의 낭송법 중 자기 것을 스스로 찾아낼 줄 아는 안목 없이는 개성 있는 낭송의 능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럴 능력이 없으면 결국 남의 흉내밖에 못 내는 것이다. 자기류로 읽으라. 그럴 자신이 없으니까 남의 유로 밖에 못 읽는 것이다.
13. 낭송을 위한 낭송을 하지 마라
시를 낭송하면서 관객에게 “지금부터 나는 시를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에헴” 하는 태도로 시를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낭송이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낭송을 위한 낭송이다. 많은 낭송자는 시를 시로 읽지 않고 낭송으로 읽는다. 낭송만 있지 정작 시는 없다. 낭송의 정장을 하고 낭송의 정좌를 해서 낭송의 격식에 따라 낭송의 목소리로 시를 낭송한다. 격식이 앞서고 시는 뒷전이다. 시적 감흥이 먼저 일어나서 이 감흥에 밀려 시가 절로 낭송되는 것이 아니라 낭송이 먼저고 감흥은 저만치 뒤에 처진다. 시를 형식적으로 읽고 있고 형식에 구애되어 읽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듣는 사람에게는 낭송만 들리지 시가 들리지 않는다. 흔히 시낭송자들은 시를 너무 의식적으로 시같이 읽으려고 한다. 시를 일부로 시같이 읽으려고 하다 보면 시의 양식에 구애되어 낭송도 양식적인 것이 된다. 낭송자가 시를 의식하여 이것은 시니까 시는 이렇게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마치 시범이라도 보일 듯이 읽으면 시는 달아난다. 아무 호소력도 설득력도 감동도 없다. 공연히 목소리만 공중에서 겨울 바람처럼 공전한다. 그러니 읽고 있는 것은 아무 시도 아닌 것이다.
14. 자연스럽게 읽어라
시낭송은 아주 자연스러워야 한다. 시를 의식적으로 시같이 읽으려고 하다보면 벌써 이상한 음조의 발성이 나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시낭송자에게서 가장 듣기 싫고 메스꺼운 것이 이상한 ‘조’를 빼면서 읽는 것이다. 시낭송이 자연스럽자면 우선 목소리가 가성이서는 안 된다. 가성에 진정이 실릴 리 없다. 꾸며진 목소리는 감정을 꾸민 것이다. 발성의 자연서러움은 사실 여간한 훈련을 쌓은 결과가 아니면 안 된다. 보통 남과 대화하듯이 말하는 것이 반드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연극에서 연기를 배울 때 배우에게 가장 어려운 동작이 무대에서의 걸음걸이이다. 무대에서 배우가 자연스럽게 걷는 것은 오랜 수련의 결과다. 말하자면 자연스럽게 걷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 아무 연기를 안 하고 그냥 길거리에서처럼 걷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걷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시낭송에서의 자연스러움도 아무 연기 없는 자연스러움이서는 오히려 아무 실감이 없다. 자연스러운 발성을 연기한 자연스러움이라야 연극적인 효과가 있다. 일부러 연기하는 걸음걸이라 하여 배우의 걸음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듯이, 아무리 연기한 목소리라도 그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때 그 시낭송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15. 시를 심각하게 읽지 마라
시는 엄숙하기만 하고 심각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시낭송자들은 대개 무슨 시든 시를 엄숙하게 읽고 심각하게 읽는다. 시낭송의 무대에 세우면 표정들이 굳어져 있다. 시는 거룩한 것이라는 선입관 같은 것이 낭송자들에게 있다. 게다가 긴장감이 더해져서 표정마저 딱딱해진다. 그러다 보니 듣는 사람들도 대개 엄숙한 얼굴들이 된다. 그래서 시낭송회는 무겁고 거룩하기만 한 마당이다. 얼굴은 발성을 돕고 몸은 감정 표현을 돕는다. 얼굴이 굳어지면 음성의 발성기관들이 함께 경직되어 소리의 자유스러운 표현을 방해한다. 그리고 몸도 따라 굳어져 몸으로 읽어야 하는 감정 표현에 지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 낭송자의 딱딱한 표정은 관객들을 굳어지게 만든다. 시낭송은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편안한 낭송이라야 하고, 또 그러자면 편안한 표정이라야 한다. 시는 엄숙 대신 기품 있게, 심각 대신 품격 있게 읽을 일이다.
16. 시낭송자는 시인의 대변인이 아니다.
시낭송자는 시 속에 있는 시인의 감정을 얼마만큼 대신 표출시킬 수 있는 것일까. 시인들이 자작시를 낭독하는 것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시의 감정을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다. 시인으로서는 문자로 표현한 시로 족한 것이지 새삼스럽게 그것을 소리로 다시 표현하는 것은 시인의 영역도 아니거니와 부질없는 일이다. 그래서 시낭송가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시낭송자는 시인의 대역일 뿐인가. 이에 대해서는 시인 쪽의 대답이 있다. 지난 1991년에 영화배우 윤정희 씨가 서정주 시인의 첫 시집 <화사집>의 시 전편을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연주의 배경음악과 함께 낭송해 민음사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한 일이 있다. 이 낭송을 녹음하는 자리에 동석했던 필자는 이 시집에 실린 시들에 대해 시인이 직접 해설하는 것을 경청할 행운을 얻었다. 이때 미당은 이런 말을 했다. “시를 낭송하면서 그 시를 쓴 시인의 감정을 대변하려고 하지 말고 낭송하는 사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십시오.” 바로 이것이 시를 낭송하는 모든 사람에게 명징한 지침이 될 수 있다. 시낭송자는 시의 재발견자이므로 굳이 시인의 감정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음악에서 명연주자일수록 작곡자의 의도를 끈질기게 천착하듯이 시낭송자도 일단 시인의 의도부터 충분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17. 원시에 얼마만큼 충실할 것인가
시낭송에서 낭송자는 그 시의 시어를 한마디도 바꾸지 못한다. 시는 한 자라도 고치면 그 시인의 시가 아니게 된다. 그러나 호흡은 낭송자의 것이다. 시인은 시에서 행바꿈을 하거나 구두점을 찍거나 연과 연 사이를 띄움으로써 시의 리듬을 어느 정도 지시하기는 한다. 원칙적으로는 행을 바꿀 때 호흡도 바뀌어야 하고, 구두점에서는 쉬어야 하고, 연이 달라지면 충분한 간격을 두어야 한다. 이런 것이 시 전체의 리듬을 지배한다.
18. 시를 어떻게 외우는가
시낭송자는 시를 어떻게 암기할 것인가. 시낭송을 위한 시의 암기는 절대로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낭독을 되풀이하면 그 시를 입이 기억하고 턱이 기억한다. 낭송자가 일일이 시를 외우고 있지 않아도 턱놀림에 따라 입이 저절로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시의 암기는 시의 뜻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시의 리듬으로 외우는 것이다. 시를 외울 때 처음에는 낱말 하나하나를 읽어 외워 가지만 되풀이 되풀이 읽음으로써 그 시의 음률이 저절로 외워지게 되고, 그래서 결국은 시구의 뜻보다는 그 음률로 시를 암송하게 된다. 리듬은 기억력이 좋다.
19. 녹음으로 연습하라
자기가 육성으로 듣는 자기 목소리는 자기를 속인다. 자기에게 들리는 자기 목소리는 남이 듣는 자기 목소리와 다르다. 사람들은 이것을 잊고 있다. 시낭송을 연습할 때는 반드시 자기 낭송을 녹음해 자꾸 들어보아야 한다. 녹음을 들어 보면 발성은 물론이고 완급의 템포나 휴지의 박자 같은 것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 낭송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어구 하나하나를 분명하게 발음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안 들리는 어휘들이 많다. 이런 것을 녹음된 목소리가 지적해 준다.
20. 시낭송과 배경음악
시낭송을 녹음한 테이프나 CD를 들으면 대개 배경 음악이 들어 있다. 방송에서 시를 낭송할 때도 반드시 음악을 반주시킨다. 그래서인지 시를 낭송하는데는 음악이 필수적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다. 시낭송의 배경 음악은 그 시의 분위기를 북돋워 주고 그 시의 시정을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 낭송자의 목소리를 배경 음악이 상승시켜 그 표현이 한층 선명하고 강렬한 것이 되게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시낭송에서의 배경 음악이 하나의 화장술이어서는 안 된다. 서투른 낭송을 분칠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수가 많다. 이럴 때는 시를 낭송자가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낭송하는 것이다. 시의 음악성을 낭송으로 살려야 하는데 음악이 대신 살리는 것이 된다. 시낭송에서 음악은 때때로 오히려 낭송을 방해하기도 한다. 고조된 음량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미약한 볼륨이라도 음악은 시어의 정확한 전달에 지장을 준다. 소리가 소리를 죽여서만이 아니라 청중의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배경 음악은 이미 작곡된 명곡 중에서 한 부분을 차용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드물게는 시에 맞추어 작곡되기도 한다. 이런 곡들이 그 시의 시감이나 시흥에 완벽하게 합치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섣부른 음악은 시를 오히려 왜곡시키고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배경 음악의 효과를 어느 정도 수긍은 하더라도 엄밀히 말하자면 완전한 시낭송에는 음악이 부수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만큼 시낭송이 자체로서 순수해야 한다. 시낭송 자체가 음악인데 또 음악을 보태는 것은 부질없는 덧칠이다. 박자와 키를 맞추어 주는 노래의 반주와는 다르다.
21. 시낭송의 여러 형태
1) 합송과 윤송
2) 집시와 조시
3) 시낭송 공연
4) 시극
[3] 기본을 충실히 하는 대회 준비
요즘은 시낭송 대회를 가보면 모든 분이 도토리 키재기처럼 실력이 비등비등하다. 시낭송이 보편화하다 보니, 누구나 시 한 편쯤 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모임에서 노래 한 곡이 없으면 안 되던 때처럼 이제 웬만한 모임이면 시 한 편 읊는 곳이 많아졌다. 회갑연이나 결혼식 또는 아침 조회나 회사 세미나 등에서도 시낭송하고 있다. 즉 축하하는 자리마다 시낭송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낭송이 보편화하다 보니, 실력 또한 향상될 수밖에 없다. 대회 참석자들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말이다. 시낭송의 초창기에는 대회 입상자들이 성우 출신이거나 웅변가 또는 동화구연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인들은 시낭송은 특정한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하였으나 요즘은 누구나 시를 낭송하는 시대가 되었다. 마치 노래와 같다. 노래는 가수가 잘한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으나 노래방 기기가 보급되고부터는 일반인들이 가수보다 더 잘 부르고 있다.
- 시낭송은 활자로 보는 시를 소리로 전달하는 것이다. 즉 시를 이해하도록 들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므로 일정한 룰이 있다. 활자로 보는 것보다 소리로 전달함으로써 좀 더 시인의 감정을 더 리얼하게 전해 줄 수 있는데 이때 감동을 주어야 그 효과가 크다. 만약 낭송자가 시를 발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흐린 활자를 보는 것과 같다.
- 시는 행과 연이 중요하다. 행과 연을 무시해버리면 산문을 읽는 것과 같다. 시는 운율이 있으므로 리듬이 있는 노래와 같다. 행을 붙여 읽으면 시가 아니다. 행 속에는 중심 시어가 있다. 시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가 있다. 그 언어를 찾아야 한다. 연에서는 중심 행을 찾아야 한다.
- 개작은 절대 안 된다. 시인은 글자 한 자 때문에 밤을 지새운다. 원시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
- 시를 청자가 들리도록 하자면 발음이 가장 중요하다. 발음이 또록또록하여야 한다. 만약 낭송자가 발음이 명확하지 않으면 흐린 활자를 보는 것과 같다.
- 시를 빨리 읽을 경우 청자가 이해할 여유가 없어진다. 자막처리를 해야 한다. 혹 사투리가 심한 사람은 피나는 노력으로 사투리를 고쳐야 한다.
- 시낭송을 명확하게 한다고 단어를 띄엄띄엄 또박또박 읽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방법은 시는 안 들리고 단어만 들리게 된다. 연음과 여음처리가 잘 되어야 한다.
- 시는 자신에게 맞는 시를 고를 줄 알아야 한다. 나하고 맞는가? 낭송하기 좋은 시와 보기만 좋은 시가 따로 있다.
- 시는 원문에 충실해야 하므로 시인이 발행한 시집에서 발췌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서 발췌할 경우 행과 연이 맞지 않는다.
- 남이 아직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가 좋다. 한 대회에 같은 시가 3편 이상 나오면 이미 그 시 자체로 경쟁이 되고 비교가 된다.
- 행수가 너무 길지 않는 것이 좋다. 심사자는 단 몇 줄로 낭송가를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긴 시를 나는 소화할 수 있다는 오기를 부리지 마라.
- 내 몸화 되어 있지 않은 몸짓은 하지 마라. 연습한 몸짓은 안 하는 것이 좋다.
- 흥분하지 마라. 목소리가 커지면 생경스럽게 들린다. 개그맨이 자신이 먼저 웃는 것과 같다.
- 대회는 단 한 번의 기회다. 충분한 연습을 하고 임해라. 긴장 때문에 대부분 떨어진다.
- 마이크 쓰는 법을 익혀라. 마이크를 쓰는 방법을 모르면 초보자 느낌을 받는다.
- 대회는 첫 인상이 중요하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내려올 때까지가 전부 점수에 영향을 받는다. 마이크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인사를 하고 바로 낭송에 돌입하거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급하게 무대를 내려오거나 입을 샐쭉하는 것 모두가 점수와 연결된다.
- 복장을 정중하게 갖추어라. 옷은 예의다. 시낭송은 고급문화이다. 분위기에 알맞은 복장을 갖추어라.
- 첫소리부터 크면 낯설어진다. 정감이 가게 해야 한다.
- 호소력과 전달력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 마지막에는 여운을 느끼게 해야 한다. 심사위원은 마지막에 점수를 쓴다.
- 시인의 이름은 또록또록하게 하자. 고유명사는 글자대로 읽는다. 박 목 월(○) 방모글(×)
- 가사를 읊거나 행진곡이나 가곡, 웅변, 동화 구연을 하듯이 하지 마라. 시의 품위는 따로 있다.
- 시낭송하는 동안의 2~3분은 낭송자의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임해라. 여유는 청자에게 기대를 하게 한다.
- 대회를 치르고 나면 모두 나름 점수를 매기고 입상자를 점쳐둔다. 그러나 그 추측은 대부분 빗나간다. 보통 사람들은 낭송자의 목소리나 음색을 보고 점을 치지만 심사자는 그렇지 않다.
- 대회의 점수는 보통
시의 이해와 표현 30점. 암기 20점. 태도 20점. 발음 20점. 반응 10점 정도로 되어 있는데
시의 이해는 바로, 띄어 읽기, 행과 연, 고저장단, 등이 충실히 지키는 것이다. 시를 외우기 전에 시의 맛을 알고 그 시인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
- 기본에 충실하자. 원고 제목, 시인, 본문, 행과 연.
- 칭찬해 주는 것에 조심해라. 못 하는데 잘한다고 하면 정말 그런 줄 아는 사람은 우둔한 사람이다. 자신의 실력을 가늠할 줄 아는 자가 이긴다. 자주 녹음을 해보고 자기의 약점을 찾아내어야 한다.
- 자주 대회에 나가 채점을 당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실력을 바로 알지 못하고 남의 입상을 시기해서는 안 된다. 본인 스스로 잘한다고 만족해하는 사람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
- 체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론을 알고 있다고 실전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황봉학 <시인, 시낭송 교육자>
행복 - 제목은 감정을 넣지 않는다.
유치환 - 고유명사는 글자대로 읽는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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