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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찻사발의 아름다움
글쓴이 / 전 국립충주대교수
대한민국신지식인
박 윤 일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6년 04월 27일(수)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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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경시민신문 | 문경찻사발 축제가 우리나라 축제 중의 축제, 전국 최우수축제로 지정되어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그런데 축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투박한 찻사발의 예술적 가치’는 무엇일까.
필자는 찻사발을 접하면서 학이나 구름무늬, 꽃과 새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청자나 청화백자도 아닌 투박한 조선찻사발이 오늘날 왜 도자기계에 주목을 받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대사관에서 개최하는 차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차회를 주관하는 한 미모의 일본다도선생이 투박한 조선 막사발을 너무나 소중하게 다루며 차를 우려 접대하는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가 설명하는 조선찻사발에는 그러한 대접을 받고도 남을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조선찻사발은 외적인 아름다움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다완을 사람의 옷으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백자는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색동저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도를 하는 스님들이나 어른들은 색동저고리와 같은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잘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조선다완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청자나 청화백자는 화려한 봄이나 여름으로 비유할 수 있으며 조선찻잔은 낙엽지고 쓸쓸한 가을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4계절 중 어느 계절이 가장 성숙한 계절이냐고 물으면 누구나가 가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니까 다도(茶道)를 함에 있어서도 외형적으로 화려한 청자나 청화백자보다도 비록 거칠고 소박하게 보이는 조선다완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신수양 내지는 상대방에 대한 하심(下心)을 나타내며 접대를 하는 다도는 소박한 조선다완이 더 격조가 있고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도(道)를 닦는 사람이나 덕망이 높은 사람은 결코 세인들처럼 화려한 옷을 입거나 화려한 그릇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도(道)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세인들이나 사치스럽고 화려한 것들을 찾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비록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살았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성철스님이 세인들처럼 사치스러운 것이나 화려한 것을 좋아하였다면 과연 그토록 사후에까지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을까. 그러니까 청자처럼 화려하고 기교적인 미(美)는 세인들의 아름다움이고 자연스럽고 소박한 아름다움은 도(道)와 가까운 성숙된 미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일본천하를 통일한 또요또미 히데요시도 처음에는 화려한 황금차실에서 황금찻잔으로 차를 마셨다. 일본 교또에 금으로 지은 차실인 금각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뒤늦게 자신의 다도스승이자 일본정신계의 왕으로 추앙되는 센노리큐로부터 그러한 다도방식이 올바른 다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소박한 조선찻잔으로 차를 마시다가 조용히 여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다도는 단순한 차 마시기가 아닌 자기수양 내지는 접대이기 때문에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화려한 황금찻잔으로 다도를 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투박한 조선찻잔은 상류층 일본차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고 마침내 황금보다도 더 귀한 보물, 즉 일본의 국보로까지 떠받들여지게 된 것이다.
일본다도선생들은 다도를 함에 있어서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찻사발을 능가하는 찻잔은 이 세상에 없다고 격찬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의 국립박물관장은 동경에서 열린 조선다완전 기조강연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일본인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감동을 주고 경건한 신앙의 대상으로 떠오른 물건 가운데 조선의 찻사발과 같은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찻잔이 화려한 일본의 황금찻잔을 이긴 것이며, 일본다도정신의 핵심인 와비사비의 미(美), 즉 쓸쓸한 아름다움을 지닌 찻잔으로 일본도자기계에서 황제적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조선찻잔은 청자 등과 같이 누구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아 가식적이거나 기교적이지 않다. 무심무작(無心無作)의 아름다움, 아름다움이나 추함을 넘어선 예술성을 간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조선다완에는 예술적 가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예술에서의 진실미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나 예술에서 최고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자기 전문가의 의견이다.
소박한 조선찻사발에는 바로 내면적 예술미의 핵심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조선찻사발을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곳이 문경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문경시민들은 문경찻사발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깨닫고 축제 등을 통해 이를 널리널리 홍보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문경이 세계적인 차도자기의 메커가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자기 지역의 진정한 진주를 깨닫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진주를 찾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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