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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영산 월방산 6 - 너럭바위 이야기②
글쓴이 / 지정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5년 12월 26일(토)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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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경시민신문 | 오늘은 서울에 주재하는 용진관광 홍보대사인 대현(大賢) 박상분 씨와 월방산을 탐방하기로 하고 봉구와 함께 산길을 나섰다. 봉구는 생후 5개월된 봉천사 새내기 개이다.
|  | | ⓒ 문경시민신문 | | 지난 여름 사진으로 보여준 월방산 바위 돌들이 인상적이라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전에 먼저 답사를 해보고 싶다는 박상분 씨의 제안을 받았다. 서로 바쁜 일정들이지만 지난 가을부터 날짜를 조정하다가 이번 12월 초로 합의를 했다. 그녀는 토요일 오후에 서울에서 내려와 하루를 묵고 일요일 오전부터 함께 산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월방산은 산행이랄 것도 없을 만큼 야산으로서 정상까지 왕복하는데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오늘의 답사는 단순한 산행이나 등산이 아니라 명소개발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견학용 산행이다.
|  | | ⓒ 문경시민신문 | | 새벽 예불을 마치고 방에 들어와 좌선을 하고 있는데 바깥에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일출광경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개가 짖을 때가 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마당 앞에 있는 너럭바위 위의 소나무 사이로 벌건 태양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박상분씨의 탄성과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사진작가들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일상적으로 보는 일출이지만 겨울아침에 맞이하는 일출광경은 다른 계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해 뜨는 위치가 여름에는 동북쪽에서 올라오다가 겨울이 깊어갈수록 동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다가 동지가 가까워지면 정동쪽에서 솟아오르는데 공기도 깨끗하고 소나무도 선명해서 일출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10여 년 전 제주도 남국선원에서 참선할 때는 선방에서 정진하며 앉은 채로 서귀포 앞바다의 일출장면을 보았다. 일출광경을 좋아해서인지 예천 장안사에 있을 때는 처음으로 해맞이 행사를 공식적으로 거창하게 실시하였다. 회룡포가 내려다 보이는 산 능성이에서 600여 명의 인파가 모여 예천군 지보면 마산리 쪽으로 눈을 돌리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었다. 그 모습이 마치 멀리 떠난 님이 곧 사립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대기하고 기다리듯 모두가 그렇게 목을 빼고 지켜보던 광경이 생각난다. 작년에 봉천사에 와서 처음 해맞이 행사를 하였는데 100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와서 떡국도 먹고 화톳불을 쬐면서 일출을 맞이하였다. 주차장 시설과 도로사정 때문에 제한된 사람들만 왔지만, 그 어느 곳의 해맞이보다 가슴에 남는 행사였다는 후문을 들었다.
경주 석굴암 해맞이도 좋고 용궁 회룡포 해맞이도 좋으나 호계면 봉천사의 해맞이도 그에 못지않는 아름다움과 메시지가 담겨있다.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봉천사 해맞이가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세상에서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될 수도 있고, 정토(淨土)에서 바라보는 사바세계의 염원일 수도 있고, 겨레의 평안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의 일심단합일 수도 있다. 다양한 가슴들이 다양한 꿈을 꾸면서 일상의 해를 비(非) 일상의 해로 받드는 축제의 장이요 기원의 장이 바로 봉천사 해맞이 광경이다. 다가오는 병신년 1월 1일 새해일출도 여러 사람이 모여 또 다른 꿈을 노래하며 춤추는 축제의 장이었으면 한다.
|  | | ↑↑ 동구밖 소나무 | ⓒ 문경시민신문 | | 아침을 먹고 나서 봉구를 데리고 박상분 대사와 함께 정자바위와 두꺼비바위를 거쳐서 산신바위 옆을 지나 정상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하늘 샘에 들러 희뿌연 용천수를 보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간밤에 멧돼지들이 다녀간 흔적들이 낭자하다. 진흙 뻘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니 한 떼의 짐승들이 한바탕 진흙목욕을 하고 간 모양이다. 행여 좁은 하늘 샘에 거꾸로 쳐박혀 죽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다가 괜한 걱정을 한다싶어 웃음이 난다. 누구는 잡지못해 안달이고 누구는 익사할까 걱정을 하니 웃음이 나올만도 하다. 나뭇잎이 떨어진 산능성이에서 바라보는 사방의 전경은 여름과는 완전 딴판이다. 오정산, 천주산, 운달산, 학가산, 비봉산, 비룡산, 금오산 등이 손에 잡힐 듯 벌거벗은 채로 다가온다.
출발한 지 40여 분이 되기 전에 정상에 도달했다. 사방을 한 번 둘러보고 오늘은 봉정1리 굴골 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방향을 잡았다. 정상에서는 탑골, 굴골, 서중, 자실 어디로든 내려갈 수 있다. 올레길 코스를 찾기 위해서 월방산을 답사한 횟수가 60회 이상된다. 어느 정도의 지형과 지물은 파악이 되었지만, 그것도 예상하는 범위의 삼분의 일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까지 봉정1리 굴골 뒤편과 월방산 정상, 봉천사 사이와 주변에서 너럭바위 250여 개를 발굴했다. 정상에서 내려가면 20분 거리이고, 봉천사에서도 도보로 20분정도 소요되며 거리는 1.3km정도 된다. 짧은 거리 같지만 곡선거리를 연결하면 최소한 5km는 되는 거리이다.
박상분 씨는 관광객을 모집해서 명소나 불교 유적지를 안내하면서 사람들에게 불심을 고취시키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면서 살아가는 불자이다. 그동안 서울을 왕래하면서 ‘명가’라는 옷가게에서 월방산 얘기를 여러 번 했더니 기어이 사전답사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오늘 답사에서 생각만큼 감탄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이상한 돌들이 많이 있구나 하는 정도의 표정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원석(原石)그대로 나무들 사이에 묻혀있어서 그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혼자 해석한다. 괜히 나 혼자서 감탄하고 감동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을 개척하거나 개발할 때는 남다른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대동소이한 감각과 안목을 가지고는 그 이상을 보거나 생각할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성취하려면 남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그것에 몰입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한 경험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남들이 말하는 명작을 만들 수 있고 명곡을 작곡할 수 있고 소위 명사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  | | ↑↑ 범바위 | ⓒ 문경시민신문 | | 나는 요즘 봉서리와 월방산에 산재해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특히 소나무와 바위들을 명품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전심전력하고 있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월방산의 너럭바위들과 깊은 사랑에 빠져있는 나를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 몇해 전 봉화 암자에 머무를 때 마당에 작은 소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하나가 시야를 가리기에 베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로부터 그 나무는 시들시들하면서 잎사귀가 하나둘 말라가는 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마음을 고쳐먹었다. 잔가지만 치고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고 나니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원래의 싱싱한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생명이 있는 것, 없는 것 할 것 없이 모든 존재는 불성(佛性)이 있다」는 열반경의 구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정상에서 10분쯤 내려오니 마치 작은 금강산을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기암괴석이 비록 작지만 용감한 모습으로 솟아있다. 발길을 옮기면서 낙엽에 미끌어져 넘어지기도 했지만 군데군데 너럭바위들이 점잖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볼 때는 환희심이 용솟음친다. 마치 태고 적부터 깔고 앉아있는 자기 땅인 양 바위들은 거드럼을 피우면서 순례자들의 방문을 한껏 반겨주는 것 같다. 어떤 것은 잘 익은 누런 호박처럼 탐스럽고 어떤 돌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먹이는 형상을 한 것도 있다. 어떤 것은 주걱으로 흥부의 뺨을 때리는 놀부 마누라같이 심술굿게 생긴 것이 있는가 하면 주걱에 맞아 도망가는 흥부의 무능력한 모습을 한 것도 있다. 어떤 것은 곰방대를 물고 그 꼴을 못 마땅히 바라보는 놀부의 심술을 드러낸 형태의 돌도 있다. 또 어떤 것은 마음씨 고운 콩쥐의 다소곳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팥쥐의 속모를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형상도 눈에 뛴다. 어쩌면 이 모두가 내면에 새겨진 나의 이미지들이 돌마다 그대로 투영되는 것일 것이다. 잘 가꾸면 문경의 명물이 될 것이고 못되더라도 지역에 손해 끼칠 일은 없을 것 같다. 최소한 소담한 오솔길 하나는 문경시민 들에게 선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너럭바위 길을 구상한다. 좀 더 신경을 쓰고 가꾼다면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국가차원의 명승지로 등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10월에는 박시복 호계면장님과 민준식 개발위원장과 셋이서 월방산 일주를 하면서 나의 구상과 앞으로의 전망을 얘기했다.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스님이 앞장서서 한다면서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씀도 아끼지 않으셨다. 세상 어디에 이토록 완만한 경사지의 참나무 숲에 이토록 아름다운 바윗돌들이 널려있단 말인가? 감탄하는 나를 보고 박상분 대표는 “돌이 다 그렇지요 뭐. 스님께서 너무 돌을 좋아하는 것 아니예요?” 하면서 나의 감동을 무색하게 만든다.
|  | | ↑↑ 하늘샘 | ⓒ 문경시민신문 | | 두 시간이 지나도록 따라오는 봉구는 짖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생후 5개월 된 풍산개 일종으로 지난 10월달 강원도 홍천에 사는 신도 댁에서 데려왔다. 이름을 봉구(鳳狗)라고 지은 것은 봉천사를 잘 지켜라는 의미였다. 도둑도 지키고 짐승들의 채소밭 접근을 막기 위해서 키운다. 그런데 개가 밤에 짖는다고 기도하는 스님이 개입에 테이프를 감고, 고무 통으로 덮어 돌로 눌러두는가 하면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나흘간을 그렇게 하고 나니 개가 벙어리가 되어 짖지 않는다고 한다. 산을 걸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않는다. 개가 하는 일이 짖는 것인데 짖는다고 개를 때리고 가두고 테이프로 붙이고 했으니 개뿐 아니라 나도 말문이 막힌다. 나의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봉구는 벙어리가 된 채로 꼬리롤 흔들며 부지런히 내 주위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따라온다. 너럭바위사진을 60여 장 촬영하면서 산비탈을 내려오다가 백제시대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석실(石室)을 발견하고서 자리에 주저앉았다. 해는 벌써 서산에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고 긴장과 피로가 엄습해왔다.
|  | | ↑↑ 백제고분(추정) | ⓒ 문경시민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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