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5-09 오후 06:20:0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결혼/돌
부고안내
 
뉴스 > 오피니언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문경의 영산 월방산 4편 - 무연지의 사랑
글쓴이 / 지정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5년 10월 16일(금) 15:20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문경시민신문
한반도의 척추격인 백두대간의 줄기는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태백산과 소백산을 거쳐 동로면의 벌재를 지나 황장산, 대미산, 조령산, 이화령, 희양산, 백화산, 속리산으로 흘러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우리고장의 대미산에서 한 가닥이 뻗어나와 운달지맥을 이루는데, 한 줄기는 공덕산을 지나 천주산에서 끝을 맺고, 또 한 줄기는 운달산을 거쳐 월방산을 지나 영순의 천마산에서 마감한다.

ⓒ 문경시민신문
오늘 이야기의 주산은 말할 것도 없이 월방산에서 시작한다. 예로부터 지역의 주산으로 여겨져 온 만큼, 전설과 신비함이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켜켜이 쌓여있다. 상봉의 9부 능선에는 가을가뭄이 극심한데도 멧돼지들이 목욕하고 떠난 진흙 뻘과 흙탕 물이 찰랑찰랑 태양빛에 빛나고 있다. 이름하여 하늘 샘(鳳泉)이라 하며 봉황이 마시는 영금의 물로서 봉서리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수 백년을 이어왔으며 3,000여 평의 논농사를 짓는 용수로도 사용되어 왔다. 지금은 논들이 묵어 버드나무들이 우거져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하여도 쌀 창고라고 일컬어질 만큼 봉서주민들에게는 귀중한 농토였다고 한다. 산정에 샘이 솟는 것도 신비한 일이지만 산꼭대기에서 벼농사를 지어온 선조들의 고단한 삶을 돌이켜보면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 문경시민신문
오랜 세월 마을의 젖줄 역할을 하여 온 하늘 샘이 마르지 않고 이 땅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흘러넘치기를 바라면서 정상에 올라가본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 세워져 있다. 지난 겨울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아카시아 숲이 우거져 토끼나 고라니 등 산짐승만 다닐 수 있는 길이었는데, 도반스님과 둘이서 보름 동안 낫과 톱을 이용해서 산책길을 만들고 이정표지판을 세워놓으니 아주 말끔하다. 산책로는 봉천사에서 정상을 거쳐 산양면 봉정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산북면 서중으로도 내려갈 수 있으며, 조만간 호계면 자실로 이어지는 길도 만들 생각이다. 좌측으로는 호계면과 마성면, 점촌시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산북을 비롯해서 산양, 용궁, 풍양 등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산길은 완만해서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완만하고 호젓한 분위기도 좋지만, 월방산만이 가지는 신비한 체험거리가 많이 있다. 영산(靈山)이라는 개념과 문경과 예천 등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조망권이 압권이다. 가끔 고라니나 산돼지들을 만나서 우두커니 마주 할 때면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어떤 이들은 위험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산에 오래 살다보니 산에서 짐승들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짐승들도 그러한 나의 기분을 아는지 그냥 멀뚱멀뚱 마주 보고 있을 뿐 경계하는 기색은 전혀 없는 것 같다.

ⓒ 문경시민신문
봉천사에서 출발하여 보통걸음으로 30분이면 정상에 도달하며 거리는 약 1.5km이다. 정상에 닿으면 100여 평 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나온다. 소나무들이 쭉쭉 뻗은 것이 아니라 밑둥부터 다섯 가지, 여섯 가지로 벌어진 것들이 토종 육송과는 모양이 사뭇 다르다. 해발 360m의 야산이지만 그래도 정상에 오른 기분만은 어느 높은 산에 오른 것 못지않게 뿌듯하다. 시내에서 지척의 거리에 이토록 원시의 냄새를 풍기는 산하가 보존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지난 번 황성찬 경찰대학교 교장이 다녀가면서 이곳에 정자를 하나 세웠으면 참 좋겠다고 했다. 필자도 일찍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정이니 만큼 지붕과 처마는 평지 정자처럼 높을 필요가 없으며 바닥은 서로 등을 대고 앉을 수 있는 마루였으면 좋을 듯하다. 눈보라가 심한 산정이니만큼 지붕은 기와보다 간단하고 견고한 재료를 사용하고 노출이 심한 난간형태보다는 그것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몇 명이라도 함께 등을 맞대고 앉을 수 있는 구조가 훨씬 실용적이다. 크고 화려한 것만 쫒아가는 현 세태의 추세를 산에까지 가지고 올 필요는 없으며 시청에 정자를 하나지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해 둔 상태이다.

ⓒ 문경시민신문
산정에 올라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이정표의 표시대로 산신각을 향했다. 정상에서 봉정리 방향으로 100미터 거리에 산신각이 있으며 세워진 지 8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천년의 세월을 봉정리에서 관리를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산꼭대기까지 와서 청소할 사람들이 없다고 해서 작년부터는 주위 청소를 봉천사에서 도맡아 한다. 지난 봄까지만 해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전각을 둘러싼 돌담이 마치 제주도 돌담을 연상케 할 만큼 새까맣게 이끼가 끼어 오랜 세월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집은 자그마한 닻집을 하고 있으며 반 평도 안 될 정도로 좁은 공간으로 바깥에서만 참배할 수 있고 지붕은 근래에 수리한 듯 깨끗하다. 신상을 모신 감실문을 열고 합장하니 참배객들이 올리고 간 술병 몇 개와 지폐도 여러 장 놓여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산신각에 별 거부감 없이 정성을 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민족에게는 뼈에 박힌 산신신앙이 있는 것 같다.

월방산 산신각에 얽혀있는 여러 전설 가운데 필자가 들은 바는 다음과 같다.「아득한 옛날 산 아래 마을에 양반집 규수와 평범한 농부의 아들이 서로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나 반상의 법도가 다른 시절이라 드러내놓고 사랑을 표시할 수도 없었으며 표현을 하는 순간 자칫 남자의 목숨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다. 사랑과 현실의 차이를 절감한 남자는 그만 눈 오는 겨울에 뒷산인 월방산에 올라갔다고 한다. 산신각 옆에는 자그마한 샘이 있어 가지고 간 식량으로 100일 기도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청년이 떠난 뒤 낭자도 연정을 이길 길이 없어서 눈길을 밟으며 산길을 올랐다고 한다. 자연스레 발길이 산신각에 이르러서 보니 그렇게 못잊어 하던 청년이 산신각 안에서 무아지경으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가움과 놀라움에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부둥켜안고 그해 겨울을 산속에서 같이 지냈다고 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두 사람은 하산하여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부부의 연을 맺어 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후부터 배우자를 찾거나 아들을 기원하는 기도 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산 아래 동네인 봉정리에는 광주 노씨 문중이 세거한 지 400년 남짓 되었다고 한다. 월방산 산신각은 1,000년이 가까운 세월을 자리잡고 있으니 이는 노씨들이 마을에 정착하기 전에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산을 숭배하고 바위를 위하는 풍속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산 밑에는 성황당이나 산신각이 있고 큰 고목에는 으레 금줄이 쳐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앙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달래고 소원을 희구하는 수단으로 행해져 왔다. 물을 담는 그릇의 모양은 수시로 변했지만,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마음의 안정을 기원하고 궁극의 진리를 찾아가는 행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월방산에는 옛 절터도 많지만 산악신앙장소도 여럿 있다. 봉정리 탑골에서 제사를 지내는 산신바위가 따로 있고, 굴골에서 행하는 곳이 따로 있으며, 봉서리는 봉바위에서 해마다 정월에 제사를 지낸다. 봉바위는 필자기 명명한 이름으로 주민들은 산지당이라 부르기도 하고 산신 바위라 하기도 한다. 지금도 여자들의 출입은 금하며 근처에는 무덤도 쓰지 않는다.

지난 봄 봉정리에서 올라온 50대의 여자신도가 하는 말이 예전에는 여자들은 아예 이산에 올라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신령한 산에 여자가 올라와 부정을 타면 마을에 재앙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시골에 남아있는 분들이 얼마 되지 않아서 옛 풍속을 이어가기도 어렵지만, 불과 삼사십년 전만하여도 이러한 외형적이던 정신적이던 우리의 고유풍속이 엄격하게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산신각에서 물러나와 10m밖에 몇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잠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감탄이 절로 난다. 소나무 가지사이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움이 솟구친다. 올망졸망한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이로 개포, 유천, 예천, 풍산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여기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봉정리가 나온다.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감자밭에 감자가 드러나듯 박혀있다. 오늘은 봉정리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서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 문경시민신문
산의 상부에는 조상대대로 신성시하는 곳으로 무덤을 써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마을 근처에는 공동묘지를 연상할 만큼 묘지가 많아 경관을 헤치고 있다. 엄숙하고 숙연해야할 조상의 유택이 부담스러워지는 것도 과도한 묘지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공간까지 앗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분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먼저 이 땅에서 땀 흘리면서 일생을 살다간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출향민들의 묘터를 마련하고 마을 안에 입향조를 모시는 사당을 건립하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 같다. 모처럼 고향에 찾아와도 반겨주는 친척이 없고 옛집도 사라지고 없으면 더 이상 고향이라고 마음 둘 곳이 없지 않는가! 한편 절에서 조상님들의 위패를 안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형편상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고향과 조상님과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속의 고향을 찾을 수 있고 뿌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가고 옴이 있어도 월방산의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모습으로 우리를 포근히 감싸준다. 오늘도 가을 하늘만큼이나 상쾌한 마음으로 월방산 산신을 뵌 것으로 산행을 정리한다.



*글쓴이 지정 스님 약력


86년도 봉암사 출가

봉암사 서암스님 상좌

법주사 승가대학 졸업

실상사 화엄학림 졸업

직지사 교무

예천 장안사 주지 역임

현 봉천사 주지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 Copyrights ⓒ문경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문경새재 케이블카, 안전기원제로..
2025 문경찻사발축제, 성대한..
「2025 문경찻사발축제」황금 ..
부처님께 간절히 청원 드리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
새재포럼 ‘문경 역사의 미’라는..
문경시, 2025년 건물번호판 ..
「문경시, 공원행복경로당 준공식..
2025 문경찻사발축제 주요행사..
신현국 문경시장,‘중앙공원 정비..
최신뉴스
문경시 산북면 이장자치회, 5월..  
산양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버..  
찾아가는 인허가 서비스 시행..  
㈜에이치디설비기술단, 문경시장학..  
2025년 제1회 초·중·고등 ..  
신현국 문경시장 4대 문화운동 ..  
아이들의 손으로 피운 효(孝)의..  
주택화재로 피해를 입은 장애인 ..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수급자와의 ..  
“상주여자고등학교 의정 체험 한..  
경상북도, 글로벌 선도테크 기업..  
성교육! 인형극으로 재밌게 배우..  
문경여자중학교, 충효 주간 세대..  
문경공업고 제103회 동아일보기..  
문경기초학력거점지원센터 학습코칭..  
어버이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세..  
따뜻한 미래로 나아가는 어울림 ..  
관음공덕회, ‘사랑의 효도화 달..  
제63회 경북도민체육대회, 김천..  
책과 예술이 만나는 ‘동화책 콘..  
안동유림 50여명 이재명 지지 ..  
점촌2동 생활개선회 영신어린이공..  
농암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아동·..  
3년째 이어지는 따뜻한 한 그릇..  
영순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버이..  
문경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어버..  
제4회 문경새재배 전국 파크골프..  
마성신현1리 새사모(새원을사랑하..  
응급의료개선을 위한 지역응급의료..  
문경서, 3개 언어 교육자료 활..  
경상북도의회, 입법 역량 강화 ..  
제53회 경상북도 어버이날 기념..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경..  
경북조리과학고, 제103회 동아..  
폭삭 속았수다, 동화책으로 힐링..  

인사말 광고문의 제휴문의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문경시민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11-81-08345/ 주소: 문경시 마성면 신현1길 20번지 / 등록일 : 2013년4월29일 / 발행인.편집인: 김정태
mail: ctn6333@daum.net / Tel: 054-553-8118 / Fax : 054-553-2168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261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정태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