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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길 나뭇길-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
손해붕(孫海鵬) 문경 새재길 숲 해설가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4년 08월 02일(토)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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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문경시민신문 | 가물거리는 호롱불이 방안을 밝히기 이전부터, 쟁반 같은 보름달은 대지를 밝혀왔다. 뜨거운 60촉 전구가 나왔을 때나 간편한 형광등이 선보였을 때나 밤하늘을 환하게 비쳐주는 것은 별과 달이었다.
여기 별처럼 달처럼 밤하늘을 훤히 수놓은 나무가 있다. 바로 '야광나무'이다. 야광의 한자명은 알 수 없지만, 밤을 밝히는 나무라해도 손색이 없다. 흰색 꽃이 밤을 밝힐 만큼이나 희디희고, 어둠의 밤을 光으로 밝힌듯 곱고도 밝다. 얼마나 어둠을 하얗게 밝혔으면 야광나무라 했을까. 얼마나 캄캄한 밤이 불편하였으면 한갓 나무인 내게 밤을 밝히는 나무라 이름했을까. 선조들은 운치가 있었고, 내겐 과분한 명명이었다. 가로등과 진열장의 불빛이 야광나무를 대신한다 해도 옛부터 나무가 야광을 해왔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알든 모르든 오래전부터 소담스런 흰색꽃이 오뉴월의 관문과 교귀정 앞 길을 밝혀 주고 있었음을 기억해내고 싶다.
사람들은 야광나무를 두고 많이들 헷갈려한다. 한번 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밖에 없다. 뭔가 비슷한 나무라도 있다는 것인가. 흡사한 나무가 있다면 어떤 나무일까. 의문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면 비교할 수 밖에 없다. 나무와 친하면 통하게 된다. 자기와 혼동되는 나무는 “아그배나무”라고 속삭여 준다. 이름도 특이하다. 아그배나무는 열매의 크기가 작아 “아가, 또는 아기 같은 배나무”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야광나무와 아그배나무는 4~6월에 흰 꽃을 피운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은은한 향기도 같다. 科도 같은 장미과에다 낙엽소교목이다. 잎도 호생이고, 열매도 이과로 구형인 것까지 같다. 더구나 9~10월에 암갈색으로 익는 것까지 똑 같다. 결정적으로 무엇이 달라 이름이 다를까. 아그배나무의 높이가 3~6m인데 비해 야광나무가 5~15m로 좀 더 커서 그럴까. 그런 점도 있겠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다른 점이 있다. 잎사귀를 주목하고 그 모양을 살펴보자. 야광나무의 잎에는 결각이 전혀 없다. 결각이란 무잎처럼 잎의 가장자리가 움푹 패인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아그배나무에게는 결각이 있고, 특이하게도 같은 가지에 결각이 있는 잎과 없는 잎을 함께 달고 있다. 말하자면 모양이 다른 두개의 잎이 한 가지에 붙어 있는 셈이다. 짝짝이임을 알 수가 있다. 짝짝이 잎, 이게 아그배나무의 특징이다. 이른 봄 산수유와 함께 피는 생강나무도 짝짝이 잎을 달고 있고, 겨울을 잘 견디는 인동 잎사귀도 짝짝이다. 야광나무는 아그배나무와 흡사하지만, 결각이 없는 좁은 타원형 잎에 거치만 나있다.
제1관문 주흘관을 통과하자마자 왼쪽을 보면 아담한 숲이 보인다. 숲 옆으론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이 나있고, 개울가를 따라 호젓한 오솔길이 나온다. 이 길에 들어서면 나무들의 웰컴 소리가 들린다. 길게 줄을 선 나무들이 고개를 내밀며 길손을 환영하기 때문이다. 야광나무는 이 오솔길의 중간쯤에 서있다. 길가 주변에는 뽕나무도 군데군데 서 있고, 기세좋은 은행나무도 모여 있으며, 수피가 너덜너덜한 이팝나무며, 생각만해도 침이 도는 모과나무도 몇 그루 서있다. 그 옆에는 나무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도, 그 위쪽으론 매실나무도, 두충도, 돌배나무도 있다. 나무 이름을 불러가면서 걷기에 아주 그만이다. 노거수에 가까운 몇 그루의 야광나무들이 비목나무와 느릅나무, 주엽나무들 사이에서 교귀정의 앞길을 밝히며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용어풀이
*결각缺刻: 무잎처럼 잎의 가장자리가 후미지게 깊이 패어 들어간 잎, 또는 그런 형상
*거치鋸齒: 톱니
*형荊: 모형나무 형, 가시나무 형, 매ㆍ곤장 형, 다스릴 형, 나라 이름 형
*장과漿果berry: 다수의 종자가 육질로 되어 있는 내외벽 안에 들어 있다. 포도, 자리공, 오갈피가 이에 해당된다.
*이과梨果pome: 산사나무나 배, 사과 등과 같이 열매 안쪽의 진과는 자방이 변해 형성되었고, 자방을 둘러싸고 있는 풍부한 육질은 화탁이 발달하여 이루어졌으며 여러 개의 종자를 가지는 과일 종류이다.
*참고 서적
김진석ㆍ김태영,「한국의 나무」, 돌베개, 2013.
안영희,「관상식물학」, 태림문화사, 2010.
이동혁,「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비락,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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