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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이버섯과 긴머리 소녀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 입력 : 2013년 08월 19일(월)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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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제일익스프레스 대표
전윤희 | ⓒ 문경시민신문 | | 아마도 1976년 내나이 16세쯤인 것 같다. 동네에 산판 하러 온 아저씨가 석이버섯을 따러 강원도 상동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기간은 한 일주일정도 다녀오자고 했다.
달목이에서 나와 갈평에서 버스를 타고 문경 점촌 예천 영주 봉화 춘양을 거처 구비구비 높은 산을 넘어가니 상동의 대한중석공장이 보이고 조금 더 가니 우리가 며칠밤을 묵고 석이버섯을 딸 산골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이름은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않지만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 작은 초가집에서 우린 짐을 풀었다. 그집엔 내또래로 보이는 키는 보통이지만 갸늘픈 몸매에 눈이 크고 하얀얼굴의 긴머리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첫째날 일어나 문밖으로 나오니 소녀가 긴머리를 감고 있었다. 머릿결이 고와 보인다. 난 아저씨와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산으로 갔다. 산은 높고 험했다.
석이버섯은 주로 깊은 산 바위나 벼랑 끝 높은 절벽을 올라야 딸 수 있다. 겉면은 검은색 꺼실꺼실하고 뒷부분은 녹색 누런 빛을 띠고 있다. 특유의 향을 갖고 있어 음식의 고명으로 많이 쓰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맛은 담백하고 성질이 차고 평이하다. 독이 없고 속을 시원하게 하고 위를 보호하며 얼굴빛을 좋게 한다”
석이버섯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위험한 곳에 주로 자라기 때문에 버섯을 딸 때는 특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나는 다행히 달목이에 있을 때 밤나무나 감나무 등 온갖 나무들을 많이 오르내려 기본적인 요령은 있었다. 나무에 오르고 바위에 오르는 것을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산골에 살면 저절로 터득하며 배우고 자란다.
석이버섯은 고급 버섯이라 그런지 아무 곳에서나 다 있는 것도 아니다. 잎이 넓고 도톰한 버섯이 상품이다. 산속을 다니다가 높은 바위나 절벽에 석이버섯이 많은 곳을 만나면 밧줄을 소나무에 이리저리 안전하게 감아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딴다. 천으로 긴 주머니처럼 만든 보자기에 가득 따면 푸대에 다시 옮겨 담는다. 나는 종일 다녀도 조금 땄는데 함께 간 아저씨는 예전에 많이 따보고 석이버섯이 나는 바위나 지형을 잘 알아서일까 많이 따서 내려왔다. 첫날은 피곤해서 일찍 쉬었다. 이튿날은 동네에서 좀 더 멀고 높은 곳으로 갔다.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석이버섯도 적당한 햇볕과 습기가 있어야 난다고 했다. 이튿날은 첫날 보다는 조금 더 따서 우리는 내려왔다.
집에 오니 긴머리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저녁밥이며 반찬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이 비슷한 나이 일텐데 학교는 가지 않고 집안일을 돕는 걸 보니 같은 처지로서 애틋한 마음이 솟는다. 긴머리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긴머리 소녀의 얼굴이 빨개진다. 갑자기 내가슴이 쿵쾅거린다.
사흘째는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처음 온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비가오니 어딜 갈 수도 없다. 고향에 홀로계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지금쯤 뭘 하고 계실까? 아마도 어머니께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와 절벽을 오르내리며 석이버섯 딸 아들생각에 근심어린 눈빛으로 상동땅을 바라보고 계실거다.
나흘째 날씨는 화창하게 개였다. 어제 내린 비로 바위나 절벽이 미끄럽기 때문에 갈까말까하고 망설였다. 그러다가 아저씨가 산으로 가자고했다. 여기서 머물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따서 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우린 11시가 넘어 동네 가까운 곳으로 갔다. 그날은 미끄러운 곳이 많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찍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저 멀리 길 건너편을 보니 주인집 아저씨 아주머니와 긴머리 소녀가 밭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같이 일손을 도와 오후 늦게까지 할 일을 일찍 끝내고 일어섰다.
아직 해가 남았다. 먼저들 가시라고 하고선 한창 녹음이 짙어진 길로 나혼자 접어들었다. 유월의 저녁 햇살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나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저쪽 언덕 길에서 긴머리 소녀가 이쪽 오솔길로 내려온다. 점점 다가온다. 내 심장이 멎을 듯하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좁은 길이라 다가온 소녀의 앞길을 나는 막은듯 서 있는 모양새다. 멈짓멈짓 붉어진 긴머리 소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보자기를 내려 엉거주춤 앉기를 권했다. 나란히 앉아 아무 말없이 서로 시간만 흘러 보내고 있었다. 저녁 놀이 붉게 탄다. 붉게 타는 저녁 놀만큼 내 가슴은 타들어 간다.
가만히 소녀의 손 위에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떨리는 내 손을 살포시 올려놓았다. 움찔하더니 긴머리 소녀는 온통 빨개진 얼굴로 그대로 일어나 달리듯 내려갔다. 쿵하고 내려앉는 내 가슴과는 달리 찰랑찰랑거리는 소녀의 긴머리만 보였다.
닷새째다. 내일이면 이제 집으로 가야만 한다. 많이 따서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 부엌에서 소녀 혼자서 우리들 점심 도시락을 싸고 있었다. 그 옆 얼굴을 나는 본다. 소녀도 살짝 보다 금새 얼굴을 돌렸다. 날씨도 좋고 산길로 향하는 마음도 가볍다. 자꾸 긴머리 소녀의 얼굴이 아련거린다. 양지로 음지로 이산저산을 헤매고 다녔다. 점심시간 때가 넘어서인가 나는 배가 고파 아저씨를 불렀다. 나는 아저씨 맞은 편에 앉아 도시락 뚜껑을 열다 가만히 다시 닫았다. 아저씨 도시락에는 어제 반찬 그대로 마늘장아찌와 나물무침뿐인데 내 도시락에는 그외 동그란 계란후라이가 밥 위에 놓여있었다. 난 아저씨 얼굴을 살피며 보다 더 떨어진 곳에서 생전 처음 귀한 계란후라이를 먹었다. 주인집 아저씨,아주머니도 닭장의 몇 마리 닭들이 낳은 달갈을 먹지않고 장에 갖다판다고 모아두는데... 내일이면 떠난다는 사실에 소녀의 심정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내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각자 산을 탔다. 한참 후에 아저씨가 건너편 산으로 오라고 소리쳤다. 그 곳에 가보니 마치 석이버섯 군락지 같았다. 버섯도 아주 좋은 것만 가려따서 오전에 딴 것하고 부어보니 한 망태가 되었다. 경험 많은 아저씨 덕분에 오늘 횡재를 했다. 집에 오니 주인 아저씨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땄느냐고 대단해하셨다.
여섯째 되는 날 산판 아저씨와 나는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께 작별인사를 하고 나는 이리저리 긴머리 소녀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았다.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곤 했다. 고갯 길을 넘어서자 긴머리 소녀가 거기에 서 있었다. 놀란 눈으로 나는 다가갔다. 그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불쑥 보자기를 내밀고는 긴머리 소녀는 다시 고갯길을 천천히 올랐다. 덥석 보자기를 안은 채 나는 엉겁결에 따라 올랐다. 고갯마루에서 긴머리 소녀는 가득히 눈물 일렁이는 눈망울로 나를 보고는 뛰어 내려갔다. 찰랑찰랑거리는 소녀의 긴머리가 물결친다. 다가온 아저씨가 뭐니하고 풀어본다. 보자기 안에는 삶은 햇감자가 들어있었다. 37년이 지난 일이지만 희미한 기억속에서도 지난 그 일들이 생생히 잊혀지지 않는다. 내 마음의 보석처럼...
그때 아름다운 추억속에 그 긴머리 소녀는
어느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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