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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꽁트) 가작-제4회 문경시민신문 신춘문예
"내 아내를 팝니다"
문경시민신문 기자 / ctn6333@hanmail.net입력 : 2013년 06월 03일(월) 10:05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 김영희
-1963년 문경시 점촌동 출생
-상지대 졸업
-현재 삼양동물병원 원장 부인
ⓒ 문경시민신문
“지긋 지긋한 잔소리... 세 아이 낳고 키웠다고
25년의 세월만큼이나 기가 살아 언성 높아지는 저 여자!”
“내가 입던 낡은 무릎 나온 펑퍼짐한 추리닝 입고 있는 멋이라고 온 데 간 데 없는 저 여자!”
“향기라곤 푹 익은 김치 같고, 푹 삭은 된장 내음 같은 저 여자!”
“저 여자를 긴급 처분합니다!”

며칠 전 친구에서 온 카카오톡의 이야기 중에 유난히 재미있게 봤던 “마누라를 팝니다.”를 읽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새록새록 재미있었습니다. ‘맞아, 맞다. 그럴 것 같다.’ , ‘내 아내도 매 한가지다. 꼭 내 얘기다. 큭큭’하며 마음속 수많은 글로 내 아내를 팔아야겠다고 어떻게 그럴 듯하게 적어 올려볼까 하다 고민한 끝에 내 머리 속, 내 가슴 속에 몇 자 적어 정리한 제목은 ‘내 아내를 팝니다.’였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퇴근하여 들어서면, 좋으나 싫으나 늘 마중 나온 아내의 인기척이 없어 불을 켜고 보니 아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어지럽다며 거실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습니다.

“약이라도 먹지!” 또 아프냐며 타박했더니 약은 먹었다며 머리맡에 늘 자주 먹는 ‘판○린 큐’의 갈색 병 몇 병이 빈병과 함께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프다고 머리를 쥐어 잡고 있는 모습이 짜증스럽기도 해서 “병원에라도 가보지! 네가 약사냐?”며 병원에 가보자고 했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면서 벌떡 일어나는 겁니다. 아프긴 되게 아팠던 모양입니다. 응급실로 가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하여 환자용 매트에 올라 누워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시골 촌뜨기 환자였습니다. 무릎 나온 추리닝 바지에, 구멍 난 양말에, 빠꼼이 나온 발가락이며... 정말 볼품없는 여자. 내 마누라였습니다.

응급실 당직 의사와의 오고가는 간단한 상담진료 몇 마디가 전부이더니 보호자를 찾더군요. 수액과 함께 간단한 진통제를 투여해가면서 검사를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CT를 촬영한 결과인 즉은 ‘머릿속에 하얀 손끝 한마디쯤?! 되어 보이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한눈에 보여 지는 어른 엄지 손톱만한 하얀 원형.
“어이~ 참...”

의사의 대화에선, ‘간혹 기절하거나 쓰러진 적은 있었느냐?’, ‘언제부터 머리가 아팠느냐?’, ‘구토는? 어지럼증은?’ 등등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답은 “다른 건 몰라도 머리가 아프다고 두통약을 자주 먹는 것을 보았다.”였지만 갸우뚱 거리는 의사는 혼자말로 작은 여운을 남기고는 자세한건 아침 외래 진료를 통해서 신경외과 전문의와 다시 판독 결과를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전문의 역시도 ‘하얀 원의 정체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소견서를 들고 대학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 보아야 된다.’고 하시며 확답을 주시지 못했습니다.

“대학병원이라... 어디를 가야 하나...” 앞이 깜깜 했습니다. “그래, 뇌니까 뇌질환? 뇌종양? 글쎄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부위별 전문의, 전문 병원 검색을 통해서 뇌 부분에 관한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유명전문의의 진료는 두 달간 빼곡이 예약이 되어 있었구요. 그래도 괜찮은 전문의로 가장 가까운 날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휴우~”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며칠 전 있었던 카톡의 이야기 속 “마누라를 팝니다.”란 말에 키득 키득! 딱 내 이야기라며 맞장구치고 좋아하던 그날 속의 내 모습과 구부정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병원 예약하느라 끙끙거리며 예약하고 긴 한숨 내어 쉬는 내 모습이 상반되어 진다는 생각이 느껴지는 순간, 등줄기가 오싹 시려 내려오는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갑자기 밀려드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온 미사여구로 섞어가며 예쁘게 포장해서 ‘긴급처분! 반품 사절!’하며 하루라도 빨리 팔고 싶었던 내 마누라.

팔리기라도 한다면 손뼉치고 어깨춤 절로 나며, 앓던 이 쏙 빠지듯 날아갈듯 개운할 것만 같았던 그 마누라가... 며칠 후면 대학병원에서 어떤 모습,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내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는 하얗게 어안이 벙벙하고 숨이 꽉 막혀 차오르는 듯 심장이 아파옵니다. 이따금은 내 아내를 먹다 남은 잔반 부스러기 같다고 느꼈고, 떨이 아닌 떨이에 덤이라도 얹혀 주고서라도 팔고 싶었고, 유통기간 지난 재고 같은 물건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던 내 아내.

그런 내 아내가 아프답니다.

혹여나 병원에서 나쁜 결과가 벌어진다면 며칠 전 나쁘게 마음먹었던 내 가슴의 멍울을 어떻게 씻어 내릴까요? 25년 내내 특별하진 않았지만 한결같이 아침 밥상에 따스한 밥그릇과 국그릇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뽀얗게 반듯 반듯 반짝이지는 않았지만 차곡차곡 정리되어진 우리들만의 옷장 속 이야기들. 세분화되어있는 나와 아내의 약속으로 신체 구조를 운운하며 우리는 옷장 속을 머리-몸-발 순서대로 구분하였고, 머리관련은 윗 서랍에 발관련은 아랫 서랍에 넣는 순서로 모자, 런닝, 팬티, 양말 등등으로 나눈 이 서랍장을 누가 채워 줄 것이며, 출근길이면 여기 저기 찾아대던 차 열쇠, 라이터는 누가 찾아 줄 것이며, 현관문까지는 누가 배웅해 줄 것인지요?

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베란다에서 훤히 반기며 은은한 향을 자랑하던 1月의 한란, 2月의 천리향, 3月의 히야신스, 4月의 골든벨 향 등등 늘 꽃향기 속에 파묻혀 당연시 여겨졌던 자연의 향들이며, 여수 오동도나 가야 흐드러지게 볼 수 있었던 동백꽃도 코앞 창틀에서 눈요기 할 수 있었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면서도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의 주인공 “점순이”
‘와 꼭 빼닮았다며 심술부렸던 지난 이야기는 어떻게 묻히며... 사시사철 계절별로 피어내던 수많은 꽃 이야기들이 다 바지런한 내 아내의 손 끝에서 풍겨지던 풋풋한 꽃잔치였음을 이젠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요?

저기 무릎 나온 바지입고 있는 내 아내.

구멍 난 듯 말 듯 올이 비치는 양말 속에 보일 듯 말 듯 발가락이 내비친들 남들 눈앞에서는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질바질 부지런히 집안일로 쫓아다닌 성실함에 묻어 나온 모습이었음을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까요?

왜 그런 아내를 짐으로만 느껴졌던 걸까요?

돈 벌어 본적 없어 돈 제대로 쓸 줄을 모른다고 구박을 해도 쑥 내민 입을 하고서 주방에서는 달그닥 달그닥, 뚝딱 뚝딱, 지글지글 밥상을 뚝딱 지어내는 순박한 내 아내를 난 어느 순간 ‘긴급처분! 재고정리!’로 내밀어 그렇게 나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걸까요? 지금 이 순간 잠시 눈을 감고 내 아내의 머리 사진 속 박힌 하얀 둥근 점을 ‘긴급 처분! 재고 정리!’로 팔아 없애야 겠다고 내 마음속, 내 가슴속에 다시 정리해 봅니다.
“ 둥근 하얀 점을 긴급처분! 재고정리! 합니다.”

이것만 정리되어 진다면 난 분명 내가 가진 금쪽같은 아내를 섬기며 살수 있겠노라구요. 지금 내 눈 앞에 언제 아팠었냐는 듯 빨갛게 익은 볼과 하얀 이 속살 드러내며 웃는 순진한 내 아내처럼 머리속에 그 하얀 부분도 내 아내를 닮아 분명 순하디 순한 착한 음영으로만 남아있을 것이라는, 그런 답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여보, 혹시 CT촬영할 때 내가 사준 그 꽃핀 꼽고 찍진 않았겠지?”
“ 글쎄, 그날 너무 아파서 기억이 잘...”
문경시민신문 기자  ctn63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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